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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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판단 '미스'가 본인은 물론 여러 사람을 곤경에 빠트리고 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얘기다. 곽 위원장이 지난달 24일 단독 인터뷰 형식으로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교육과학기술부 안팎에서는 안병만 장관과 이주호 차관간 갈등설이 나돌았다. 안 장관 등 교육관료 그룹에 포위당한 이 차관이 곽 위원장에게 'SOS'를 요청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정권실세로 한 묶음인 곽 위원장과 이 차관이 사전에 '통(通)'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곽 위원장이 조율도 덜 끝난 내용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겠느냐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 차관은 이 같은 불화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펄쩍 뛰었다. 장·차관 사이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 제발 권력투쟁 시각으로 보지 말아달라는 당부도 곁들였다. 당정청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종합해 보면 이 차관의 이런 항변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중산층 재건을 고민하던 곽 위원장은 사교육비 경감 없이는 목표달성이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 대통령의 허락을 얻어
세계 패권국들은 자국 통화를 세계 경제의 기축통화로 삼아 왔다. 19세기 패권국 영국은 파운드를, 20세기 패권국 미국은 달러를 기축통화로 사용했다. 역사를 거슬러 로마시대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패권국들은 군사 권력, 경제 권력에 더해 세계의 중앙은행 역할을 할 수 있는 통화 권력까지 보유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번 금융위기로 미국의 경제 권력이 뿌리 채 흔들리면서 통화 권력에도 균열이 났다. 이 틈을 위안화 국제통화론을 앞세운 중국이 비집고 들면서 새 국제통화 논란에 불을 지폈다. 중국의 위안화 위상 강화 노력은 갈수록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4일 위안화를 국제결제통화로 육성한다는 계획에 따라 대외 금융원조를 달러화 대신 위안화로 제공키로 했다. 아울러 중국 4개 상업은행에서 국제 상품거래를 위안화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위안화 힘 키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6일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한때 6.82위안을 기록하는 등 7개월래 최고치를 보
"이번 기회에 정신 좀 차려야지." 4.29 재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전 지역에서 완패하자 당 안팎에서 이런 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대대로 재보선은 집권여당에 불리했지만 이번 재보선은 좀 달랐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당내 분란으로 소란스러워 '이명박 정부 심판'을 내세우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힘든 여건이었다. 국민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를 지켜보며 전 정권에 대한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바닥을 찍고 근 40% 가까이 올라가고 있었다. 이런 호조건 속에서도 여당은 재보선이 치러진 5개 지역구 어느 곳에서도 민심을 얻지 못했다. 그만큼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들의 '비호감'이 심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런데 재보선 완패 이후에도 한나라당 내에는 사태의 심각함에 대한 절실한 고민이 없어 보인다. 누구 하나 책임을 진심으로 통감하는 사람도 없는 듯하다. 당 원내대표는 재보선 참패 직후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재보선 패배에 연연해선
2009년 5월은 예년보다 덜 행복한 아이들이 많은 듯하다. 경기불황은 아이들에게도 남 일이 아닌 탓이다. 부모님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짙을수록, 손에 쥐어지는 용돈과 선물도 작아진다. 좋은 날일수록 마음이 시리기 쉬운 불우아동들은 경기불황을 더 실감할지도 모르겠다. 기업을 비롯해 외부의 기부금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순이익이 1조9000억원 가량 감소하면서 기부금을 1825억원에서 1389억원으로 436억원 줄였다. 여전히 순이익의 2.5%에 달하는 금액을 기부에 할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기부 감소분은 아동보호시설 수십 개를 운영할 수 있는 규모다. 지난해 매출이 5조원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이 9400억원이나 줄어든 LG전자도 기부금을 152억원에서 119억원으로 줄였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주회사 LG는 전년 보다 기부금을 9배로 늘린 게 997만원이다. 기부금은 회계 상 영업외 '비용'으로 처리된다. 경기가 위축되면 비용절감 0 순위가 되는 게
2008년 5월. 서울은 조류인플루엔자(AI) 열병을 앓았고 광화문 청계천광장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에 성난 인심의 촛불행렬로 뒤덮였다. 1년 뒤인 2009년 5월. 서울에는 똑같은 모습이 재연됐다. 인플루엔자는 '돼지'로 바뀌었을 뿐, 시청 서울광장에는 촛불집회 1주년 기념케이크의 촛불이 '요란스레' 타올랐다. 지난 2일 오후 서울광장은 '하이서울페스티벌2009' 개막식 준비로 들떠있었다. 서울의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소통길을 표현한 개막길놀이 '꽃분홍길'이 태평로를 누빌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래를 아우르려한 행렬은 결국 영화 '백투더퓨처'처럼 과거로 돌아갔다. 검은 투구를 입은 위압적인 경찰진압대와 촛불시위대는 소통길을 단절했다. 시민들은 '명박 퇴진, 경찰해체' 피켓을 들고 도로를 행진했고 이를 막으려는 경찰 부대가 난입해 난장판이 벌어졌다. 같은 날 저녁 8시엔 서울광장 무대도 점거돼 개막 행사를 보러온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전경에 휩싸여 어리둥절
지난 3월 13일 여야 합의로 '100일 대장정'을 시작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미디어발전위)가 4월 25일로 50일을 지났다. 반환점을 돈 미디어발전위는 이달 1일 '신문방송 겸영과 여론 다양성'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이달 말까지 주제별, 지역별로 8번 이어지는 '릴레이 전국 공청회'가 시작된 것이다. 1일 공청회에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공방이 진행됐지만, 20여명 정도의 일반인만이 방청했을 뿐 언론도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다. 인터넷에는 소수 네티즌이나 시민단체들이 지역별 공청회에 적극 대응하자는 의견을 올리는 정도다. 미디어발전위 출범 당시 "합의점을 찾을 수 있겠냐, 위원회 역할이 단일안을 꼭 도출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반응을 돌이키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말은 달라도 '기대할 거 없다'로 압축됐으니 말이다. 막 시작된 미디어발전위의 전국 릴레이 공청회를 보면서 새삼 방송통신위원회 역할을 곱씹게 된다. 방통위의 핵심 임무 중 하나는 국내 미디어 산업 재편에 관련해 주
"거긴 아니라고 하던데…." "그럴리가. ○○은행에서 직접 확인한 건데…." "그래? 그럼 도대체 몇 개라는 거야." "확보한 리스트 좀 교환해보자."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을 출입하는 기자실에서 요즘 흔히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삼삼오오 모여 은행 빚이 많은 45개 대기업그룹(주채무계열)을 입에 올리곤 한다. 이른바 '주채무 리스트'다. 채권은행의 재무구조평가 결과 합격과 불합격이 명확해지자 기자들의 촉수도 한층 날카로워졌다. 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인 만큼 금융당국과 채권은행 관계자들에게도 함구령이 내려진 탓이다. 불합격으로 분류된 그룹들은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해야 한다. 약정체결은 곧 계열사 매각, 인력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의미한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사실상 '살생부' 명단인 셈이다. 기업들의 발길도 바빠졌다. 최근 당국의 기류가 채권단 '자율'에서 '강한 압박'으로 변한 것을 감지한 탓이다. 몇몇 그룹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에서 별다른 얘길 못들었는데 우리가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가 '산 넘어 산'이다. 연이은 악재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인수합병(M&A) 승인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케이블방송사(SO)를 소유하고 있는 티브로드의 SO보유수는 15개. 이런 티브로드가 7개의 SO를 보유한 큐릭스를 인수하면 SO업계의 '공룡'이 탄생하는 것이어서, 이번 M&A에 대한 각계의 관심은 남달랐다. 특히 SO 소유규제 완화를 위해 방송법 시행령까지 개정했던 방통위는 이번 M&A를 통해 유료방송 시장이 재편할 것으로 크게 기대하고 있었던 터였다. 그러나 순조롭게 진행될 것처럼 보였던 이번 M&A는 '성접대 파문'으로 '올스톱'되고 말았다. 일정을 당겨 M&A를 인가해줄 계획이었던 방통위는 여론을 의식해 인가를 보류시켰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서 큐릭스 인수와 관련한 로비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이 사안을 쉽사리 매듭짓기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인수과정의 '이면계약'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15일
"디오스 냉장고는 화이트 그레이 등 베이직한 컬러를 기반으로 모던하고 미니멀한 패턴과 소재로 디자인했다."(LG전자 디오스 냉장고 보도자료) "스토리스테이션은 모던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다크 그레이 색상의 알루미늄 재질을 사용했고…"(삼성전자 데이터 백업용 외장하드 보도자료) 요즘 기자들은 글로벌기업 자료를 읽다보면 번역사가 돼야 한다. 한글로 쓰인 보도자료지만 영어사전을 찾아 봐야할 때도 있다. '모던한'을 '현대적인'으로, '다크 그레이 색상'을 '짙은 재색'으로 표현하지 않는 것은 왜 일까. '현대적인'이라고 표현하면 '모~던한' 분위기가 전달되지 않아서일까. 홍보팀의 해명을 들어보니 "사내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용어이므로 기사에 그대로 활용해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이미 널리 글로벌화된 독자들의 수준을 모르시고 하시는 말씀"이라는 투였다. 그래 맞아! 바야흐로 글로벌 시대 아닌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므로 임직
한국거래소(KRX) 상임이사 인선이 29일 사실상 완료됐다. 거래소는 이날 오후 서울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박상조 전 유가증권시장 본부장보를 코스닥시장본부장에, 전영주 전 시장감시위원회 본부장보를 파생상품시장본부장에 각각 선임했다. 임원 선임을 위한 공모가 마감된 게 지난 달 16일이었으니 근 한 달 반 만이다. 이번 인선은 여러 면에서 '상징성'과 '중요성'이 적지 않았다. 거래소가 지난 1월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첫 임원 인사였던 탓에 '공공기관 KRX'의 향후 인사 기준을 엿볼 수 있는 시금석이었다. 더욱이 자본시장법 시행을 계기로 증권시장의 선진화를 외쳐 온 거래소 임원에 '전문성'을 갖춘 적격자가 선임될 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거래소 임원은 공공기관 지정전에는 이사장이 후보를 추천해 주총에서 선임했지만 공공기관 지정후에는 다른 공기업처럼 임원추천위에서 후보를 추천, 주총에서 선임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하지만 임원 선임을 끝내기까지 한 달 반의 긴 시간을
"별의 별 방법을 검토해봤지만 묘수가 없네요. 지방 주택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될 겁니다." 지방에 대규모 악성 미분양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건설사들의 푸념이다. 건설사들은 미분양아파트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 분양자 몰래 할인판매도 불사했고, 파격적인 경품 제공은 물론 직원들에게 아파트를 떠넘기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방 아파트는 부동산 규제 완화의 훈풍이 미치지 않는 시베리아였다. 백약이 무효였다. 그러던 중 정부가 건설사들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미분양아파트를 활용한 다양한 금융지원책을 내놓으면서 다시 희망을 갖게 됐다. 준공후 미분양아파트의 경우 금융기관들이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와 기업구조조정용(CR)리츠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했다. NH투자증권이 2차례에 걸쳐 P-CBO를 출시했고, 우리투자증권과 KB부동산신탁은 우투하우징 1호와 플러스타 1호 CR리츠를 만들었다. 준공전 미분양아파트는 대한주택보증이 지난해 말부터 환매조건부 방식으로
28일 오전 11시40분. 이날 거래가 전혀 없던 코스닥 선물시장에서 1건의 계약이 체결됐다. 체결가는 전날 종가(1280.00)보다 80.00포인트(6.25%) 급락한 1200.00. 선물가격이 전날보다 6% 이상 떨어져 1분간 지속되자 코스닥시장에선 곧바로 '급락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후 5분간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도 정지됐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날 보다 1% 남짓 내린 500.67 수준을 가리키고 있었다. 현물 시장에선 정상적 거래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비정상적인 선물 1계약 때문에 어처구니 없는 사이드카가 발동된 셈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개인 거래자의 실수인지 의도적인 주문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비정상적인 거래임엔 틀림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황당한 경우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해 코스닥시장에선 글로벌 위기로 증시 변동성이 극심해지면서 모두 26번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특히 지난해 코스닥시장의 사이드카 19번 중 4번이 이날처럼 단 1계약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