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FTA하면 중소 상인은 어떻게 되나?

[법과시장]FTA하면 중소 상인은 어떻게 되나?

송기호 수륜법률사무소 변호사 변호사
2011.03.21 08:00

성북구 길음시장과 돈암시장은 대표적인 재래 시장이다. 그곳에서 5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지역 상권이 형성돼 중소 상인들이 생활하는 근거지가 됐다. 그러나 대기업의 대형슈퍼가 동네 상권마저 치고 들어오면서부터 공기가 달라졌다. 재래시장은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자영업의 나라가 된 이유=

물론 이를 소비자가 대형 슈퍼의 편리함을 추구한 데에 따른 자연적인 결과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사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한국은 미국과 다르다. 경제활동인구에서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3%대로 매우 높다. 미국의 4배가 넘는다.

그렇게 된 원인은 우리 경제에서 내수와 수출 사이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수출 중심이 되면서, 내수에 터 잡은 견실한 중소기업의 설자리가 없다. 좋은 고용을 창출하는 내수 산업이 매우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노동이 정당한 가치를 보장받지 못하고, 사람들은 자영업으로 내몰린다. 그 결과가 지금의 기형적인 자영업이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자영업 종사자 중 겨우 4분의 1 정도만이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의 대형 슈퍼가 동네의 상권마저 장악한다면, 자영업에 종사하는 중소 상인의 처지는 당장 생계유지가 어렵게 된다. 이는 단지 소비자의 선택이라고 방임하기에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다. 그리고 동네의 기업형 슈퍼라고 해서 소비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것도 아니다.

정교하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국민경제에서 내수와 수출의 균형을 회복해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내수 산업을 육성하면서 자영업의 비율을 낮춰야 한다. 이러한 순조로운 전환을 위해 자영업에 필요한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

작년 11월, 대한민국 국회는 중소상인에게 중요한 두 개의 법률을 의결했다. 이 법들은 골목 상권까지를 무차별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대기업 슈퍼마켓(SSM)으로부터 중소상인을 보호하려는 것이었다.

하나는 동네 재래 시장을 '전통 상업보존구역'으로 정해 그 500미터 거리 안에서는 대기업 수퍼마켓을 운영하지 못하게 했다.('유통법') 그리고 대기업 직영 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형태의 대기업 슈퍼마켓이 진입하려고 해 동네의 중소 상인들이 경영에 큰 피해를 입을 경우 사업조정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상생법')

◇지금의 한·EU FTA로는 안된다=

그러나 한국과 유럽연합의 자유무역협정(한·EU FTA)은 유통법과 상생법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EU FTA에는 유럽 연합 27개 나라의 유통 자본을 아무런 제한 없이 한국에 진출하도록 했다.

그러기 때문에 유통법과 상생법에 따른 조정과 규제를 할 수 없다. 유통법과 상생법이 살아남으려면 한·EU FTA의 서비스 양허표의 도매, 소매, 프랜차이즈 유통업 항목에다 유통법과 상생법에 따른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미리 기록해 둬야 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것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한·EU FTA는 세계무역기구의 서비스 협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의 유통업에 진입하고자 하는 단계의 유럽 투자자에게도 혜택을 부여한다.(7.9조, 7.11조) 결국 대기업의 대규모 슈퍼를 지금보다 더 강력히 지켜주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유통법과 상생법이 살아남을까? 한·EU FTA를 재협상해서 유통법과 상생법을 반영해야 한다. 지금의 한·EU FTA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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