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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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는데 굳이 지금 팔 이유가 있나." 지난 2005년 말 세종증권 매각 당시 한 중형 증권사 오너에게 매각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돌아온 말이다. 이 오너의 전망이 요즘 그대로 적중하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금감원 신규증권사 설립 허용이 최근 증권업계 인수합병(M&A) 시장에 불을 붙였고, 증권사 몸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이 신흥증권 인수금액으로 현 주가의 2배 이상을 지불한 것이 좋은 예다. 현대차그룹은 지승룡 사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 345만5089주를 주당 6만481원에 인수키로 했다. 이번 딜로 신흥증권의 오너인 지승룡 사장과 특수관계인들은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게 됐다. 과거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지 못해 헐값에 증권사를 매각했던 대주주들 입장에선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다. 그동안 증권업계의 M&A가 활발하지 못했던 것은 증권사 대주주들이 증권사를 매각에 따른 메리트를 느끼지 못했기
딱 10년 만이다. 모처럼 '금 모으기 운동'의 추억이 되살아났다. 외환위기 직후 외신들이 신기한 듯 취재경쟁을 벌였던 '금 모으기'의 기억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끄집어냈다. '숭례문 복원 모금운동' 발언을 통해서다. 12일 오전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간사단 회의 자리였다. 이 당선인은 숭례문 복원에 대해 "정부 예산으로 할수도 있지만, 국민 모두가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복원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인수위가 "새 정부 출범 후 숭례문 복원을 위한 국민모금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공식 발표하기까지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명분은 좋았다. 이 당선인은 "국민성금을 모아 복원하는 게 국민들에게 위안도 되고 의미가 있지 않겠냐"고 했다. 국민통합의 촉매 역할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달랐다. "국민이 봉이냐?", "아쉬울 때만 국민 찾느냐?"는 반응이 주류였다.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과 인수위 홈페이지에 걸린 댓글들이 그랬다. 이 당선인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여의도 정가가 시끄럽다. 원내 제1당과 예비 여당간 치열한 힘겨루기 탓이다. 싸움 주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 "작고 효율적인 정부"가 한나라당의 강조점이다. 이에 맞서 대통합민주신당은 "부처간 견제를 없애는 무차별적 통폐합"이라고 비판한다. 명분은 양쪽 모두 그럴싸하다. 핵심 쟁점인 부처 존폐를 놓고 벌이는 '논쟁 같은' 말장난 역시 팽팽하다. 우선 없애자는 쪽의 논리는 이렇다. "새로 이사를 왔다. 방이 18개다. 방 몇 개를 터서 14개 만들려고 한다. 그런데 이전에 살던 사람이 방을 부수지 말고 그대로 있으라고 한다. 내가 살 집인데…." 맞는 말이다. 살리자는 쪽은 다른 예를 든다. "승용차 18대가 있다. 대형차가 필요하다고 해서 몇 대 팔아 큰 차 마련하는 것은 동의한다. 그런데 조그만 소형차 2대까지 꼭 팔아 그랜저 살 필요 있나" 유지비는 줄지 않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는 반문이다. 그런데 정작 이유는 없다. 방
‘위험이 닥친 이유를 생각하면 안정을 찾는 길이 보이고, 혼란해진 이유를 생각하면 국가를 잘 다스릴 수 있는 방도를 찾을 수 있으며, 멸망한 이유를 생각하면 존립의 길을 찾을 수 있다’.(思所以危則安, 思所以亂則治, 思所以亡則存)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2006년 3월 14일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4차회의 폐막 직후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 서두에서 중국 국민에게 한 말이다. 중국 역사서인 신당서(新唐書)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 주류 쟁탈전을 벌이며 계파간 신경전이 벌어지던 당시 중국 정치제도 개혁의 초점을 어디에 둬야 할지에 대해 명쾌하게 내린 결론이다. 반면 우리는 혼란을 겪으며 더 큰 화를 키웠다.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경험을 잊었다. ‘부정’을 경험한 뒤 이를 ‘긍정’으로 개선하지 못하는 구조가 순환되고 있다. 여기엔 화재 진압 매뉴얼도 없었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 문화재청과 소방당국 사이의 신속하고 통일된 의견 일치도 없었다. 방화 경고라는 위험이 닥친
"금리가 월 2%입니다. 연평균 30% 이상의 수익을 올려야 원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주식시장의 '개미' 투자자들이 그런 수익률을 낼 수 있을까요. 날고 긴다는 펀드매니저도 힘든 수준이라고 봅니다." 지난해 증권사들의 미수거래가 중단된 후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사는 '주식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했다. 증권사를 비롯해 여러 금융기관에서 취급하고 있는데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대출한도가 높은 저축은행 상품에 몰렸다고 한다. 정작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투자자들은 주식담보대출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상적인 투자로는 이자비용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A저축은행은 대출금리 월 1.9% 외에 6개월마다 1%의 취급수수료를 별도로 받는다. 이자나 수수료를 월 초에 선취하기 때문에 실질 이자율은 월 2%대 중반까지 치솟는다. 업계 최저금리라고 소개하는 B저축은행의 경우 금리는 월 1%지만 3개월마다 1%의 취급수수료가 붙는다. 역산하면 역시 월 2%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신용경색이라는 생소한 말이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급기야 미국경제는 사실상 침체에 빠진 것으로 판명나고 있으며, 이 영향으로 전세계 경제도 심각하게 둔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꼬리를 물고 있다. 달콤했던 설 연휴 기간에도 서브프라임과 미국 경기 침체는 그 위세를 더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주택을 비롯한 미국 부동산 가격의 급락이다. 2007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새로 건축된 주택은 125만 채로, 2006년보다 25%나 급감했다. 이는 1980년 이후 최대폭 감소치다. 버블 붕괴의 단면이다. 미연준(FRB)은 신용경색, 미국 경기침체 흐름을 막기 위해 금리를 지난해 9월 이후 5번이나 내렸다. 기준 금리는 5.25%에서 3.0%로 조정됐다. 자금조달 비용(금리)을 낮춰 꽉 막힌 신용시장의 숨통을 트게한다는 취지였다.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되겠다는 민주, 공화당 후보들 역시 서브프라임을 잡겠다고 한목소리를 내
"지역 사회와 협력을 통해 사람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활동을 펼치는 것,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구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것이 세멕스의 사회적 책임입니다." 세계 3대 시멘트회사 중 하나인 멕시코의 세멕스. 하비에르 트레비뇨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은 지구 반대편에서 찾아온 기자에게 1시간여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며 절반 이상을 세멕스의 사회적 책임을 소개하는데 할애했다. 세계 최대의 철광석 회사인 발리(구 CVRD)의 기자간담회. 호제르 아기넬리 최고경영자(CEO)는 "대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며 "대기업의 비전은 사회 대중들의 힘과 공개적으로, 직접적으로 연결돼 긍정적인 방식으로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기넬리 CEO 역시 브라질 전역에서 온 기자들을 앞에 두고 진행된 1시간10여분간의 프리젠테이션 대부분을 발리가 사회적 책임을 위해 펼치고 있는 활동과 이 활동에 대한 투자 계획을 소개하는데 썼다. 트레비뇨 부사장과 아기넬리 CEO 모두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
"너무 앞서간다고 욕을 해서...". 5일 아침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간사단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말이다. 언뜻 듣기에도 인수위의 '과속'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한 발언으로 읽힌다. 농담조였다지만 다분히 인수위 바깥의 평가에 대한 섭섭한 감정도 녹아 있는 느낌이다. 벌써 40일째 차질없는 새 정부 출범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그간의 인수위 활동을 돌아보면 이 당선인의 말에 언뜻 공감이 간다. '노할러데이(No Holiday)'란 이름으로 휴일과 밤낮도 없이 일해 온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반전에 접어든 새 정부 출범 준비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인수위에 쏟아지는 비판이 그렇게 과한 것만도 아닌 것 같다. '호기롭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정책 혼선에 '월권' 논란까지 더해져 사단이 일어나는 게 한 두번이 아닌 까닭이다. 통신비와 유류세 인하 방안이 새 정부 출범 뒤로 미뤄진 게 대표적이다. 인수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통신비와 유류세를
"아파트 디자인에 신경 많이 썼지만 재심 결정을 받았습니다. 공사기간이 2~3달 늦춰질것 같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시 제2차 건축위원회 심의에서 재심 결정을 받은 한 건축주의 말이다. 그는 재심 판정으로 금융·설계비용 등 수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 같다고 불평했다. 건축위는 이날 5건의 심의안 중 4건에 대해 디자인 미비를 이유로 재심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9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성냥갑 아파트 퇴출'을 선언한 후 시의 건축심의가 강화된지 5개월여가 지났지만 재개발·재건축아파트는 여전히 성냥갑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번, 네번 심의를 받는 안건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서울시의 건축심의가 건축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세번의 심의를 받고 통과한 한 건축주는 "건물 외관도 중요하지만 아파트 내부도 무시 못한다는 현실을 시에서 알아줬으면 한다"며 "한정된 예산으로 외관만 뻔지르한 아파트를 만들 수는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는 여러차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므로 이 사안에 대해 더 자세히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HP는 최고의 윤리기준을 준수하는 회사이며 저희 직원들과 협력업체들도 같은 기준을 가지고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내사기간까지 합쳐 1년여 동안 진행한 수사에서 한국HP의 전현직 임직원 10여명이 연루된 IT장비 납품비리 사건의 전모를 발표하던 지난달 31일 한국HP가 기자들에게 보낸 짤막한 공식 메시지다. 경찰이 공식적으로 수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조사가 진행중"이라는 말은 무엇이며, 이미 전현직 간부의 연루 혐의가 드러났는데 "최고의 윤리기준"을 운운하는 것은 또 무슨 뜻인지 의아했다. 게다가 걷치레로라도 미안하다는 말은 절대 할 수 없다는 듯한 자세다. 그러나 이번 일은 HP가 한국 국민들과 IT업계 종사들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해야 하는 사건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IT장비 유통업체가 장비를 싸게 사기 위해
"주식이나 펀드투자를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학생들이 많은데 교육할 교재나 스스로의 지식이 부족해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지난 29일 부산 센텀호텔에서 열린 중고교 교사 대상 경제교육 행사에서 한 고등학교 교사에게 참가목적을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교사들은 수업중에 주식이나 펀드 운용에 대해 물어볼 정도로 학생들의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빨간 돼지저금통에 돈을 모아 은행에 저축하는 것 정도만을 배웠던 기자로서는 요즘 교육현장의 모습은 격세지감이었다. 하지만 교사들은 학생들의 경제에 대한 관심도에 비해 학생들에게 시장경제에 대해 제대로 가르칠 기회는 별로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일년에 몇 차례 있는 외부 강사의 특강 정도가 전부라고 그들은 지적했다. 이러다 보니 선생님 스스로 이런 행사를 찾아 제대로 공부해 놓지 않으면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 교사들은 특히 지금의 교과서는 시장경제 원리에 대한 이해보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분
40년 무대인생의 가수 나훈아씨가 기자회견장에서 바지 지퍼를 내리려고까지 했던 것은 시청자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부풀대로 부풀어진 근거없는 악성루머가 연예사의 한 시대를 연 연예인을 극단적인 해명행위로 몰고 갈 수 있구나 하는 참담함이다. 여의도에도 루머에 시달리는 주인공이 있다. 바로 펀드수탁액이 55조원을 넘는 국내 1위 미래에셋이다. 이미 지난해말 펀드매니저 선행매매 의혹이라는 거짓 루머로 곤욕을 치렀지만 그 뒤로도 루머는 끊이질 않고 있다. 주가가 급락한 30일, 여의도 증권가에는 또다시 미래에셋 관련 루머가 등장했다. 특별한 악재가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 매도도 잠잠해졌는데 느닷없이 주가가 하락하다 보니 이유를 찾는 '루머'가 나온 것이다. 미래에셋이 펀드 보유 주식을 내다팔고 있고 펀드 환매에 대비해 현금비중을 더욱 늘릴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투자자들을 뜨금하게 하는 이 루머는 메신저를 타고 여의도 곳곳을 누볐다. 시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40포인트 이상 하락한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