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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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후보 단일화'가 유행이다. 여권이건 야권이건 가릴 게 없다. 지상과제인 대선 승리를 목표로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이 거듭된다. 특히 야권인 보수 정치세력의 대선판은 대충 틀거리가 짜여졌다. 대선을 보름 여 앞두고 결국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를 중심으로 헤쳐 모였다.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는 3일 이회창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정통보수' 연대의 기치를 내걸고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다. 반대로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후보단일화를 했던 무소속 정몽준 의원은 이명박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히고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경선 이후 한나라당의 속을 태우던 박근혜 전 대표도 선거전 막판 이명박 후보를 '확실히' 밀어주는 모습이다. 이명박 후보와 박 전 대표, 정 의원이 한 묶음을, 이회창 후보와 심 후보가 연대해 반대 전선에 서게 된 셈이다. 우려할 만한 것은 보수 핵분열의 결과가 지역주의를 연상케 한다는 점이다. 이회창 후보와 심대평 후보는 모두 충청이 기반인 정
"국회의원들이 헌법을 어기고 예산안 처리를 미뤄도 어찌 할 도리가 없다. 그게 문제다." 예산당국 수장인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의 넋두리다. 일반 법률도 아니고, 하물며 헌법을 어겼는데도 국회의원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심지어 의도적으로 헌법을 위반했는데도 그렇다. 대한민국 헌법 54조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확정된 예산안을 토대로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가 차기연도 세부 예산안을 짜는 데 최소 30일의 시간은 줘야 한다는 취지다. 그 '30일 전'이 올해는 지난 2일이었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안은 여전히 미처리 상태다. 하루 이틀된 일도 아니다. 매년 말이면 으레 국회는 헌법상 예산안 처리 기한을 넘기고, 정부는 국회의 조속한 예산 처리를 촉구한다. 이때 쯤 언론에서도 국회의 방만한 예산 심사를 비판하는 기사가 쏟아지고, 국회는 12월말 쯤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일이 반복된다. 최소한 "예년에 그랬듯 연내에는
#장면 1. 상하이 최대기업인 상하이자동차 본사 5층 컨퍼런스룸. 창문이 버티컬 블라인드로 가려져 있다. 창밖 풍경을 보려고 블란이드를 젖히자 창문이 희뿌옇게 바래 있다. 천정에서 새어 나온 허연 시멘트 물이 창틀에 떨어져 창문에 튄 자국이다. 창 틀에 수건을 덧 대 놓고, 블라인드로 가린 게 고작이다. 건설된 지 몇년 안된 새 건물이 이렇다. #장면2. 상하이의 최고급 호텔 홍치아오 영빈관 호텔. 로비에서 콘시어지에게 한국으로 우편엽서를 대신 보내줄 수 있겠냐고 묻자 "쏘리, 아이 돈 노"만 되뇌인다. 우체국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면 될 지 주위사람에게 물어보는 수고조차 않는다. 중국의 버블론이 시끄럽다. 중국 경제의 고속성장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낙관론부터 조만간 버블이 붕괴할 것이란 우려가 팽팽이 맞서고 있다. 기자는 상하이에서 겪은 두가지 장면에서 중국의 버블붕괴가 임박했음을 직감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황푸강을 사이에 두고, 상하이의 야경은 화려하다. 그러나 화려함 뒤
1982년, 진통제인 타이레놀에 청산가리가 들어가 6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타이레놀 제조사였던 존슨앤존슨은 이를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관련 제품을 전량 수거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 회사는 수백만 달러 손실을 입는 등 단기적인 아픔을 겪었지만, 이 사건은 이후 20여년이 지난 현재 존슨앤존슨이 전세계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게 하는데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제조업체들은 최근 소비자들의 신뢰와 관련된 큰 홍역을 치렀다. 국내 처음으로 발생한 휴대폰 폭발 사망사건에 연루됐던 것이다. 이번 건은 가해자가 사인(死因)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남는 의혹은 ‘그래도 휴대폰은 발화했다’는 것이다. 이번 발화한 사건은 지난 2003년에도 있었다. 당시 개가 휴대폰을 물어뜯어 발화하긴 했지만, 결국 외부적인 충격에 의해 휴대폰이 발화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겼다. 그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중장비와의 충돌이라는 외부충격에 의
"그것보세요. 우리가 만든 휴대폰이 폭발할리가 없다니까요. 괜한 호들갑을 떤 격이 됐어요." 휴대폰이 폭발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지난달 28일과 29일 큰 충격을 안겨줬었다. 이후 사망원인이 중장비를 운전하는 채석장 동료의 과실로 밝혀지면서 `휴대폰 폭발소동'은 진화됐다. 졸지에 궁지에 몰렸던 휴대폰 제조업체도 이틀간의 지옥같은 상황에서 벗어났다. 이 업체는 '이번에야 말로 휴대폰의 안전성이 입증된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휴대폰 폭발은 정말 없었던 것일까? 해당 사건의 수사를 맡은 청주 흥덕경찰서 담당형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망원인이 휴대폰 폭발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휴대폰은 사고의 충격으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피의자가 고의로 휴대폰에 방화했다는 정황도, 자백도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사고현장에서 나온 휴대폰에는 폭발 흔적이 뚜렷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아직 정확한 검사결과를 밝히지 않았
이준용 명예회장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여천NCC는 IMF의 산물이다"라고 했다. IMF 외환위기 직후 공급과잉으로 위기에 직면했던 석유화학업계 자율구조조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한때 칭송받았던 여천NCC가 첫 단추(합작)를 잘못 뀄다는 의미였다. 사실 양측의 합작은 시작부터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었다. 규모는 대림이 배 이상 컸지만 지분은 동일했다. 이러다 보니 임원수나 간부수는 양쪽 동수로 구성돼야 했고 대림 출신 직원들의 불만은 쌓여갔다. 이같은 불화의 불씨는 한화출신인 여천NCC 이신효 부사장이 "대림측 지분을 인수할 의향이 있다"는 발언이 보도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렸다. 이 부사장은 이같은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대림은 한화측의 언론플레이라 여기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2001년 여천 NCC 파업 때 자신이 노조와 직접 협상해 사태를 해결했을 때도 한화측에서 "이 명예회장과 대림 출신 노조위원장이 삼촌지간"이라고 비방했고 올해까지도 이같은 소문에 시달려야 했
지난 17일 토요일 오후 홍콩 구룡반도에 있는 샹그릴라 호텔. 돋보기 안경을 쓴 할머니 한 둘이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40~50대 아저씨, 아기 엄마, 20대 아가씨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줄지어 몰려든다. 600석 홀은 어느새 꽉 찼다. 홍콩 맥쿼리증권이 마련한 주식워런트증권(ELW)증권 투자설명회다. 회갑연이나 대학축제에서나 볼 법한 전문MC까지 동원돼 'TV 쇼' 열기를 방불케 한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설명회에서 기념품만 챙겨 먼저 나가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오히려 교육이 끝나자 앞다퉈 질문하기 바쁘다. "내 주식자산의 위험을 헤지하려면 어떤 ELW로 투자하면 되죠?" 60대 할머니의 질문이 투자 전문가 수준이다. 신문은 물론 TV 방송에서조차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홍콩인들에게 ELW는 친근한 상품이다. 홍콩 맥쿼리증권의 키이스 챈 ELW 마케팅 담당자는 "일반인들도 이미 ELW의 위험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ELW 광고나 TV 프로그램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은행들이 잇따라 예금금리 인상에 나섰다. 특히 '빅4'로 불리는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의 경쟁이 치열하다. 국민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인상했고 최근에는 우리은행과 함께 흔치 않은 5년만기 은행채권도 발행, 자금 끌어모으기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국민은행은 중소기업 대출까지 중단할 정도다. 하나은행도 예금금리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지난 9월에는 고금리 보통예금 통장도 시판했다. '빅4' 은행이 자금 끌어모으기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신한은행은 그다지 다급한 모습이 느껴지지 않는다. 신한은행은 최근 정기예금 전결금리를 0.3~0.4%포인트 정도 인상한 것 외에는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이렇다할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다. 은행 측은 지난 해부터 시작한 리스크 관리계획이 주효했다고 해석한다. 신상훈 행장이 지난해 연말부터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쓰도록 직원들을 독려한 결과 자금조달에 다소 여유가 생겼다고 말한다. 이
미국 추수감사절 연휴에 미국인들의 소비수준이 비교적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미소매협회(NRF)에 따르면 이 기간 유통업체의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5% 감소했다. 연휴 첫날 이른바 '블랙 프라이데이'에 8.3% 증가한 데 비하면 부진하지만 고유가와 주택 침체 등의 악재를 고려하면 '선방'으로 볼 수 있다. 26일 아시아 증시가 방증이다. 추수감사절 매출이 주목을 받은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여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발 신용 경색이 불거진 이후 세계는 미국 경제의 침체를 우려했다. 여기에 국제유가 및 식료품값 급등을 비롯한 인플레이션 관측이 더해지면서 미 경제가 '스태그플래이션'(저성장 속 고물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증폭돼 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위기는 내년에 더 악화될 것"이라며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대출 규모가 3620억 달러에 달하며 대출금리 인상 여파로 연체율도 늘어날 것"이라고 분
다음달 19일 치러질 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건설교통부 공직자들의 정치권 줄대기가 한창이다. 일부 고위직의 경우 여권인 통합신당과 일정 거리를 두고 이미 야권 유력 후보에 줄을 섰다는 후문도 들린다. 심정적으로는 이해도 되고 동정이 간다. 정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자신의 공직 운명도 판가름날 수 있어서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부동산정책 상당수가 건교부 공직자들의 고민에서 나온 것이란 점을 감안할 때, 꼬인 실타래를 푸는 것 처럼 잘못된 제도나 규정을 바로 잡는 일도 이들이 해야할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앞다퉈 이뤄지는 공직자들의 권력을 향한 '해바라기 성 줄서기'가 기본적인 정책의 틀마저 완전히 뒤바꿔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정책을 둘러싸고 현 정부와 정치권간 시각차는 상당하다.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양측 간에 적잖게 날을 세우고 있다. 주택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세제책이 대표적이고 주택공급 확대책 역시 방법론적으로 차이가 크다. 정책적 시각차
"지나가는 똥개도 알 일을 교육부는 왜 몰랐답니까?"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의 말이다. 올해 처음 도입되는 '수능 등급제'를 두고 여론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요점은 "이미 예고된 혼란에 대해 교육부가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 지난 2004년 교육부는 내신(학생종합기록부)을 강화하기 위해 '수능 등급제'를 도입했다. 수능의 위상을 '자격시험' 정도로 떨어뜨려 학교수업의 정상화를 유도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 좋은 의도가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꼬여서 나타났다. 다른 학교에 뒤지지 않기 위해 '내신 퍼주기' 현상이 나타났고, 대학들은 내신에 변별력이 없다며 다시 논술과 수능에 주목했다. 교육부와 대학이 티격태격하는 동안 '모르모트'가 된 1989년생 고3 수험생들은 1학년 때는 내신, 2학년 때는 논술, 3학년 때는 다시 수능에 '올인'하는 혼란을 겪어야 했다. 수능 위상을 떨어뜨리려 했지만 돌고 돌아 오히려 위상이 강화돼 버린 것. 게다가 입시설명회마다 '논술 파괴력을
"이제 한국 반도체 산업은 비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성장이 필요합니다" 최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주덕영 부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들은 말이다. 이를 비롯해 최근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쳐 비메모리 분야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일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중심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전 세계 반도체 시장 20%를 차지하는 메모리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D램 분야에서 1992년 처음 1위로 올라선 후 15년간 단 한번도 선두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반면, 반도체 시장의 나머지 8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분야는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미개척 분야로 남아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기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도 이 때문이다. 시스템LSI로 대변되는 비메모리는 소품종 대량생산에 의존하는 메모리와는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메모리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다. 각각 PC와 휴대폰에 들어가는 비메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