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머니투데이 데스크들이 금융, 증권, 산업, IT, 정치, 경제, 사회 및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취재현장에서 갈고 닦은 날카로운 풍자와 비평을 통해 혼란스러운 세상, '중심' 잃지 않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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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권을 빼앗겨 제2의 경술국치(庚戌國恥)로 불리던 외환위기 때 우리는 “외환위기가 위장된 축복”이라는 비아냥을 가슴속에 고통으로 새겨야 했다. 한 푼이 급한 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금 모으기에 나서는 고통을 겪은 덕분으로 외환위기를 1년여만에 극복하고 탄탄한 경제체질을 만들어 냈다. 올 1/4분기 경제성장률이 6.2%에 이르고 1인당 국민소득도 2만달러를 넘보고 있다. 경제선진국 모임인 OECD 가입국답게, 그 어느 때와 견줄 수 없는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는 듯 하다. 환율이 920원대로 떨어지면 수출기업이 모두 망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어지만, 막상 920원이 돼서도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나물먹고 물마시고 북치고 장고치고 팔베개하고 누운 양상이다. 모든 게 순조로운데 한국병 운운은 왠지 쌩뚱맞아 보인다. 아무런 문제도 없는데 공연히 트집 잡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곳곳에 고질로 바뀔 수 있는 병근(病根)을 찾을 수 있다. 우선 기업가
'세컨드 게스'(second guess), '결과를 보고 비판하다'는 의미를 지닌 이 단어는 스포츠 기사에 자주 등장한다. 지난 12일 막을 내린 제70회 미국 마스터즈 골프대회에서 3위에 그친 타이거 우즈에게 이런 비판이 나왔다. 우승자 필 미켈슨에게 3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에 나선 우즈는 1~2m 거리의 이글퍼팅을 2차례, 홀을 스친 버디 기회도 3차례 놓쳤다. 프로에게 수치로 불리는 3퍼트가 3개나 됐다. 이런 퍼팅 난조가 아니었다면 우즈는 전년에 이어 그린재킷을 입을 수 있었다. 우즈는 경기 후 "퍼터를 토막내고 싶었다"고 자책했지만 승부는 이미 끝난 상태였다. '세컨드 게스'는 정책 실패나 실기 등에도 따라다닌다. 다음 대회에서 만회할 여지가 있는 운동경기와 달리 정책 결정의 오류는 돌이키기가 쉽지 않고, 파장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그 비판의 강도는 셀 수밖에 없다. 최근 '외환은행의 헐값매각 의혹' 감사 및 수사를 둘러싼 잡음이 큰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03년 외환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하게 산다. 월급이 몇 백만원인 샐러리맨들이 가난하게 사는 것은 물론 연간 소득이 1억원이 넘고 재산이 수십억원인 부자들도 스스로는 부자라고 느끼지 못한다. 한국 사람이 가난한 이유는 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쓸 돈을 없게 만드는 ‘고비용 구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소득의 절반 이상을 자녀 사교육비로 떼어낸다. 소득이 많으면 과목당 몇백만원 하는 족집게 과외를 보내고, 소득이 적으면 수강생이 북적대는 학원에 보낸다는 차이가 있을 뿐, 사교육비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가장 많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소득의 나머지 절반은 아파트 담보대출 이자로 낸다. 돈을 엄청 불리기 위한 ‘투기’가 아니라 대출받지 않으면 내 집 마련 자체가 불가능한 현실이 담보대출이란 멍에를 지우고 있다. 소득의 70% 이상이 사교육비와 주거비라는 고정비용으로 나가다보니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일에 쓸 돈이 없게 된다. 그나마 금리가 낮고 아파트
현대자동차 비자금 수사가 총수 일가를 타깃으로 급진전되면서 세간의 관심은 서초동으로 쏠려 있다. 국부유출 논란을 야기한 론스타, `금융계의 마당발'로 불리며 외환위기 이후 기업 및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관여한 김재록씨 등도 수사의 한 줄기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검찰의 행보를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자산 56조원의 재계 2위 그룹이 위기에 처했는데도 너무나 평온하다. 정작 금융시장은 검찰보다 한국은행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신임 이성태 총재의 `선제적' 움직임이 단발적 수사보다 앞으로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상하는 것같다. 이 총재는 지난 3일 취임하면서 `과감한 결정'과 `부동산시장의 불안'을 언급했다. 경제회복 기조가 흔들리지 않는 한 과열된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금리를 올리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읽힌다. 그를 지켜봐온 금융계 관계자들은 이미 예상했다는 반응들이다. 원칙주의자로 분류되는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선진화에 힘을 쏟아왔다. 그가 2003
사람은 관계의 동물이다. 어머니의 보살핌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불완전한 상태로 태어나 문상객들의 배웅을 뒤로한 채 떠날 때까지 끈과 연을 맺으며 산다. ‘사람의 됨됨이를 알려면 그의 친구를 보라’는 말처럼 어떤 사람과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인생의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 지식과 정보가 부(富)와 권력의 원천이 되고 있는 21세기에는 인맥(Human Network)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인맥지수(NQ:Network quotient)가 지능지수(IQ)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실력 있는 정치가, 고위 관료, 대기업 사장이나 은행장 등과 깊고 넓은 인맥을 갖고 있는 사람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을 발휘한다. 무리해서라도 서울 강남에 살며 자녀를 그곳 고등학교와 일류대학에 보내려고 하는 것은 힘 있는 사람들과의 인맥을 만드는데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인맥은 부자가 되는 금맥(金脈ㆍWealth Connection)이 되기도 하고, 실력자를 만드는 권
"장 마감 전 빠져 나올 수 없는 것에 투자하지 말라. 모두 거래에서 탈출구를 찾아라." 1990년대 중반 20대 미국 청년의 `일본 공략기'를 담은 논픽션 `어글리 아메리칸'(Ugly Americans)에 소개된 헤지펀드의 첫번째 투자원칙이다. 주인공 존 말콤(가명)은 미국의 명문 프린스턴대 출신으로 일본어를 전혀 모른 채 영국 베어링은행 계열의 투자회사에 취업했다. 그의 첫 사수는 20억달러의 손실을 내고 베어링을 파산으로 몰고간 닉 리슨이었다. 말콤은 결국 회사를 옮겨 헤지펀드의 거물로 불린 딘 카니 밑에서 닛케이선물 등 파생상품을 다루게 됐다. 그는 홍콩 항셍지수에 `퍼시픽 센추리 사이버웍스'(PCCW)가 편입되는 것을 계기로 불과 3분 만에 2000만달러의 차익을 챙겨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당국이 PCCW 주식을 공개매입할 것이란 일반적인 관측과 달리 장외거래를 통해 주식을 확보한다는 정보를 입수, 막판 공매도한 게 적중했다. 말콤의 일본 탈출구는 닛케이선물이었다. 그는
원숭이를 사로잡는 방법은 목이 가느다란 항아리에 향기가 좋은 바나나를 넣어두는 것이라고 한다. 원숭이는 좋아하는 것을 잡으면 죽을 때까지 놓지 않는 ‘본능’을 이용한 것이다. 사람이 다가와 자신이 잡히는 순간까지도 항아리 속에서 한 손 가득 쥔 바나나를 포기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런 원숭이의 본능을 미련하다고 혀를 찬다. 어떻게 자기가 잡혀가는 마당에 끝까지 바나나에 집착할 수 있느냐는 비아냥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본능 때문에 사로잡히고 마는 원숭이의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결과(생포)를 생각했다면 어리석은 행동(바나나에 끌려 움켜쥐는 것)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하는 경우가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대부분의 주식투자자들이 그렇다. 돈 벌겠다는 지나친 욕심 때문에 손대지 말아야 할 주식에 전 재산을 투입해 쫄딱 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70년대 말의 건설주, 80년대 말의 트로이카주, 90년대 말의 IT주 버블에 혼찌검이 났던 투자자들은 지난해 바이오주식에서 또
'중동의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는 두바이가 또한번 일을 냈다. 미국 동남부 해안의 6개 항구를 `장악'한 것이다. 두바이 손에 넘어간 항구들은 '자본의 심장'으로 불리는 뉴욕을 비롯해 뉴저지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마이애미 뉴올리언스 등에 자리잡아 경제적·군사적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이 때문에 정치인들이 안보위협을 운운하며 인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두바이는 뉴욕항 등을 직접 매입한 게 아니었다. 두바이 국영업체인 `두바이포트월드'(DPW)가 6개 항구의 운영권을 갖고 있는 `P&O'를 인수, 자연스럽게 넘겨받았다. 'P&O'가 대영제국 절정기에 설립된 영국 최대 항만 운영업체로, 이번에 165년의 역사를 접게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국인의 심기도 편치 않을 것같다. 사실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DPW가 지난달 개항한 부산신항의 운영권을 이미 쥐었기 때문이다. DPW는 지난해 미국계 항만 운영사인 CSXWT를 인수하면서 부산신항의 최대
KT&G와 아이칸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경영권 분쟁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매년 지배구조 우수기업으로 칭찬받던 KT&G가 외국 ‘기업 사냥꾼’의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공격에 너무 취약하다는 사실이 슬프다. 아이칸은 불과 6% 남짓한 지분을 확보했지만 KT&G는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호들갑이다. 외국인 지분율이 60.72%나 돼 아이칸이 우호지분을 얼마나 확보했는지 불안한 탓이다. KT&G는 서둘러 골드만삭스와 자문계약을 맺고, 우호세력을 끌어 모으는 작업에 나섰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이렇다할 위험이 없지만(知彼知己 百戰不殆)이겠지만, 적(아이칸)도 모르고 나(우호세력)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앞날이 걱정스럽다.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니...' 걱정 게다가 공격으로 인한 과실(果實)이 대부분 외국인의 손으로 돌아간다는 것도 슬프다. KT&G 주가는 지난해 10월 4만1000원대에서 15일 현재 5만6500원으로 37.8%나 올랐다. 아이칸은 이미 160
세금 논쟁에 불이 붙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양극화 해소'와 `근본적인 재원 마련 대책'을 언급한 게 빌미가 됐지만 이미 예고된 일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중기재정운용계획'을 통해 저출산·고령화 진전 등에 따라 재정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나 성장잠재력이 회복되지 못하고 과세 형평성은 미흡하다며 세제개혁을 공언했다. 당시 세제개혁의 큰 방향은 `합리화·정상화'였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혜택을 보거나 과세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에게 `합리화와 정상화'는 증세에 다름아니어서 이들의 반발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세제개혁 논의가 이제 막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점이다. 개혁이 구체화할수록 당사자의 반발이 커지면서 잡음이 확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기재정운용계획' 자료를 들춰 보자. 우선 `면세점 범위가 다자녀 가구에 불리해 가구원이 많은 가정이 유리하도록 세제를 개선하겠다'는 대목은 이미 `1·2인가구 추가공제 폐지 검토'로 가시화했다. 이에 타격을 받게 되는 맞벌이 부부들은 `
지난해 하반기에 배달민족의 눈과 귀를 끌어 모았던 2가지 일이 있었다. 하나는 ‘황우석 파문’이고 다른 하나는 ‘웰컴투 동막골’이다. 소재와 주제 및 등장인물이 전혀 동떨어진 두 가지 일을 한자리에 끌어들이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황당한 일일 것이다. 아무런 관련이 없는 두 일을 거론하는 것은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의 좋은 대조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구성의 오류’란 부분으로선 합리적인 일이 전체로 종합해보면 비합리적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가리킨다. 외환위기 직전에, 금융기관들이 다른 곳보다 먼저 대출금을 챙기려다 결국 대부분의 기업이 부도나거나 부도위기에 몰려 금융기관들마저 무더기로 부도났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황우석 파문’은 구성의 오류의 전형을 보여줬다. ‘잘 나갈 때’는 앞 다퉈 공을 차지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뭔가 틀어지기 시작하자 자기만 살기 위해 한 발 먼저 빠져나가려고 하다 모두 함께 죽는 결과를 초래했다. 반면
병술년 세초, 공부하자는 목소리가 변함없이 높다. `신바람 나게' `열린' 등의 수식어가 붙은 공부법에 `나는 이렇게 했다'는 경험담까지 공부에 관한 정보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거나 닦는다는 사전적 의미의 공부는 경험상 늘 재미있거나 쉬운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일정한 포기나 강제가 수반됐던 까닭이다. 인도의 정보기술(IT) 중심지인 방갈로르에 본부를 둔 와이프로 곳곳에는 `잊는 게 공부'(To unlearn is to learn)라는 표어가 붙어 있다고 한다. 잊음의 대상은 명백히 잘못됐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다. 이전의 허물을 고쳐 배우지 않고서는 새로운 것을 얻거나 익힐 수 없고, 구태에 대한 철저한 반성 없이는 발상의 전환이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점에서 새로운 한 해를 의욕이 앞서는 계획보다는 묵은 해에 대한 반성으로 출발해 봄직하다. 와이프로의 풍경을 전한 모간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 역시 지난해 교훈을 소재로 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