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과 해고… 비정규법 '명암'

정규직 전환과 해고… 비정규법 '명암'

여한구 기자
2007.06.20 13:33

대세는 분리 직군제 도입, 타 기업도 전환 이어질 듯

7월 비정규직법 시행이 임박하면서 기업에서 잇따라 정규직 전환 대책을 내놓는 등 비정규직 고용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법 적용을 받는 300인 이상 사업장 1892개소 중 비정규직을 다수 고용하고 있는 서비스·금융업종을 중심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대응방식도 기업마다 제각각이다. 직군제를 도입해 기존 비정규직을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하는 방식과 함께 신세계 처럼 기존 정규직과 차별없는 '온전한' 형식의 정규직화를 택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정규직화는 커녕 비정규직법 시행에 앞서 계약해지나 해고를 당해 하루 아침에 일터를 잃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빛과 그림자'도 명확하다.

'차별시정' 두려워 정규직 전환=비정규직법은 계약직 근로자를 2년 이상 넘어 사용하면 정규직 전환을 의무화 하고 있다. 소급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해당기업은 2년뒤인 2009년7월에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기업들은 법 시행에 앞서 분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앞다퉈 사전에 대응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차별시정' 제도가 자리잡고 있다. 이 제도 도입으로 비정규직이 동종 직종에서 근무하는 정규직에 비해 비합리적인 차별을 받았다고 느끼면 노동위원회 제소가 가능해짐에 따라 처음부터 분쟁의 싹을 제거하려는 목적이다.

정부가 비정규직법을 추진하면서 의도했던 목적이자 비정규직법의 '순기능'이기도 하다.

장의성 노동부 근로기준국장은 "어떤 식으로든 비정규직의 근로조건과 처우가 향상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이다"고 말했다.

'분리직군제' 정규직화가 대세='차별시정' 논란을 제거하기 위해 기업들이 택하는 방식은 엇갈리고 있다.

신세계의 경우는 5000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을 일괄 정규직화 하는 결단을 내렸다. 2년 미만인 직원들도 모두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시켰고, 복지 혜택도 기존 사원과 동일하게 맞췄다. 연봉제를 택해 급여체계만 일반 직원과 다르다. 이에 대해 노동계에서도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정규직화"라고 크게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신세계는 특별한 케이스로 대세는 직군제·직무군제 도입을 통한 '무기계약직' 전환이다. 이랜드 계열의 유통업체 홈에버와 우리은행이 대표적인 사례다.

비정규직의 직군을 정규직과 아예 분리해 고용은 보장하되 임금차별은 현재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큰 폭의 비용상승 부담 없이 '차별시정'을 피해갈 수 있다.

따라서 상당수 동종 업체들도 '직군제' 형식의 정규직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노동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에는 어떤 식으로 직군제을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도 급증하고 있다.

'분리 직군제' 방식의 정규직화에 대해 노동계는 '짝퉁' 정규직화라고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총 김경란 정책국장은 "현재 저임금은 그대로 둔채 임금·승진의 차별을 고착화시키는 직군제 방식은 엄밀한 의미에서 정규직화라고 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용역 전환·해고, 역작용=비정규직법이 낳은 '그늘'도 상당하다. 뉴코아의 경우는 직접 고용하는 비정규직 계산원을 없애고 외주용역으로 대체하려해 노사가 물리적 충돌을 빚는 등 홍역을 앓고 있다. 뉴코아는 이미 킴스클럽 강남점과 야탑점 비정규직 계산원 380명 전원에 대해 올해 7월 이후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금융 IT 솔루션 전문회사인 코스콤에서는 사측이 전체 인원의 75%를 아웃소싱화 하려고 하고 있다는 이유로 비정규직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방행정기관과 국립대학 등 공공부문에서도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기존 비정규직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 노동부는 비정규직법 시행이 다가오면서 소규모 기업을 중심으로 기존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일이 잦다고 보고 구체적인 사례 수집에 나섰다.

노동부 관계자는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피해를 보는 역효과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300인 이상만 우선 적용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개별 사업장에 대한 행정지도를 강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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