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걸고 찾아온 한국…탈북자는 '외국인'?

목숨걸고 찾아온 한국…탈북자는 '외국인'?

성세희 기자, 정지은 유현욱
2012.04.19 07:00

[제노포비아! 다문화 사회의 赤신호]<3>

# 이모씨(26·여)는 북한을 탈출해 2년전인 2010년 한국에 왔다. 그는 최근 지하철 역에서 도둑 취급을 당해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지하철 앞에서 무료로 신문을 나눠주니까 신문은 모두 공짜인줄 알고 가판대에서 그냥 가져갔던 적이 있다"며 "그때 주인이 나를 '도둑X'라고 욕하고 경찰에 넘긴다고 했다"고 말했다. 북한 출신인 새터민이라고 사정을 설명하고 가까스로 풀려났다. 하지만 탈북자라는 사실을 밝히자 시선은 싸늘했다. 서럽고 무서웠다.

# 지난 16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재환) 피고석에 선 탈북자 김모씨(28)는 상기된 얼굴로 연신 물을 마셨다. 재판부는 함께 술을 마신 주점 여주인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씨는 북한 국경수비대에서 근무했다. 탈북 후 중국과 미얀마, 태국을 거쳐 6년 전 한국에 왔다. '남한 드림'은 순식간에 '악몽'으로 변했다.

남한에서 일자리를 구했지만 정규직은 쳐다보지도 못했다. 주변에서 바라보는 눈길은 곱지 않았다. 김씨는 "탈북자 출신이면 기초생활수급자보다 자금을 더 지원받는 것으로 아는 데 정부가 세금으로 엉뚱한 짓만 한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는 공사현장 일용직을 전전했다.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는 술자리에서 시비가 붙어 주먹다짐을 벌이거나 술값을 치르지 못해 사기죄로 경찰서를 들락거렸다. '바늘도둑'이던 김씨는 어느새 '소도둑'으로 변했다. 어느 순간 술김에 폭력을 휘두르는 게 '습관'이 됐다. 전과가 누적돼 6개월간 징역살이를 하고 지난해 10월 출소했다. 하지만 출소 두 달 만에 술김에 흉기로 사람을 찔렀다.

◇목숨 걸고 왔지만 '제노포비아' 시달려

탈북자들은 또다른 형태의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에 시달린다. 외국인은 아니지만 60년 넘게 갈라진 남북한의 벽은 그들에 대해 외국인 못지않은 '제노포비아' 스트레스를 가한다.

18일 통일부에 따르면 국내로 들어온 북한이탈주민(탈북자) 수는 2001년 1048명에서 2012년 2만3513명(3월 기준)으로 20배 넘게 증가했다. 탈북자는 해가 갈 수록 늘지만 이들의 남한 사회 적응은 외국인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소는 '2010년 통일의식조사'에서 탈북자와 조선족에 대한 한국인들의 포용성이 10점 만점에 3.79에 그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같은 민족이지만 한국인들은 분단이 이어지면서 탈북자를 사실상 '외국인'으로 평가한다는 의미다.

◇정부 지원 실효성 부족

정부 지원도 있지만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탈북자 지원예산을 별도로 편성해 국내 정착을 돕고 있다. 1997년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탈북자에게 주거 및 직업수당 등으로 1인 평균 3590만원을 지원했다. 탈북자가 늘어나면서 통일부 정착지원 예산은 해마다 증가해 올해는 1239억1590만원에 달했다. 통일부 전체 예산의 약 25%를 차지한다.

그러나 예산 지원만큼 중요한 취업지원은 미비한 상태다. 탈북자의 취업률은 국내 평균 취업률을 밑돈다. 북한인권센터 관계자는 "탈북자 가운데 절반가량은 미취업 상태"라며 "취업자도 정규직은 지난해 24%에 불과하고 48%는 일용직 근로자"라고 밝혔다.

탈북자 취업지원단체의 한 관계자는 "탈북자 말과 어투를 고쳐 남한사회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이 있다"며 "이같은 프로그램은 형식적인 도움밖에 안된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심리치료를 병행해 탈북 과정에서 느낀 정신적 외상을 고치지 않으면 남한에 적응하기 힘들지만 정부 지원대책은 이런 점을 상당부분 간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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