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서 잔혹한 살인마의 모습을 찾기는 어려웠다. 흔히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10대 청소년들이었다. 얼굴을 가리는 하얀 마스크와 손목의 수갑을 제외하면.
8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한 근린공원에 대학생 김모씨(20)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 및 시체유기)를 받고 있는 이모군(16)과 윤모군(18)이 모습을 드러냈다. 청바지와 티셔츠, 야구모자, 맨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나타난 이들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현장검증은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범행현장에 도착한 윤군은 계단 위로 올라가 사람들이 있는지 두리번거리고 마네킹의 목을 조르는 시늉을 했다. 이군은 바지 주머니에 숨기고 있던 모형 흉기를 꺼내 마네킹을 수차례 찔렀다. 둔기로 바꿔들고는 마네킹의 머리를 내려치기도 했다.
지난 1일 발생한 일명 '신촌 살인사건'은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 10대 청소년들이 계획적으로 20대 대학생을 흉기로 40여 차례나 찔러 살해했다는 점은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이보다는 가해자들이 인터넷 '사령카페'에 심취했다는 사실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번 사건이 '사령카페'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은 이군 등이 김씨와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친분을 유지하다 의견 차 등을 이유로 그를 따돌렸고, 이에 화가 난 김씨가 이군에게 사진이나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깊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서로 4~6개월에 걸쳐 알고 지냈지만 실제로 만난 것은 3~5차례에 불과했다. 대신 카카오톡 단체 채팅창을 통해 매일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서로 이름대신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별명으로 지칭했다.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의 관계를 유지한 셈이다.
반대로 보면 실제 세계에서의 '관계 맺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온라인의 '나'가 공격받거나 무시당할 경우, 자신의 존재가치를 위협받는 것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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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10대 범죄는 갈수록 늘어나고, 또 잔혹해지고 있다. 온라인게임 캐릭터의 아이템을 훔쳐갔다고 해서 실제로 폭력이 발생하고, '온라인에 네 사진을 올리겠다'는 협박이 살인까지 불러오는 게 현실이다.
이들 문화에 대해 올바른 이해와 접근 없이는 본질을 놓치게 된다. 10대들의 '건강한 관계맺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