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신뢰'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

[광화문] '신뢰'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

박영암 부장
2011.05.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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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세계경제포험(WEF)은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를 전년보다 3단계 떨어진 22위로 발표했다. 노동시장의 효율성 등 일부 경제지표가 전년보다 개선됐지만 △정치인 신뢰(67->105위) △정부규제 부담(98->108위) △공무원 정책 편파성(65->84위) △ 범죄및폭력에 따른 기업비용(51->80위) 등은 경쟁력 하락요인으로 작용했다.

국가경쟁력 순위 하락에 경제전문가들은 자본·노동· 기술 등 인적·물적 자본이 주도하는 성장은 한계에 도달했다며 '사회적자본' 의 확충 필요성을 주장했다. 재정부도 금융위기 이후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사회적자본의 확충에 나서겠다고 화답했다.

금융위기 이후 중요성이 부쩍 강조되는 사회적자본은 사회구성원간 신뢰와 사회규범, 인적 네트워크 등 일체의 무형자산을 말한다. 이중에서도 신뢰가 가장 핵심이다. 정부정책과 금융기관, 사회지도층에 대한 믿음과 신뢰 수준이야 말로 선진국과 중진국을 가름하는 핵심 경쟁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과학벨트입지와 LH본사 이전, 동남권 신공항 선정 등을 둘러싼 중앙과 지방정부간 대립갈등,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의 고객돈 횡령, 금융감독원 직원의 각종 비리행태 등을 보면 사회적자본이 확충되기는 커녕 오히려 훼손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저축은행 사태는 '사회적자본'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이 고객돈을 마치 쌈짓돈인양 불법적으로 횡령하거나 유용했다. 이것도 모자라서 영업정지 정보를 입수, 고객보다 먼저 돈을 인출했다. 이같은 행태에서 금융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시스템에 '신뢰'를 보강해야 할 금감원 직원의 각종 비리도 일반예금자들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과거 피검기관에서 수억원을 상납받고 이들 기관에 부인의 보험상품을 파는 비행에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와 존경은 애당초 기대하기 어렵다. 아니 불신과 분노만 자아낸다. 이에 따른 사회적비용은 돈으로 환산하기 조차 힘들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금융업에서 삼성전자를 키우겠다'고 호기를 부리지만 '식언'으로 끝났던 이유를 저축은행 사태는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불신과 분노로만 가득찬 진흙탕에서 '신뢰가 생명'인 금융업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찍이 '트러스트(신뢰)의 저자인 후쿠야마는 이를 간파하고 우리나라를 '저신뢰 사회(low-trust society)'로 평가했다.

실제로 세계각국의 사회적 신뢰 수준을 측정하는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 Survey)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신뢰수준은 1989년 0.342에서 2005년 0.302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평균보다 절대수준이 낮을 뿐만 아니라 하락폭도 크다(0.374->0.352). 신뢰하락추세가 이같이 지속된다면 '글로벌 투자은행' 육성도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사회적자본의 '빈곤'은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이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툭하면 '현실논리'를 내세워 하루아침에 말과 행동을 180도 바꾸면서 사회전반에 불신과 냉소주의를 낳았다.

그나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달 초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유럽을 방문하는 자리에서 "신뢰와 원칙이라는 무형의 인프라,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지 않으면 절대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비록 늦었지만 반가운 현실진단이다. 유력 대권주자가 문제점을 지적한 만큼 사회적자본 축적 가능성이 높아서다.

국내 한 민간 경제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부패의 척결 △ 관료의 질 향상 △ 법질서 확립 △ 재산권 보호 및 경제적자유의 증진이 신뢰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 박 전대표 등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정파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이들 과제를 일관되게 추진할 경우 선진국 진입도 결코 헛된 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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