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1기 졸업생 로클럭 100일···"연수원생보다 낫다"

로스쿨 1기 졸업생 로클럭 100일···"연수원생보다 낫다"

최우영 기자
2012.06.07 15:51

로클럭 활약상에 현직 판사들 대만족···법률지식 미달에 대한 우려 불식

서울 동부지방법원 민사12부 김수일 부장판사(47)는 최근 만만치 않은 재판을 맡았다. 중남미에 있는 '파나마' 소속 선박이 사건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것. 다행히 외국어에 능통한 이지희 재판연구원(29·여)이 하루만에 파나마 법전을 검토하고 실무자료를 번역해냈다.

김 부장판사는 "선박우선특권이 성립하는지 여부를 현지법에 기초해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이 연구원이 파나마 법률과 법적용 사례를 신속하고 상세하게 검토·제시한 덕분에 재판 심리방향을 조기에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만족했다.

로클럭(재판연구원) 제도 도입 100일이 지나면서 법원 내에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에는 사법시험과 연수원을 통과하지 않아 법률적 지식이 미비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실전 배치' 후 두각을 나타내는 연구원이 많아지면서 법원내에서 만족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판사시보보다 능력·책임감↑"

로클럭 제도를 도입하기 전 법조계 일각에서는 '업무수행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많았다. 양승태 대법원장(64)도 제도 도입 당시 "로클럭 제도를 처음 시작하는만큼 시행착오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기 로클럭은 그동안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하던 로스쿨 졸업생에 대한 '법률 지식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로클럭의 업무 보조를 받고 있는 현직 판사 대다수는 "로스쿨 졸업생에게 갖고 있던 편견을 버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의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같이 일하다보면 오히려 사법고시 출신으로 법원에서 실무수습하던 판사시보보다 나은 점이 많다"며 "수습생으로서의 성격은 거의 없이 업무 수행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만족도와 사명감도 '판사시보'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화여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서울고등법원 민사11부 로클럭으로 일하는 김현영(29·여) 연구원은 "좋아하는 분들이 나를 존중해주며 일해 잠 한숨 자지 않아도 자연스레 일에 몰두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법조인들은 로클럭과 판사시보를 단순비교하기에는 무리라는 의견도 있었다. 박모 변호사(34)는 "사법연수원 2년차에 판사시보로 법원에 나가도 판사들이 업무를 잘 주지 않는다"면서 "단순히 '업무보조'를 한다는 이유로 월급 받고 일하는 로클럭과 판사시보를 비교하는 것은 대상이 잘못됐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로클럭으로 선발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1기 졸업생 100명은 1년간 전국 법원 등에 배치돼 재판부의 업무를 돕는 전문계약직 나급 공무원 신분이다. 3월 21일부터 교육을 시작했고 4월 9일 '실전 배치'됐다. 7일 현재 선발 100일째, 업무시작 60일째다.

"로스쿨 졸업생 수준, 일괄 평가는 무리

로스쿨에 대한 법조계의 비판은 '3년 공부하고 높은 합격률의 변호사시험을 치른 졸업생들은 사법고시 출신에 비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로클럭 역시 로스쿨 졸업생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만큼 법률지식 및 현장업무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로스쿨 졸업생의 수준이 낮을 것'이라는 편견에 불을 붙인 것은 최근 진행된 대한법률구조공단 일반직 7급직원 공채시험. 지난 1일 필기시험 합격자 49명이 면접시험을 봤지만 로스쿨 졸업생은 단 한명도 없었다. 공단 관계자는 "로스쿨 출신 응시자는 모두 필기시험 관문을 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공단 내부에서는 "7급 일반직도 못 붙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상전'으로 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감돌았다. 로스쿨 출신 법무사관 후보생들이 군사교육 수료 이후 법무부 및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공익법무관으로 근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클럭과 부대끼며 업무를 진행해본 판사들은 별로 걱정이 없다는 눈치다. 판사경력 20년의 한 부장판사는 "로스쿨생이라고 다 똑같은 게 아니라 편차가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적어도 우리 지방법원에서 일하는 로클럭들은 모두 우수한 법조인이라는 판단이 든다"고 귀띔했다.

◇판사임용 이후 성과는 두고봐야···

현재까지 로클럭에 대한 동료 법조인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지만 이들이 실제로 판사임용에 지원한 이후의 성적은 속단할 수 없다.

서동칠 대법원 공보판사(39)는 "2013년부터 판사 즉시임용제도가 폐지돼 3년 이상 법조 경력을 쌓은 사람만 판사로 임용될 수 있다"며 "42명의 로스쿨 출신 검사를 따로 뽑은 검찰과 달리 판사임용은 출신별 TO(Table of Organization)를 따로 두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 판사는 "한 해 보통 100여명의 법관을 임용하는데 채용하는 해의 업무량이나 법관 수요, 사직하는 판사의 숫자에 따라 유동적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로클럭은 1년 단위 계약으로 선발한다. 1기 로클럭들은 첫 계약이 만료되는 내년 4월 8일, 1년 더 재계약해 로클럭 신분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2년 이상 계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판사임용 자격조건인 '법조 경력 3년'을 채우기 위해서는 국선변호인, 법무법인 변호사 및 개인변호사로 1년 이상의 경력을 더해야 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최우영 기자

미래산업부 유니콘팩토리에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취재합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