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 형제, 한국에서 공연한 까닭은?

독일인 형제, 한국에서 공연한 까닭은?

황국상 기자
2008.09.29 12:21

[인터뷰] 얀·렌트코 디륵스 형제 "한국적 문화의 특징은 나눔"

↑ 지난 25일 서울 안국동 아름다운카페에서, 독일인 기타리스트 
렌트코 디륵스(왼쪽)씨와 서울대에서 공연예술 전공 박사학위를 밟고 있는 
얀 디륵스 형제가 특별한 공연을 열었다. 네팔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빈농들을 
돕는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 지난 25일 서울 안국동 아름다운카페에서, 독일인 기타리스트 렌트코 디륵스(왼쪽)씨와 서울대에서 공연예술 전공 박사학위를 밟고 있는 얀 디륵스 형제가 특별한 공연을 열었다. 네팔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빈농들을 돕는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27년 전 인구가 5000명이 채 안 되는 독일의 소도시 바트 간달스하임(Bad Gandersheim). 중학교 체육교사인 아버지와 약사인 어머니는 6살, 2살짜리 두 아들을 데리고 축제에 데려갔다.

어린 형제는 장난감과 초콜릿, 과자를 보며 마냥 즐거웠다. 부모님은 아들들에게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너희들이 가지고 노는 이것들은 남아메리카에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라고 가르쳤다.

부모님은 또 "우리가 이 제품을 사면 그 사람들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그렇게,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생산한 물품을 '가격 후려치기' 없이 제값을 주고 구매해 이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대안무역(Fair Trade)'에 대해 처음으로 배웠다.

세월이 흘러 6살배기였던 형은 고향에서 수 천㎞ 떨어진 한국에서 현재 공연예술 전공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2살짜리 동생은 1년에 100여 차례 자신만의 공연을 갖는 유명 기타리스트가 됐다. 얀 디륵스(33·서울대 인문대 협동과정), 렌트코 디륵스(29) 형제의 이야기다.

형인 얀 씨는 2000년 자신이 다니던 독일 함부르크 대학과 우리나라의 한국외대 사이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가해 한 학기 동안 어학 연수를 마친 후, 2005년 다시 국비 장학생으로 한국을 찾았다. 얀 씨가 느낀 한국의 특징은 '이웃과 나누는 문화'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강릉 단오제 등 한국 문화의 면면을 공부하며 내린 그의 결론이다.

"혼자서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잖아요. 개인주의가 나쁜 건 아니지만 이기적 면모가 많으면 다양한 문제가 생깁니다. 서양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이런 모습들이 한국에서는 안 생겼으면 좋겠어요."

올해로 4년째 한국 생활,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름다운가게에서 자원봉사를 펼치며 스스로 나눔을 실천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최근 동생 렌트코 씨가 형 얀을 만나러 한국을 찾았다.

형제는 특별한 공연을 열기로 했다. 아름다운가게가 대안무역을 통해 커피원두를 들여오는 네팔 지역의 농부들을 돕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자고 의기투합한 것. 가을 분위기가 완연했던 지난 25일 저녁, 얀·렌트코 형제는 서울 안국동 아름다운카페 앞마당에서 특별한 공연을 열었다. 렌트코 씨의 신들린 듯한 연주와 얀 씨의 한국말 해설을 들으며 관객들은 흥얼거리고 박수치며 가을 저녁을 즐겼다.

동생 렌트코씨는 공연에 온 약 60명의 관객들에게, 자신이 편곡한 '턴 더 월드 어라운드(Turn the World Around)'를 연주하기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서로를 돕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 세상을 조금씩 바꿀 수 있습니다. 이해하려고만 하면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우리 한명 한명이 누구인지는 큰 의미가 없죠.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살아가는 동시대인일 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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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상 기자

머니투데이 황국상입니다. 잘하는 기자가 되도록 많이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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