[기자수첩]'산업의 쌀'의 위기

[기자수첩]'산업의 쌀'의 위기

박미리 기자
2025.01.21 04:06

"철강산업이 위기라고 합니다. 어렵긴 어렵습니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이 지난 14일 '철강업계 신년 인사회'에서 한 말이다. 서 사장이 "다 같이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하자, 현장에 있던 CEO(최고경영자)들은 힘없이 웃었다. 이렇게 된 원인은 중국발 공급과잉이다. 중국 내수 경기가 부진에 빠졌지만, 현지 기업들이 생산량을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남아도는 물량을 전세계에 저가로 밀어내고 있고, 국내 기업들이 그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제철을 비롯한 국내 철강사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다시피 했다.

상황이 단기간 내에 좋아질 가능성은 낮다. 장인화 한국철강협회장은 "중국같이 큰 나라의 내수가 빨리 살아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은 계속 우리나라에 밀어내기를 할 것"이라며 "올해는 어려운 해"라고 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도 근심거리다. 자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다른 나라의 철강사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거나, 수출 할당량을 낮출 수 있다. 중국을 향한 미국의 견제가 더 심해질 경우, 미국 외 시장에 중국의 밀어내기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철강업계는 생존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감산, 공장 셧다운, 저수익 사업 매각, 반덤핑 제소 등을 잇따라 결정했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는 기업 개별노력만으로 헤쳐나갈 수 없다. 신년 인사회에서 CEO들이 일제히 '정부의 지원'을 강조한 이유다. 정부도 '산업의 쌀' 철강이 무너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올해 상반기까지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여기엔 정책금융 공급, 금융지원 강화 등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 부과가 필요하다고도 판단했다.

노조와 협력도 필수다. 지난해 말 포스코에 이어 최근 현대제철 노조가 회사와 각을 세우고 있다. 이들은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사상 최대 규모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 중이다. 사측과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자택까지 찾아가 시위를 벌였다. 기업이 위태해지면 근로자는 삶의 터전을 위협받는다. 무엇보다 지금 국내 철강 생태계가 흔들리는 위기 국면이다. 일단 철강산업이 살고 회사가 살아야 그 다음을 도모할 수 있다. 철강사 노사와 정부가 모두 협업해야 이 고비를 넘길 수 있다.

박미리 /사진=박미리
박미리 /사진=박미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