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극약'처방, 노·사·정 갈등 심화

이랜드 '극약'처방, 노·사·정 갈등 심화

여한구 기자
2007.07.20 11:46

이랜드 사태 되풀이될 가능성 고조

▲공권력이 투입된 20일 오전 서울 상암동 홈에버 매장에
서 경찰병력들이 노조원들을 끌어내고 있다. ⓒ뉴시스
▲공권력이 투입된 20일 오전 서울 상암동 홈에버 매장에 서 경찰병력들이 노조원들을 끌어내고 있다. ⓒ뉴시스

장기농성으로 비화된 이랜드 비정규직 사태가 20일 공권력 투입이라는 '극약 처방'으로 막을 내리게 됐지만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노·사·정 사이의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당장 민주노총은 21일부터 전 조직력을 동원해 홈에버와 뉴코아, 2001아울렛 등 전국 60개 이랜드 그룹 산하 매장에 대한 집중투쟁을 선언했다. 홈에버와 뉴코아 노조로 구성된 이랜드 노조도 비상집행부를 구성해 지속적인 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또다른 점거농성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특히 이상수 노동부 장관을 지목하면서 "노사교섭 직전에 경찰력 투입을 기정사실화해서 노사 자율교섭 분위기를 깨뜨렸다"고 맹비난하고 있어 당분간 노·정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 확실시 된다.

노동부는 비정규직법 시행 초기에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이 장관이 직접 나서 노사 교섭을 중재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으나 상황이 도리어 악화되자 "노조가 좀 양보했어야 했다"며 노동계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랜드 사태가 파국으로 종결되면서 사측의 비정규직 업무 외주화로 촉발된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산업계 현장에서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들이 비정규직과 정규직간의 과도한 차별을 금지한 차별시정 조치를 회피하기 위해 외주용역을 선택할 때마다 이랜드 사태와 같은 갈등이 반복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더욱이 외주화가 불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정규직 업무의 외주화에 대한 노·사·정 사이의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노동부는 "이랜드 그룹이 법의 취지를 외면하고 무리하게 외주화를 추진해 사태를 키웠다"고 비판했지만 경영계에서는 회사형편에 따른 합리적인 경영행위라고 맞서고 있다.

경영계의 비정규직업무 외주화 옹호는 정부 방침과도 정면으로 배치돼 경영계와 정부 사이에도 상당기간 불편한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이랜드 사태를 놓고 대리전을 펼쳐온 노·사의 반목도 커지게 됐다. 노동계는 앞으로도 비정규직 계약직의 집단해고가 뒤따르는 외주화를 막으려고 할 것이고, 경영계는 '합법적인 경경상의 선택'이라는 점을 내세워 외주화를 지지할 태세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한국노총·노동부와 "비정규직법 정착에 최선을 다한다"고 합의하고 나서 얼마안돼 정부에 즉각적인 공권력 투입을 요구하고 나서 노동계를 자극했었다.

노동부 관계자는 "비정규직법의 연착륙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나빠 안타깝다. 노사가 자기 주장만 할게 아니라 양보를 통해 비정규직을 보호하자는 법의 근본 목적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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