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해도 취업은 '머나먼 꿈'

졸업해도 취업은 '머나먼 꿈'

박진영, 서진욱 기자
2012.09.19 08:10

[희망채용, 한국사회를 바꾼다] 알바하며 보낸 4년..스펙 쌓기는 '그림의 떡'

은아(가명·23)는 서울 소재 음대 3학년 재학중이다. '음대생은 돈 많은 집 자제'려니 주위에서 생각하지만 은아는 그렇지 못하다. 노래를 워낙 잘 불러 음대에 진학했지만 아버지는 농사일을 하고 어머니는 은행콜센터에서 일한다. 외국인 노동자 1명과 함께 농사짓는 아버지는 일꾼에게 주는 일당보다 적게 손에 쥔다. 은행콜센터에서 일하는 어머니의 월급은 1백만원 남짓이다. 가계 연수입은 2364만원 이하인 '소득2분위' 가정이다.

은아는 대학생활 내내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등록금과 생활비를 해결했다. 3학년인 지금까지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주유소, 편의점, 백화점, 까페, 음식점 서빙…. 한 학기 500만원대의 등록금을 해결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국가장학금도 2개씩 받으며 '숨 찬' 대학생활을 해 왔지만 등록금 감당에는 힘이 부쳤다. 이번 학기에는 처음으로 '대출'을 받았다.

음대생이지만 게임기획에서 승부를 걸고자 하는 은아는 "지금 힘들지만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며 힘을 낸다"고 말했다. 특히 요즘은 이같은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떠 있다. 최근 대기업의 '희망채용'이 '게임 기획자'의 꿈을 실현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기대해서다.

은아는 "대기업에서 저소득층 대학생을 우선 채용해주면 대기업 계열의 게임업체에서 꿈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될 것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가 크고 학비로 고생하는 학생들도 많은데 희망채용은 어려운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Y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김민재(가명)씨는 이력서를 쓸 때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경험을 묻는 항목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가정형편상 어학연수 등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는 "중학교만 마친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지만 월 250만원을 넘지 못하고 동생도 지금 대학생"이라며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비용은 고사하고 학비나 용돈도 지원해 주실 형편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대학시절을 대부분 아르바이트로 보냈다. 과외는 물론, 당일치기 노동, 그리고 주말에는 음식점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다.

또 민재씨는 "돈도 돈이지만, 가정형편을 생각할 때 최대한 빨리 졸업해 취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어학연수 등은 생각도 못했다"며 "그러다보니 이력서에 해외연수 경험을 쓰라고 할 때, 면접때 영어 스피킹테스트 등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대학생들이 취업을 준비할 때 가정형편 때문에 본의 아니게 차별을 받는 사례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해외연수가 어렵고, 또 재학중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많이 빼앗기면서 취업준비에 상대적으로 취약해지는 것. 이러다보니 부모의 경제력이 자식들에게 세습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는 이같은 세간의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직능원의 '대학 학비 조달방식과 노동시장 성과'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임금근로자 7072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학비를 부모에 의존한 경우 정규직 취업률은 70.0%였다. 하지만 스스로 학비를 조달한 경우는 63.4%, 융자에 의존한 경우 64.8%로 떨어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기업의 저소득층 대학생 채용은 대학으로부터 크게 환영받고 있다. 최기원 한양대학교 취업지원센터장은 "기업들이 저소득층 학생들 채용에 나서는 것은 다양한 사람들이 채용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업 입장에서 이윤 추구는 물론, 기업 문화의 다양성, 사회적 기여 등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이어 "취업자격, 이른바 스펙이라는 것도 해외연수 경험 여부처럼 단순화할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지원자들의 삶을 봐야 한다"며 "대학과 기업이 서로 협조해 다양한 구성원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줄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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