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조선족 홧김에 10만원짜리 칼꺼내…

영등포 조선족 홧김에 10만원짜리 칼꺼내…

최경민 박광범 기자
2012.04.13 11:54

(상보)요리사 꿈 위해 구입한 칼에 묻힌 피… 한국은 '꿈의 땅' 아니었다

조선족 이모씨(37)는 지난해 6월 '코리안 드림'을 안고 입국했다. 두 번째였다. 2003년에 입국했다 불법체류로 2004년 추방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방문 취업비자를 취득하고 합법적으로 한국에 왔다.

중국에서는 식당 종업원, 택시운전사 등을 전전했다. 벌이는 시원치 않았다. 20대 때 다친 머리 때문에 말이 어눌하고 일이 남들보다 서툰 탓도 있었다. 결혼 생활은 이혼으로 끝났지만 노모와 아이를 위해 돈이 필요했다.

한국에서 삶은 만만치 않았다. 직업소개소를 꾸준히 찾았지만 지난 1월이 돼서야 첫 소개를 받을 수 있었다. 충청남도 아산에 있는 자동차 부품회사. 2개월 동안 일하며 400만원을 받기로 했다.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회사는 그에게 280만원만 줬다. 처음 받기로 약속한 400만원에서 120만원이나 비었다. 납득할 수 없었다. 지난 6일 영등포의 직업소개소를 다시 찾아갔다.

온순한 성격의 그였지만 울분에 목소리를 높이며 항의했다. 회사에서 일이 서툰 그에게 "해고하겠다"는 말 등을 하며 무시하던 일도 생각나 급격하게 흥분했다.

직업소개소 여직원은 "회사에서 돈을 준다고 한다" 며 "우리가 노동청에 신고해주겠다"며 달랬다. 분이 가라 앉을 찰나. 소장이 들어와서 그를 나무랐다.

"떠들지 마라. 여기는 돈 받아주는 곳이 아니다."

순간적이었다.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았던 이씨는 가방에서 흉기를 꺼내 소장의 배를 수차례 찔렀다.

이씨는 범행 전날인 지난 5일 칼을 샀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10만원을 주고 산 요리용 고급 칼. 식당 주방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다. 없는 살림에 주머니 털어 샀던 그 '칼'이다.

주거지가 없어 모든 살림을 가방에 넣고 다니던 것이 화근이 됐다. 꿈을 위해 산 요리용 칼에 피를 묻혔다.

그는 도망쳤다. 고속버스를 타고 강원도 속초로 갔다. 속초에서 다시 서울로 왔다가 부산으로 갔다. 도주 생활에 돈이 필요했던 그는 지난 10일 기장군 대변항에서 선원일자리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그곳으로 향했다.

지난 11일 대변항에서 만난 선원의 휴대폰으로 두 차례 어머니와 통화했다. 어머니도 최근 입국해 서울에서 가사도우미 일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수를 이씨에게 권유했다.

통화 사실은 경찰의 수사망에 포착됐다. 경찰은 이미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이씨의 인적사항을 확인한 후 출국정지 조치를 취했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대변항으로 강력 2개 팀을 급파했다. 이어 12일 울산해양경찰서와 공조를 통해 선원 임시 주거용 컨테이너에 숨어있는 그를 살인 혐의로 검거했다.

경찰은 현재 정확한 범행 당시 상황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피해자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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