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즐겁지 않다. 사그러들지 않는 구제역에 국도까지 폐쇄돼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수 없는' 상태다.
고향이 경북 안동인 하모씨는 이번 설 귀성길 걱정이 태산이다. 하씨는 "안동 일대를 지나는 동안 방역초소만 수차례 지나야 했다"며 "도로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하는데 설 때 많은 차량이 몰리면 교통정체가 극심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구미에 사는 정모씨(37)도 '봉화가는 길'이 두렵다. 정씨는 "구미에 토박이는 거의 없어 명절 때 시민들이 고향으로 가면서 도시가 텅 빈다"며 "하지만 올해는 구제역 때문에 오지 말라는 부모님이 많아 주변에서 걱정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올해는 구제역 여파로 봉화군과 안동시 등으로 가는 7번 국도 가운데 내륙지역으로 통하는 길이 폐쇄됐다. 고향으로 가기도 힘들다. 방역작업도 강하게 이뤄지고 있어 이동이 어렵다.
구제역이 극심한 경북 영양군과 안동시, 청송군 주변 주민들은 지역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외지인의 출입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 곳에 고향을 둔 노부모들은 자식들이 설에 다녀간 뒤 구제역이 행여나 더 크게 번지면, '외지에서 온 자식탓에 구제역이 더욱 창궐했다'는 누명을 쓸까 설을 쇠러 오겠다는 아들딸을 막고 있다.
전남 고흥에 사는 송모씨도 비슷한 처지다. 그는 "부모님께서 길이 막히니 내려오지 말라고 말씀하셨지만 내심 전라도까지 구제역이 퍼지진 않을까 노심초사하시는 모습"이라며 "요즘에는 설에 부모님을 뵈러 내려가는 게 맞는 건지 고민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구제역은 현재 8개 시도 63개 시군구에서 발생했다. 지난 24일에는 '청정지역'으로 불리던 경남 김해까지 구제역이 확산됐다. 설 연휴를 앞두고 구제역 확산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각 지자체들은 아예 귀성길에 오르지 말 것을 요청하고 있다. 전북도와 경북 김천시, 충남 홍성군 등은 공문을 통해 구제역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자녀들에게 귀성을 자제해줄 것을 주문했다. 경기 용인에 사는 권모씨는 "들뜬 귀성길을 기대했는데 여러모로 고향 가기가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 고속도로 요금소와 구제역 발생 지역 인근 국도에서 도로 방역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도로공사 관할 268개 요금소 중 총 237개 영업소에 247개의 방역통제소를 설치했다.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과 발생 농가 반경 10km 이내의 모든 도로에 설치된 방역초소의 수만 2523개에 이른다.
고향길에 오르려던 사람들은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설치된 방역초소로 설 연휴 극심한 교통정체가 빚어지진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각 시군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방역을 위해 모든 차량이 서행해야 하기 때문에 교통 정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