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준법지원인제도, 기업부담 고려돼야

[시평]준법지원인제도, 기업부담 고려돼야

류병운 홍익대 법대 교수
2011.04.2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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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준법지원인' 제도가 도입됐다. 대통령령으로 그 범위를 정할 상장회사는 법의 준수와 적정 경영을 위해 임직원이 지켜야할 준법 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이 기준의 준수업무를 독립적으로 관장할 준법지원인을 둬야 한다. 준법지원인의 자격은 변호사와 법학교수 등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이미 많은 기업이 변호사들로 구성된 법무팀을 설치하는 마당에 다시 준법지원인을 도입하는 것은 옥상옥(屋上屋)으로 '변호사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이 거세다.

기업정보에 어둡고 내부의사결정에 참여하기 어려운 아웃사이더인 준법지원인은 결국 현재의 사외이사와 같은 명목상 자리 아니면 기업인의 위법을 방어해주는 '탈법(脫法)지원인'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변호사들은 '준법지원인' 제도를 적극 옹호한다. 단순히 목전의 비용 증가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계약 체결의 사전 검토나 분쟁의 예방을 위해 이를 잘 활용하면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라는 논리다.

물론 이 제도의 도입과 변호사 밥그릇과의 관련성은 부정한다. 그러나 변호사 1인당 국민의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4배가 넘는 현실과 청년실업이 점증적으로 만연하는 상황에는 눈을 감은 채 변호사 수의 증원 반대와 직역의 수호만을 외쳐왔던 그들이 아닌가. 애꿎게 이 제도를 국민들이 회의적으로 보고 언론이 질타 대상으로 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국내 대기업의 변칙상속, 배임과 다양한 형태의 비자금 조성에 따른 탈세 및 주주들의 피해들을 고려할 때 기업에 대한 보다 엄격한 준법 감시의 필요성은 부정하기 어렵다. 다른 한편으로 '준법지원인' 제도 도입에 따른 기업의 추가 부담과 시장에 대한 추가 규제적 측면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해답은 기업의 회계부정이 계획적·조직적으로 자행된 대표 사례인 미국 엔론 사건과 그로 말미암아 2002년 제정된 사베인-옥슬리법(Sarbanes·Oxley Act)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2001년 스캔들이 곪아터지면서 결국 파산하기 전까지 엔론은 구성원만 2만2000명에 달하고 총수입이 1000억달러를 초과하는 전력·천연가스·통신·펄프분야의 세계 선도 기업으로, '포춘'(Fortune)으로부터 6년 연속 '가장 혁신적인 미국 기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물론 엔론이 불법을 자행할 당시 기업내부통제제도, 투명회계기준, 감사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엔론 사건으로 기존 기업의 준법 감시 시스템 작동 전반에 대해 의문이 제기됨으로써 공시내용의 정확성 확보, 위법에 대한 처벌 강화와 함께 최고준법감시인(Chief Compliance Officer)의 도입을 확대하는 사베인-옥슬리법이 제정됐다.

아울러 미국 '연방양형지침'(Federal Sentencing Guideline Manual)은 최고준법감시인 등 사전 리스크 감지를 포함한 준법통제제도를 갖춘 기업이 불법으로 기소되는 경우 벌금을 80%까지 감면해주고, 이를 구비하지 않은 기업은 400%까지 가중하는 방식으로 제도의 채택을 권장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새 제도에 대한 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초기단계에는 의무 대상을 엔론과 같이 사회적 영향이 큰 대기업에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법에 규정된 준법감시인의 독립적 역할이 보장돼야 한다. 아울러 대상 기업이 아닌 기업이 이 제도를 도입하면 과실·위법행위에 대한 과징금이나 벌금을 감경해주는 인센티브로 제도의 적용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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