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격, 당혹, 상상할 수 없는 일, 망연자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던 지난달 23일. 대다수 국민들처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사들도 이 같은 표현을 써가며 '피의자 노무현'의 죽음을 애도했다.
노 전 대통령을 조사했던 검사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그의 부재를 안타까워했고 이후 계속된 수뇌부 회의는 비통함 속에서 진행됐다.
수사팀의 '충격과 당혹감'은 남달랐을 것이다.
조사가 시작되기 전 노 전 대통령과 차를 한잔 마신 이인규 중수부장, 1120호 조사실에서 직접 신문했던 우병우 중수 1과장, 언론 브리핑을 담당했던 홍만표 수사기획관.
'검찰 책임론'의 당사자로 지목되는 이들은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마저 기각되면서 '부실수사'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수사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는 노 전 대통령 소환 이전부터 나돌았다.
한 특수통 검사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진술 외에 별다른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느낌이 강하다"고 했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 했다.
되짚어 보면 노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4월30일) 이후 이뤄진 수사 과정도 '과연 저래야 했을까'라는 의문을 품게 한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결정이 계속 미뤄지더니 권양숙 여사의 재소환 검토설이 흘러 나왔고 이후에는 박연차 전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으로 수사의 방향이 틀어졌다.
그 다음에는 노 전 대통령 딸과 사위가 소환됐다. 생물처럼 살아 움직이는 게 수사라는 점을 감안하고 사안별로 나뉘어 조사가 이뤄졌다는 점을 인정해도 검찰이 전직 대통령을 덜컥 소환해 놓고 20일 넘게 '좌고우면'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잘못된 수사의 파장은 결국 임기 6개월을 남긴 검찰총장의 사퇴로까지 이어졌지만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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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아픔은 검찰 역시 컸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그들의 아픔은 국민들이 느끼는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 어떤 이유로든 검찰 본연의 임무는 부정과 비리를 수사하고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뒤늦게 "수사관행에 소홀하거나 부족한 점이 없었는지 되돌아보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과연 이번 사건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