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수시장 공략에 집중해야

중국 내수시장 공략에 집중해야

왕중식 CVA 서울·베이징 사무소장
2009.02.17 13:09

[기고]중국 경제 예측과 한국 기업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 온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으로, 한국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정부와 국내외 예측기관 간에 2009년 중국의 8% 성장 예측에 대해 '가능하다', '불가능하다'의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중국경제 성장률의 1% 변화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의 대략 12~13% 증감을 의미한다. 한국의 GDP대비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3.5%이고 이 중 대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21.5%임을 감안하면, 중국 경제성장수준에 따른 한국 경제의 파급효과는 매우 큼을 직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성장률은 최소 8%가 유지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쏠리게 된다. 필자는 중국판 뉴딜 사업으로 불리는 4조 위안(약 800조원)규모의 중국 내수 시장을 통해 경제 성장 목표를 달성하려는 중국 정부의 과감한 리더십과 노력으로 이것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물론, 중국경제 전반에 걸쳐 침체의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령, 최근 들어 생산기지 역할을 담당하던 기업들의 줄도산이 이어지면서 내수 시장 붕괴위협 등에 대한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북경, 상해, 광동의 대도시 중심의 소비층이 부동산과 증시 침체에도 불구하고 소비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저렴한 인건비를 위해 생산기지가 서부와 내륙지방으로 점차 이전되면서 2억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농민공(農民工)들이 그들의 출신지역에서 곧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중국정부의 빠른 정책마련 등의 조기대응이 내수시장붕괴라는 시나리오가 전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이다.

단,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중국경제 성장률이 8% 수준으로 유지된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수출입기반의 한국 기업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기업마다 그 희비가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서 직접적 완성품인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 수준이다. 나머지 90%는 중간재나 원자재이다.

즉, 중간재나 원자재를 중국에서 가공하여 중국 내수시장 공략에 경주한 기업의 경우 시장확대를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수시장 기반 없이 생산공장의 역할로서만 중국을 활용한 기업은 그 반사효과가 상대적으로 미미할 것이다.

한편, 현장에서 느낀 바는 중국 내수시장을 꾸준히 공략한 한국기업이라 하더라도 그 성과수준에 아쉬움이 크다. 즉, 중국 내수시장 지배력 확보를 위한 브랜드 가치 증대, 제품 현지화 및 유통망 구축 등의 성과를 이룬 한국기업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다. 중국에 진출한 많은 한국기업들이 위험관리 관점에서 비용 효율성과 단기적 매출 성과에 집중하였다.

가령, 국내 은행들의 경우 비록 최근 들어 현지법인화 노력이 진행 중이긴 하나, 세계 유수의 은행들이 외국인 지분 보유 한도 수준까지의 지분 참여나 현지 법인화를 빠르게 진행하여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는 반면, 한국 대부분의 은행은 지점이나 출장소 설립 및 교민과 한국기업 중심의 영업을 하는 최소한의 경영활동을 펼쳐왔다. 이는 금융 산업뿐만 아니라, 통신, 에너지, 소비재 전반에 걸쳐 몇몇 성공사례를 제외하고는 대동소이하다.

그렇다면 한국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공략의 기본 전략방향은 무엇인가? 중국정부는 내수시장진작 및 빈부격차해소를 꾀하기 위하여 소위 '샤샹(下鄕) 정책(농어민이 재화구입 시 정부가 구입가격의 일부를 직간접으로 보조해 주는 정책)'에 몰입하고 있다. 그러나 샤샹 정책에 따른 한국 대기업의 혜택은 제한적이다. 실제로 가전 샤샹정책에서 한국 기업의 제품들은 일부 저가모델을 대상으로 한정되어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대기업 중심의 한국기업들은 여전히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도시에 집중하는 것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불황기내에서 보이는 중국 소비자의 특성은 차별적 가치가 없을 경우 저렴한 상품을 선택하지만, 차별화되고 믿을 수 있는 상품인 경우 두터운 상위 가치 소비층을 중심으로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경향이 있다.

정수기나 공기청정기와 같은 한국의 선도 환경 소비재의 경우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성장세가 더디었으나, 불황기에 이러한 가치 소비 증진을 역이용한다면 빠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좋은 예이다.

한국의 중견 및 중소기업은 중국 기업과 대비하여 제품의 신뢰성과 차별성은 매우 앞서 있으면서도 대기업 대비 가격경쟁력 확보역량도 보유하고 있다. 불황기하에서는 트레이딩 다운(Trading Down) 현상이라고 하여 규모, 원가, 품질 관리를 통해 저비용으로 양질의 재화를 제공해야 하며, 또 이러한 제품을 경험해 본 소비자는 저가만 추구하지 않게 된다.

즉, 한국 중견 및 중소기업이 저렴한 가격과 양질을 동시에 추구한다면, 중국의 많은 한계 내자기업이 무너지면서 시장의 리더십을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의 백화점에도 진출해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무인양품의류회사의 경우 저렴한 친환경소재를 발굴하고 제품의 핵심가치에 집중하고 유통의 거품을 제거함으로써 불황기내에서 오히려 시장 포지셔닝에 성공하였다.

자본력이 낮은 한국의 중견 및 중소기업의 경우 고부가가치의 기술력을 중심으로 최근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중국 기업과 자본을 적극 유치하는 것을 모색하면서, 생활필수품이나 기초 경제 발전 단계에 따라 수요가 확산되는 제품에 집중하는 것을 고려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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