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헌재소장 후보직 내려놓을때

[기자수첩]헌재소장 후보직 내려놓을때

김정주 기자
2013.02.06 19:01

 헌법재판소장 공석이 벌써 보름을 넘었다. 지난달 21일 시작된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여야의 의견차로 청문보고서 채택은 무산됐다.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이 후보자의 석연치 않은 부분 때문이다. 특정업무경비 유용부터 자녀 특혜 취업, 대기업 협찬, 장남 증여세 탈루, 부부동반 관광 출장 등 이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고구마줄기처럼 연달아 나왔다.

 법원 구성원의 반발기류도 포착됐다. 청문회가 시작되기 며칠 전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는 법원 구성원 680여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이 후보자가 헌재소장으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89%를 차지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이 후보자는 해명자료를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비난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비난 여론이 한창인 가운데 참여연대는 이 후보자를 업무상 횡령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헌재 재판관 시절 특정업무경비 3억여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헌재소장 임명에 사실상 부적격 판정이 내려진 상황에서 정치권은 서로에게 책임 떠넘기기에 바쁜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고 청와대는 인수위와 새누리당에 책임을 돌린 채 뒷짐만 지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임명동의안을 국회 표결로 처리하자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표결 대상이 될 자격이 없는 인물"이라고 단칼에 거절했다.

 당사자인 이 후보자는 버티기에 들어갔다. 법조계에서는 지난주부터 이 후보자가 수일 내 사퇴의사를 밝힐 것이란 얘기가 돌았지만 정작 본인은 칩거하며 자진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회 표결 전에는 사퇴할 뜻이 없다"고 못박았다. '인격살인'을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국민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헌재는 우리나라 최고 헌법기관이다. 대통령 탄핵사건, 행정수도 이전사건, 종합부동산세 위헌 여부 등 국가 중대사는 헌재의 판단에 따라 결정돼왔다.

 이런 기관의 수장은 당연히 국민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인사가 맡아야 한다. 버티는 게 능사가 아니다. 후보자 스스로 끝날 줄 모르는 책임 공방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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