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책값 비싼 수준? 선진국과 비교해보니…

국내 책값 비싼 수준? 선진국과 비교해보니…

성세희 기자, 한보경 박경담
2013.01.22 15:03

소득대비 프랑스·일본 수준…베스트셀러 독식구조 깨져야

"우리나라 책값은 선진국에 비교해 과연 쌀까? 비쌀까?"

도서 구입가격을 바라보는 출판업계와 독자 간 시각차가 존재한다. 도서 구입가격이 비싸다고 느끼는 독자와 달리 출판업계는 정가에 책을 팔아도 마진율이 낮다고 주장한다. 도서정가제를 외치는 출판계와 할인가격을 포기하기 어려운 독자가 팽팽히 맞서는 실정이다.

◇할인혜택 찾는 독자 vs. 적정 마진 원하는 출판계

손영롱씨(25)는 한 달 평균 2만원 정도 여윳돈으로 책을 구입한다. 주로 인터넷서점을 이용한다. 손씨는 대학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기도 하지만 책을 소장하고픈 욕심이 있다. 나중에 11살 어린 동생에게 좋은 책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하지만 학생이라 딱히 책 구입비용을 늘리긴 어렵다.

손씨는 "물론 저자가 받아야할 금액이지만 이론서 등을 구입할 때 특히 부담스럽다"며 "가끔 신촌 등 중고책방을 들러 좋은 책이 있는지 구경하러 간다"고 말했다.

반면 출판업계는 온라인 서점 할인으로 도서정가제가 무너진다고 주장한다. 책을 팔아도 낮은 마진율로 동네서점 씨가 말랐다는 주장이다.

도진호 인문사회과학출판회 사무국장은 "동네 서점은 정가에서 10%만 할인해도 수익률이 2~3%밖에 안돼서 운영이 안 된다"며 "동네서점이 문을 닫으면 중소출판사도 판로가 막혀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GNP 대비 책값 비싸지 않아…프랑스·일본 수준

주변국가인 일본과 중국, 미국, 프랑스 도서가격을 비교했다. 도서가격은 미국을 제외하고 소득수준 대비 우리나라보다 높거나 비슷한 편이었다. 세계를 휩쓴 베스트셀러를 기준으로 산정했다.

영국 소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전권 가격(양장본)은 우리나라 인터넷서점가 2만3800원, 일본 3990엔(4만7282원)으로 집계됐다. 또한 중국은 약 44위안(7568원)이며 프랑스는 약 37유로(5만1893원)이었다. 다만 미국은 약 20달러(2만1133원)로 나타났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은 2만2489달러(2011년 기준)였으며 일본은 4만8051달러다. 중국은 5405달러, 프랑스는 4만4756달러다. 미국은 4만8653달러다.

각국의 1인당 국민소득을 100으로 환산했을때 우리나라의 책값은 106 수준이다. 일본(98) 프랑스(116)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중국에 비하면 40% 가량 싸다. 반면 미국에 비하면 두배 정도 비싼 수준이라는 것이다.

◇'싼 책' 문고판 보급은 판매량 적어 불가능

우리나라 출판사가 문고본을 만들지 않아 책 가격이 비싸다고 느끼는 독자도 있다. 문고본은 크기가 작고 가볍게 제작해 양장본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회사원 이준기씨(29)는 한 번 책을 구입할 때 많이 산다. 이씨는 독서하면서 생각나는 내용을 적고 같은 책을 여러 번 읽기 때문에 반드시 책을 사서 읽는다. 책을 한꺼번에 구입하면 마일리지가 많이 쌓여 온라인 서점을 애용한다. 석 달에 한 번 꼴로 7권에서 8권정도 사들여 약 10만원을 지출한다.

이씨는 "외국 문고본(paperback)은 2~3달러면 구입할 수 있고 다 읽은 책을 다시 되파는 시장도 많이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새 책을 중고로 팔려면 중고가격이 낮아서 책을 팔아도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양장본과 문고본 가격 차이가 컸다. 책값이 비교적 비쌌던 프랑스는 문고본 가격이 약 25유로(3만5633원)로 양장본보다 31% 가량 저렴했다. 일본 문고본은 1890엔(2만2397)이고 미국은 약 10달러(1만826원)로 양장본 가격의 절반이었다.

우리 출판업계는 여러 차례 문고본을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정민용 후마니타스 주간은 우리나라에 문고본이 없는 원인으로 책을 구입하는 독자가 적다는 걸 꼽았다. 문고본은 책을 구매한다는 독자가 많다는 전제하에 박리다매로 이윤을 남기기 때문이다.

정 주간은 "출판사 책세상 등 여러 곳에서 문고본으로 책을 출판하는 실험을 많이 했지만 마진이 대폭 줄었다"며 "마진이 적은 책은 많이 팔려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독자수가 적어서 문고본을 출판하는 것 자체가 모험"이라고 말했다.

◇베스트셀러 독식구조 깨지고 독서인구 늘어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인당 독서권수(2011년 기준)는 20.8권으로 한 달에 두 권을 채 읽지 못한다. 책을 한 달에 한 권꼴로 읽는 셈. 우리나라는 베스트셀러 등 잘 팔리는 책이 출판시장을 독식하는 형태다. 나머지 중소형 출판사에서 내놓는 책은 빛도 못보고 폐기된다.

우리나라 독서 인구는 외국보다 적은 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1년 국민독서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18세 이상 성인 독서율은 66.8%로 나타났다. 성인 10명 중 3명은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것. 책 자체를 읽지 않으니 책에 지출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지는 셈이다.

박승룡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형 출판사와 동네 서점이 고사하는 원인으로 공공도서관을 지적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은 책을 구매할 때 도서정가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출판법) 제22조 제3항에 따르면 도서관이나 사회복지시설 및 국가기관과 군부대 등이 대상이다.

박 교수는 "정부는 출판업을 육성하려는 목적으로 출판법을 입법했지만 공공기관 등에 도서정가제 예외 규정을 둬서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며 "출판업은 문화산업의 특징을 갖고 있으므로 제조업과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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