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고용, 새로운 대한민국 만든다]<2>-①성동글로벌경영고의 취업지원 스토리

#올해 초 산업은행에 입사한 이수지(20, 가명)씨는 최종 학력이 고졸이다. 산은이 20년 만에 부활시킨 고졸 공채를 통해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했다.
올해 2월 서울 성동글로벌경영고등학교(옛 성동여자실업고)를 졸업한 이 씨는 2011년 9월1일 고3 마지막 모의고사 보는 날 취업교육부 선생님으로부터 "산업은행이 정규직 고졸 신입행원 채용 공고를 냈다"는 말을 들었다. 이 씨는 그때까지만 해도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내신은 좋았지만 모의고사 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 걱정이 많은 때였다.
하지만 진학을 해도 또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현실을 감안, 고졸 공채 시험에 응시키로 했다. 명문대 출신들도 들어가기 힘든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이런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았다.
학교에선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이 씨를 포함해 산업은행 지원자 5명을 모아놓고 자기소개 쓰는 법부터 필기시험, 모의 면접까지 채용 프로세스에 맞게 지도했다. 7명의 취업부 선생님들은 세일즈면접, 집단면접, 토론면접 등 하루에 5시간 넘게 이들을 지도했다. 이 씨는 2개월이 넘는 기간을 취업 준비에 매달렸고 결국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이 양은 "산업은행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학교 취업 지원 시스템이 잘 돼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준비 과정에서 힘도 들었지만 목표를 갖고 도전하는 게 즐거웠다.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1년 만에 취업률 100% 상승, 학교에 무슨 일이… =지난해 산업은행 고졸 공채에 지원한 성동글로벌경영고 학생 5명 중 이 씨를 포함해 3명이 합격했다. 산업은행 고졸 공채에 응시한 전국 고등학교에서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했다.
더 눈에 띄는 건 27%에 불과했던 취업률(2010년)이 1년 새 56.8%로 껑충 뛴 것. 고3 학생 240명 중 65명에 불과했던 취업자가 1년 만에 136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 학교에선 지난 1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성동글로벌경영고는 실업계지만 취업률이 높지 않았다. 취업보다 진학을 생각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아서다. 교사들은 우선 대학에 가려고 하는 학생들이 취업 쪽으로 생각을 바꾸도록 노력했다. 실업계 학교란 특성을 살려 '선취업 후진학'이란 명확한 목표를 세웠다. 취업을 먼저하고 나중에 대학진학을 하라는 게 골자였다.
교사들은 학생들과 수시로 상담을 진행했다. 취업을 전문적으로 챙기는 취업교육부의 문도 활짝 열어 놨다. 학부모들도 적극적으로 만나 왜 취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꾸준히 했다.
독자들의 PICK!
학생들의 마인드를 진학에서 취업으로 바꾸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학부모들의 인식을 바꾸는 건 더 힘들었다. 김도영 취업교육부장은 "학부모를 대상으로 취업 설명회를 여러 차례 했고 학생들 상담도 수시로 진행했지만, 설득 작업은 쉽지 않았다"면서도 "교사들이 진정성을 갖고 왜 진학보다 취업을 해야 하는지 계속 설득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고용노동부의 '열린 고용' 정책이 나왔다. 정부가 나서 고졸채용을 장려했다. 교사들의 의욕은 더 충만해졌다. 취업 기능강화, 청년취업 진로지원, 자격증 취득 프로그램 등 체계적인 취업 지원을 통해 학생들에게 취업 마인드를 확산시켰다. 또 산학 협력 프로그램은 물론 취업처 발굴에도 열을 올렸다.
이런 노력이 통했을까. 진학대신 취업을 하겠다는 학생들이 점점 늘었다. 채용 공고가 뜨면 취업부 교사들은 해당 기업에 맞는 취업준비 자료와 설명회를 열었다. 그 결과 중소기업 위주로 취업하던 학생들이 산업은행을 비롯해 신한은행, 삼성생명, 삼성엔지니어링 등 대기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성공 사례가 속속 나오자 선생님들은 더욱 자신감이 생겼고, 학생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결국 20%대였던 취업률은 두 배 이상 껑충 뛰었고 더 많은 학생들이 취업 쪽으로 생각을 바꿨다. 덕분에 이 학교는 지난해 서울시 특성화고 평가 우수상, 전국기능경기대회 우수학교 표창, 취업기능강화 특성화고 육성사업 최우수 표창 등 취업 관련 상을 모조리 휩쓸었다.
함현주 취업지원관은 "학생과 학부모의 인식을 진학에서 취업 쪽으로 바꾸는 게 정말 중요하다"며 "대학에 들어가 취업을 준비하는 것보다,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준 게 취업률 상승에 큰 도움을 줬다"고 강조했다.

◇'취업 메카'로 떠오른 성동글로벌경영고=성동글로벌경영고는 1961년에 개교했다. 서울의 유일한 공립여자 특성화고다. 국제화, 정보화 시대가 요구하는 실력과 인성을 갖춘 창의적이고 유능한 여성CEO(최고경영자) 육성이 학교 운영 방침이다.
학생들의 소질과 특성에 맞는 맞춤식 특성화 교육은 물론 인성교육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개설, 호응을 얻고 있다.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무조건 취업시킨다는 생각으로 모든 교직원이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이 학교는 '선취업 후진학' 체제를 구축, 학생들에게 취업 마인드를 고취시켜 정부로부터 취업 우수학교 인증을 받았다.
조용간 성동글로벌경영고 교장은 "학생들이 예비 직장인으로서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내실 있는 취업교육을 통해 유능한 인재를 양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