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간의 판단 '미스'가 본인은 물론 여러 사람을 곤경에 빠트리고 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얘기다.
곽 위원장이 지난달 24일 단독 인터뷰 형식으로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교육과학기술부 안팎에서는 안병만 장관과 이주호 차관간 갈등설이 나돌았다. 안 장관 등 교육관료 그룹에 포위당한 이 차관이 곽 위원장에게 'SOS'를 요청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정권실세로 한 묶음인 곽 위원장과 이 차관이 사전에 '통(通)'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곽 위원장이 조율도 덜 끝난 내용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겠느냐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 차관은 이 같은 불화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펄쩍 뛰었다. 장·차관 사이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 제발 권력투쟁 시각으로 보지 말아달라는 당부도 곁들였다. 당정청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종합해 보면 이 차관의 이런 항변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중산층 재건을 고민하던 곽 위원장은 사교육비 경감 없이는 목표달성이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 대통령의 허락을 얻어 미래위 아래 별도의 교육개혁 태스크포스를 두고 본격적인 안 만들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미래위 안은 학원 심야교습 금지, 입시제도 개혁 등 하나같이 민감한 것들이어서 교과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난항을 겪었다. 곽 위원장은 관료들이 개혁에 발목을 잡는다고 판단, 장렬한 전사를 각오하고 전면에 나섰다.
사건의 내막이 이렇다면 곽 위원장의 행동은 사전에 철저히 계획된 '기획'보다는 '돌발사고'에 가깝다. 그러나 우발적 사고라도 후유증은 심각하다.
장·차관 불화설에서 보듯 당장 이주호 차관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교육실세라고는 하지만 '패'가 모두 공개된 상황이어서 중재안 도출이 쉽지 않게 됐다. 여권 내 곽 위원장에 대한 견제가 심해져 안 장관도 눈치 볼 데가 많아졌다.
관료를 적으로 돌린 것도 생각해 볼 문제다. 관료가 개혁의 걸림돌이라는 말은 지난해 초라면 귀 기울여 들을만한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교육실세라는 이주호 차관이 교과부에 입성해 있다. 조직개편도 단행했고 인사도 물갈이했다. 이런 상황에서 관료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면 정권의 무능력을 시인하는 꼴밖에 안된다.
곽 위원장은 사교육과의 전쟁에서 장렬히 전사해도 좋다고 했지만 교육은 혼자 죽고 살고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들은 '공멸'을 두려워하고 있다. 정책당국자들은 이런 우려를 잘 헤아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