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글로벌 옷' 입는 한국패션

[기고]'글로벌 옷' 입는 한국패션

최항도 서울시 경쟁력강화본부장
2010.04.22 13:26

서울시가 시민의 세금으로 한국 패션산업 부활의 희망가를 부르고자 2000년 가을 시작한 서울패션위크가 올해로 10년, 20회를 맞았다.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과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150여개의 디자이너브랜드가 참여하는 지금의 서울패션위크는 규모나 운영면에서 눈부신 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서울패션위크의 양적, 질적인 발전 속에 우리는 세계적인 한국 디자이너와 한국 패션 브랜드는 없다는 현실에 직면했다. 한국패션의 세계화가 문제였다.

3년 전 파리에서 파리의상조합협회장 디디에 그랑박(Didier Grumbach)을 만나 서울패션위크에 대해 소개하자 그는 "서울에 패션위크가 있는지 몰랐다. 파리입장에서는 도쿄패션위크도 진정한 컬렉션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해 무시당한 적이 있다.

지난 7년간 서울시, 업계, 디자이너들이 서울패션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이처럼 평가가 초라하다는데 절망과 실망을 안고 돌아왔다. 해외시장에서 낮은 인지도 아래 재능있는 몇몇 디자이너들이 자력으로 세계시장의 벽을 넘는다는 일이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1910년대 프랑스 파리 소규모 모자상점으로 시작한 '코코샤넬', 이태리 피렌체의 작은 구두공방에서 시작해 세계 최고 패션명가의 반열에 오른 `페라가모돴. 이들 세계 최고 패션브랜드의 공통적인 출발점은 디자이너들의 재능과 열정에 있다. 우리나라도 재능과 열정이 있는 패션인재들이 많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우리는 서울패션위크의 전환점, 서울패션의 세계화를 위한 절박함으로 받아들였고 세계로 눈을 맞춘 패션위크의 진화와 세계시장으로의 도전을 위한 디자이너 육성에 초점을 두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한국의 1세대 패션선구자들이 외국컬렉션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 우리는 비교할 수 없이 좋은 여건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적인 위상이 높아진 것은 물론 서울시는 세계디자인수도(WDC)로 선정돼 세계적으로 디자인도시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하디드가 설계한 동대문 디자인 파크 앤 플라자도 2012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세계적인 패션브랜드의 문화예술 프로젝트 '프라다 트랜스포머'를 경희궁에서 유치해 전 세계인이 서울의 디자인, 서울의 패션에 주목하게 됐다.

지난해 겨울 글로벌 브랜드 육성사업을 준비하면서 파리를 방문해 디디에 그랑박을 다시 만났다. 3년 도쿄패션위크 조차 관심없다던 그는 이제 서울과 서울의 패션디자이너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서울과 파리디자이너에 대한 교류와 서울시의 글로벌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서울은 더이상 파리와 동떨어진 변방의 패션도시가 아닌 1980년대 일본, 1990년대 벨기에처럼 세계 패션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패션도시가 됐음을 느낀다. 불과 3년 만에 변화된 우리 패션시장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가 전쟁의 폐허를 딛고 다른 나라들이 100년, 200년 만에 이룩했던 국가발전을 반세기만에 달성할 수 있었듯이 우리나라 패션산업의 발전은 가속화될 것이다. 패션업계의 단합된 에너지와 우수한 디자이너들의 열정, 서울시의 지속적인 지원이 결합한다면 작은 상점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명품브랜드로 성장하는데 50년 이상 걸린 외국과 달리 우리는 그 기간을 절반 이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번에 서울시와 우리나라의 대표 디자이너로 선발된 10인의 패션전사들은 세계 패션계에서 생존을 위한 치열한 서바이벌을 펼치게 된다. 이 젊은 디자이너들은 자긍심을 가지고 재능과 감성, 열정을 글로벌 무대에서 아낌없이 다 풀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 뒤에는 패션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드날리고 패션산업이 우리나라 경제의 견인차가 되도록 하려는 선배 디자이너와 서울시의 응원이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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