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고수를 찾아서]법무법인 태평양 강동욱 변호사

상장사를 인수한 뒤 알짜 자산을 빼돌려 껍데기 회사로 만들어놓는 `불법 기업사냥'의 수법이 날로 진화하는 양상이다. 경영진이 계열사와 부당한 거래를 하거나 자신의 빚을 떠넘기는 등의 수법으로 회사 재산을 횡령하면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져 회사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최근에는 기업 사냥꾼을 뺨치는 조폭까지 등장했다.
◇"M&A 선무당 조심해야"
법무법인 태평양의 강동욱(42·사진) 경영권 분쟁 전문 변호사는 어설픈 지식을 가지고 기업 사냥에 뛰어드는 `선무당'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 변호사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인수합병(M&A)이 활성화되고 주식거래를 통해 큰돈을 번 사람이 많아지자 M&A에 함부로 나서는 이른바 `사냥꾼'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인수합병한 회사는 경영권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상장폐지되거나 폐지 위기에 놓이게 되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그야말로 선무당이 기업 잡는 셈이다.
"향후 들어갈 방어비용을 줄이려면 거래 단계에서부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문가의 조언을 무시하고 기업 사냥꾼의 허황된 꼬임에 넘어가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됩니다. 평소 건강을 위해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분쟁 대비에 들어가는 법률 비용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경영권 분쟁 해결은 `종합예술'
강 변호사는 경영권 분쟁 해결을 `종합예술'이라고 표현한다. 경영권 분쟁 분야의 변호사는 M&A가 깨지면 출동하기 때문에 상사 소송부터 형법까지 폭넓은 법률적 지식은 물론,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이슈를 모두 꿰뚫고 있는 전문가가 돼야 한다.
강 변호사가 법관을 그만두고 변호사의 길을 택한 이유 역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였다. 그는 전문가보다 보편주의자를 지향하는 법원 조직에 흥미를 잃었다고 한다. 그는 "소송 중에서도 이슈가 가장 광범위하고 복잡해 고도의 전략으로 승부해야 하는 분야가 경영권 분쟁"이라며 "법률분쟁의 종합판으로 불리는 경영권 분쟁 소송은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만큼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
◇계약 단계부터 경영권 분쟁 가능성 차단 필요
강 변호사는 세계적인 보석 브랜드인 A사의 경영권 분쟁을 자문한 일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꼽는다. A사 제품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가지고 있었던 사장 B씨는 A사의 국내 인지도를 높여 순이익 6억원의 알짜 기업으로 키웠다. 그러자 A사의 제품을 공급하던 명품판매그룹 측은 합작을 제안해왔다.
명품판매그룹이 제시한 계약서에는 3년 뒤 B씨의 주식을 가져온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B씨는 이 독소조항을 간파하지 못한 채 계약을 체결해버리고 말았다. 해당 명품그룹은 합작회사를 설립한 뒤 A사의 경영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고가로 제품을 공급해 마진을 줄이는가 하면 홍보비용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결국 3년 뒤 A사의 누적 손실은 9억원에 달했고 B씨의 주식은 저가에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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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변호사는 B씨의 소송을 대리, 상사 가처분과 국제중재를 통해 A사를 그룹에 넘기는 대신 그룹이 B씨의 손해를 배상하도록 합의를 이끌어냈다. 강 변호사는 "A사의 사례처럼 건실한 회사를 합병해 기업을 무너뜨린 뒤 경영권을 빼앗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경우 회사를 되찾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계약체결 단계에서 분쟁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毒樹毒果' 이론 재확인 판결
`강동욱 변호사'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있다.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물은 판결의 근거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형사소송상의 `독수독과'(毒樹毒果) 이론을 재확인하고 김태환 전 제주지사의 무죄 판결을 받아낸 사건이다.
김 전 지사는 2006년 5.31 지방선거 때 공무원들과 공모해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 재판부는 모두 `압수물은 압수절차가 위법하더라도 물건 자체의 성질, 즉 형상에 변경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므로 증거능력이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김 전 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애초부터 대법원 판례를 뒤집어야 이길 수 있는 싸움이었던 것이다.
"먼저, 옛날 얘기 하나 인용합니다. 전국시대 위나라 문후가 주연을 베풀던 중 `술맛을 보지 않고 그냥 마시는 사람에게 벌주를 안기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문후가 그 약속을 어겼습니다. 그러자 공손불인은 `임금이 규약을 만들어놓고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키려 하겠습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이후 문후는 공손불인을 중용했다고 합니다. 문후와 공손불인의 일화가 있은 지 약 2500년이 지난 1963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상습 유괴 및 강간범인 어네스토 미란다가 체포 당시 묵비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고지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그 유명한 `미란다의 원칙'을 수립했습니다. 이는 모두 선각자들의 고뇌와 번민 때문일 것입니다"
강 변호사가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서는 이렇게 시작됐다. 그는 오프사이드 반칙을 범했는데도 골로 인정한 뒤 `어차피 축구공으로서의 형상은 변하지 않았다'고 심판이 판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예를 들어 형상불변론을 반박했다. 그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실체적 진실의 추구보다 훨씬 값지고 고고한 이상과 가치가 있다는 점을 선언해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대법원은 이듬해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강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 판

결은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수사기관의 관행에 제동을 건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이 소송은 우리 사법부를 선진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소송의 神' 별명도
독수독과 소송은 강 변호사에게 `소송의 신(神)'이라는 별명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는 당시 한 시간 넘도록 진행된 변론에서 메모 한 장 없이 열변을 토해냈다고 한다.
실제로 강 변호사는 타고난 달변가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의 달변에는 법관으로서의 경험이 녹아있다. 게다가 그는 업무를 마친 뒤 프리젠테이션 기술을 일대일 교습받을 정도로 노력파이기도 하다.
강 변호사는 "남을 설득시키는 일은 자신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그는 소송을 즐기는 것 같아 보였다. 법복을 벗고 소송을 대리하면서 현실과 가까워지고 싶다는 강 변호사는 "사법부에서 나와 변호사로서 대한민국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싶다"고 자신있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