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법원의 문턱 더 낮추려면

[기자수첩]법원의 문턱 더 낮추려면

김훈남 기자
2010.10.28 07:55

어느 날 70대 노부부가 기자를 찾아와 억울한 사연을 털어놓았다.

들어보니 돈 문제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원고인 이 부부가 변론기일에 참석하지 않아 일방적으로 소송이 종료됐다는 얘기다. 남편 A씨는 "몸이 아파서 변론기일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힘없는 사람을 지켜줘야 할 법원이 이래서 되겠냐"며 울분을 토했다.

책임을 따지자면 재판에 불참한 노부부의 과실이 크다. 그러나 이 부부는 원고 자격으로 두 차례 재판에 불출석하면 소송 취하의사를 밝힌 것으로 간주한다는 사실과 사정상 재판에 참여하기 어려울 땐 미리 재판부에 기일변경 신청을 해야 한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 일화는 사법 행정에 대한 인식 부족이 당사자에게 불이익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법률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소송하기 위해선 변호사 선임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강화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법원 역시 이를 고려해 올 4월 인터넷 홈페이지에 '나 홀로 소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법률 전문가 도움없이 소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절차를 안내하고 각종 서식을 지원한다. 법원청사에서는 민원실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 민원인 상담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앞의 노부부처럼 인터넷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정보 수집에 취약하다. 이런 사람을 노리는 '소송꾼'들도 존재한다.

주소지 불명 등으로 소송당사자가 관련 서류를 받을 수 없을 때 법원 게시판에 소송 내용을 게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서류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송달 제도를 악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9일 대법원 산하 법원도서관은 한글날을 맞아 판결문에 일본어식 표현, 장황한 표현을 자제하고 짧고 간결한 판결문을 작성할 수 있도록 일선 판사들에게 용례집을 배포한다고 밝혔다. 판결문 문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 눈높이에서 사건을 설명하겠다는 취지가 인상적이다.

판결문뿐 아니라 법원 행정에 대해서도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법원 안팎에서 교육적·제도적 노력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법원 행정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은 불필요한 소송을 막아 사회적 낭비를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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