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5 광복절 특사가 눈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대상과 규모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의결을 위해 지난주 열기로 했던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를 11일로 미뤘다. 최종안은 13일 임시국무회의에서 발표된다고 한다. 정기회의를 놔두고 임시회의를 열면서까지 발표를 미루는 것은 이례적이다.
8·15 특사는 현 정부의 집권 후반기 출범 이후 첫 사면이다. 따라서 이번 특사는 후반기 국정구상이 현실과 만났을 때 어떤 조합을 빚어내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다. 그만큼 대통령의 고민도 깊은 모양이다.
구체적 윤곽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기준은 정해졌다. 하나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사건에 연루된 인물은 배제한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정치적 사면은 않겠다는 것이다.
일부 기업인이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현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형이 확정된 인물들이다.
물론 정부가 원칙과 명분 없이 마구잡이식 기업인 사면을 한다면 국민적 비난에 직면할 게 뻔하다. 지나친 친기업 이미지는 국정 운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는 친서민 정책을 표방한 국정 구상과 배치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또 다른 가치는 경제 살리기다. 기업인들이 사면된다면 투자 확대로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친서민 정책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이런 긍정적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추상같은 '원칙'이 뒷받침돼야 한다. 사면은 '뒷거래'가 아니다. 대통령도 이를 잊지 말아야 하고, 기업인들도 사면을 면죄부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받은 혜택을 돌려주는 봉사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역대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오남용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재벌이라 봐주고 권력층이라 눈치 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사면은 법 질서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 원칙을 지켜야만 국민 대통합과 경제 살리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넘침도 모자람도 없는 운용의 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