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1개 은행 키코 사기판매 '무혐의' 가닥

검찰, 11개 은행 키코 사기판매 '무혐의' 가닥

배혜림 기자
2011.03.18 07:00

검찰이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를 사기 판매한 혐의로 고발된 은행 측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로 잠정 결론내린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성윤)는 은행들이 키코 상품에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는 것처럼 기업들을 속여 계약을 유도했다는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이 콜옵션 프리미엄(가격)을 기업의 풋옵션 프리미엄보다 현저히 높게 계약을 설계하고도 풋옵션과 콜옵션의 프리미엄이 동일한 것처럼 계약서를 조작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검찰은 은행들이 기업과 키코 계약을 하면서 상품의 위험성이나 수수료 존재를 고의로 숨겼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어 사기나 기망 착오에 따른 계약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키코 계약의 사기 여부에 대한 형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손해를 본 중소기업들이 키코 상품을 판 은행을 고발한 지 1년여 만이다. 그동안 수사팀은 기소 여부를 고심해왔으나,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 취임 이후 이 같은 결론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키코란 환율이 미리 정한 범위에서 움직이면 기업이 환헤지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환율이 지정된 상한선을 넘으면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달러 등을 팔도록 약정한 파생금융상품이다.

키코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으로 환율이 급등하자 중소기업들이 손해를 보면서 불공정 논란이 일었다. 이에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해 2월과 6월 한국씨티은행·SC제일은행·외환은행·신한은행 등 11개 시중은행의 임직원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대위는 "은행들이 계약 당시 키코에 대해 수수료가 필요 없는 '제로 프리미엄' 상품이라고 설명했으나 실제로는 키코를 통해 엄청난 마진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해왔다.

또 은행이 애초 콜옵션 프리미엄에 마진·신용위험비용·관리비용 등이 포함된 사실을 밝혔다면 어떤 기업도 키코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 측은 콜옵션 프리미엄의 구체적인 내용을 기업 측에 설명했더라도 키코 계약을 체결했을 것이라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까지도 공대위와 은행 모두 각각의 주장을 입증할 추가 자료를 제출해옴에 따라 막바지 법리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달 내로 키코 사건의 최종 결론을 내리려고 노력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키코를 둘러싼 민사 재판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키코가 구조적으로 불공정한 상품은 아니라는 판결을 내리며 사실상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주식회사수산중공업(2,000원 ▲78 +4.06%)이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키코 소송의 항소심은 이날 변론재개됐다. 키코 민사재판의 첫 항소심 선고는 오는 5월31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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