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간단한 법률상식만 알면 피할 수 있는 올해의 사건사례 발표
"무보험 상태에서 물적피해 교통사고를 냈을 경우 운전자는 어떤 처벌을 받을까" 답은 '보험 가입 여부에 관계 없이, 합의만 보면 피해자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다'이다.
"어린이를 치는 교통사고를 냈다. 어린이의 '괜찮다'는 말만 믿고 그대로 갔다면..." 이 경우는, '연락처를 안 남겼을 경우 뺑소니범으로 기소될 수 있다'가 답이 된다.
대검찰청은 21일 올해 있었던 각종 사건사고 중 간단한 법률상식만 있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사례들을 선별해 발표했다. 교통사고 처리와 사망자의 인감증명 발급, 집단행동에 나섰다 처벌된 사례 등이 포함됐다.
◇물피 교통사고는 반의사 불벌죄 = 서울에 사는 30대 후반의 A(여)씨는 자신 소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 정차해 있던 버스 뒷부분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A씨는 경찰의 기소중지(수배)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사고를 낸 시점이 자신의 보험기간 만료일로부터 이틀이 지난 뒤라는 것을 확인한 A씨가 무보험 상태인 것이 겁이나 경찰의 출석을 거부, 수배상태가 돼 버린 것. 그러나 물적피해 교통사고는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더라도 피해자와 합의만 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
인적피해나 중대 위반사건(신호위반 등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0대항목 위반 사고)과 달리 피해자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무보험 상태라서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 도주하거나 조사를 기피하면 더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 A씨는 검찰청에 출석, 이같은 경위를 설명받고 피해자인 버스회사와 합의해 공소권 없음 처분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어린이 치었다면 반드시 연락처 남겨야...= 전북에 사는 40대 초반의 B(여)씨는 초등학교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가는 11세 어린이를 뒤늦게 발견, 가벼운 접촉사고를 냈다.
B씨는 넘어진 어린이에게 다친 곳이 없냐고 물었고 '괜찮다'는 말을 듣고 별일 아니라는 생각에 현장을 떠났다. 그러나 며칠 후 어린이의 부모가 뺑소니로 신고, 졸지에 뺑소니범으로 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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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시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어 보험처리로 넘어갈 수 있는 사건이었지만 B씨는 뺑소니에 따른 유죄판결을 받게됐다. 기소한 검사는 B씨가 도주의사가 없었더라도 의사표현이 부족한 어린이를 상대로 한 사고 후 조치의무가 충실치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 역시 이를 받아들여 벌금 500만원의 유죄를 선고했다. B씨는 재판정에서 도주할 의사가 없었고 현장을 떠날 이유가 없었다며 선처를 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망자 명의 인감증명 신청도 형사처벌 = 가족이 사망한 뒤 재산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망자 명의로 인감증명서를 신청하는 경우도 형사처벌될 수 있다.
경기도에 사는 C씨여)는 지병으로 사망한 남편의 장례를 끝내고 남편 명의의 중고자동차를 처분하기 위해 남편의 위임장을 작성, 동사무소에서 인감증명을 발급받았다. 그러나 동사무소는 C씨를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동사무소에서는 사망신고가 접수되면 사망일자 이후의 인감증명발급 여부를 확인한 뒤 발급대리인에게 연락, 사용하지 않은 인감증명서는 회수하고 회수되지 않은 인감증명서가 있으면 수사기관에 일괄 고발조치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뿐 아니라 부동산 등 상속절차에 따른 처리가 번거롭다며 사망자 명의로 관련 서류를 신청하는 사례는 빈번하게 이뤄지는 범죄행위다. 이럴 경우 정상이 참작돼 대부분 기소유예 처분되지만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해 널리 홍보하는 것이 형사정책적 관심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검찰 관계자는 밝혔다.
한편 경기도 안산에서는 아파트 주민들이 인근의 주유소 신축공사에 반발, 집단행동에 나섰다가 업무방해로 고소돼 처벌된 사례가 있었다.
불법적인 실력 행사 보다는 '공사중지 가처분'이나 '건축허가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합법적인 구제절차를 우선 생각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케이스다. 이 사건과 관련, 건축주로부터 고소된 일부 주민들은 벌금 5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합법적인 구제절차를 알지 못해 불법을 저지르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공사가 설령 불법이라 하더라도 주민들이 불법적인 집단행동으로 이를 저지하면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