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직자를 비롯, 언론, 기업, 민간인까지 무차별적으로 사찰했다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KBS 새노조는 29일 자체 방송인 '리셋 KBS 뉴스9'를 통해 지원관실 점검1팀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작성한 사찰 보고서 2619건을 입수해 일부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총리실은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58)외에도 조현오 경찰청장, 윤장배 전 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 YTN, KBS 등 공기업, 언론,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 인사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불법 사찰을 감행했다.
이 문건들 중에는 어청수 청와대 경호처장과 강희락 전 경찰청장, 조현오 경찰청장 등에 대한 업무능력과 비위 등을 감찰한 내용의 '복무 동향 보고서'가 수십건에 달했다.
사찰은 미행, 감시 등의 방식을 통해 치밀하게 이뤄졌다. 2009년 5월 19일 한 사정기관의 고위 간부에 대한 사찰 문건에는 이 간부의 불륜 행적이 분 단위로 적혀 있다. 이 간부가 내연녀와 함께 간 장소와 시간뿐 아니라 당시 지었던 표정, 어떤 말을 했는지까지 상세히 묘사돼 있다. 이 간부는 문건이 보고된지 두 달 뒤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KBS·YTN·MBC 등 방송사 사장 및 임원 인사에 개입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2009년 8월 25일 1팀 사건 진행상황'이라는 문건을 보면 'KBS·YTN·MBC 임원진 교체방향 보고'라는 항목이 나온다. 이 보고의 담당관은 원충연 조사관, 비고에는 BH(청와대) 하명이라고 돼있다.
'KBS 최근 동향 보고 문건'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특보 출신으로 KBS 사장에 임명된 김인규 사장과 관련, "김 사장이 가장 먼저 KBS의 색깔을 바꾸고, 인사와 조직 개편을 거쳐 조직을 장악할 것"이라고 적혀있다.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 문건에는 YTN 노종면 전 노조위원장이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받은 것과 관련, 검찰에 항소하라고 건의하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또 문건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 특보 출신인 구본홍 사장의 후임 직무대행으로 선임된 YTN 배석규 전무에 대해 "취임 1개월 만에 좌편향 방송 시정 조치를 단행했다"며 "회사를 조기 안정시킬 수 있도록 직무대행 체제를 종식시키고 사장으로 임명하여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지원관실은 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출연한 '삼성 고른 기회 장학재단' 등을 뒷조사했다.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은 '삼성 X파일'사건 이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헌납한 8000여억원을 바탕으로 2006년 10월 설립된 재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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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에는 이세웅 전 한국적십자사 총재와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박규환 전 소방검정공사 상임감사 등의 이름도 적혀 있어 전 정부 인사들을 사찰한 정황도 드러났다.
앞서 검찰은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처음 불거진 2010년 김종익 전 대표와 남경필 의원에 대한 사찰만 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