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인산인해'(상보)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인산인해'(상보)

황보람 김평화 박경담 한보경 기자
2013.02.25 16:54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희망이 열리는 나무" 제막식에서 복주머니에 담긴 국민의 희망메시지를 낭독하고 있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희망이 열리는 나무" 제막식에서 복주머니에 담긴 국민의 희망메시지를 낭독하고 있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새 대통령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 취임식이 열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은 역대 최고인 7만여명의 초청자와 시민들의 관심이 더해진데다, 대통령 경호와 주변 교통통제로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25일 국회의사당 일대는 이른 시간부터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날 역대 최대 인원인 7만 여명이 대통령 취임식을 찾았다.

◇취임전부터 '경비 삼엄'

국회의사당으로 향하는 도로가 전면 통제된 가운데 지선버스와 간선버스가 무료순환버스 역할을 했다. 여의도역 3번 출구에는 100여명을 훌쩍 넘는 시민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

대부분 50대 이상으로 간혹 20대도 눈에 띄었다. 여의도공원 일대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버스들도 십 여대 자리 잡고 있었다. 새벽 일찍 버스를 타고 청주에서 왔다는 이몽우(58)씨는 "원하던 분이 대통령이 됐으니 힘을 실어주기 위해 왔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취임식장 입구에는 경찰과 취임식에 입장하는 시민, 태극기와 번데기 핫도그 등을 파는 상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국회의사당 입구에는 일선 경찰서장인 총경 급 경찰 간부들이 늘어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었다.

박씨 종친회를 통해 초청장을 받았다는 박영두(72)씨는 "우리나라 최초 여성 대통령으로서 기대가 크다"며 "좀 더 잘하라는 응원의 의미로 경남 마산에서 올라왔다"고 말했다.

백마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라는 김장섭(17)군도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는 역사적인 현장에 오고 싶었다"면서 "초청장은 직접 신청해 받았다"며 뿌듯함을 나타냈다.

미국에서 목회 활동을 한다는 김선희(75) 목사는 "박 대통령의 팬"이라며 일찍이 국회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잘 하셨던 것처럼 박 대통령도 잘해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일시불통'

국회에서 취임식 행사를 마친 이후에도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은 '마비 상태'였다. 이날 버스들은 모두 '국회의사당'역을 우회해 돌아갔다. 이를 모르고 버스에 탔던 승객들은 도로 중간에서 버스기사에게 하차를 요구하기도 했다.

취임식장 일대를 지키는 경비도 삼엄했다. 취임식에는 초청장을 받은 시민들만이 엄격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 입장할 수 있었다. 경찰과 행정안전부 직원들은 국회 입구에서 △초청장 및 주민등록증 확인 △비표 교환 △보안검색의 순서로 취임식 참석자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신원 확인이 끝난 시민들은 무릎담요와 손난로를 기념품으로 받아 취임식장으로 입장했다.

수원에서 아내와 함께 취임식장을 찾았다는 송정환(73)씨는 "주머니 속의 휴대폰 등 물품을 다 꺼내서 보여줘야 했다"며 "관리하는 측에서 철저한 검색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약간 불편해도 사람이 많으니까 감내할만 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초청장 없이 취임식을 찾은 이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경기도 일산에서 온 주부 심모씨(57)는 "초청장을 신청해서 떨어졌는데 아쉬워서 왔다"며 입구에서 취임식 광경을 바라봤다.

취임식이 끝나고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 오전 11시47분부터는 지하철 9호선이 국회의사당역을 정차하지 않고 지나갔다. 경찰들은 이 무렵 국회의사당역 입구에서 출입을 통제했다.

일부는 언성을 높이며 이에 항의하기도 했다. 한 60대 남성은 "12시부터 끊겠다더니 왜 일찍 끊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난(72) 할머니는 "행사를 더 보고 싶어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으로 가려고 했다"며 난처해했다.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이 막히자 7만 여명의 인파는 '파도'를 이뤄 인근 5호선 여의도역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은 왕복 8차선 도로를 점령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신호와 관계없이 도로를 점령한 사람들 탓에 자동차들의 경적 소리와 경찰들이 부는 호루라기 소리가 뒤섞여 혼잡이 이어졌다.

취임식이 진행된 오전 11시에서 12시 사이에는 통신마비도 극에 달했다. 취임식 시작 시각부터 전화와 문자, 인터넷 서비스 모두 '먹통'이었다.

11시가 넘어가자 여기저기서 "전화가 안 된다"는 말이 들렸다. 한 중년 옆 사람 전화를 빌렸지만 모두 전파가 터지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모씨(67)는 행사 관계자들에게 "휴대전화가 왜 안 되는 것이냐"며 "이게 사람이 많아서 안 되는 건지 조치를 취해야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국회의사당 일대에 트래픽 양 폭주로 통신 장애를 문의하는 전화가 많이 왔다"며 "10시45분부터 12시30분까지 이용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중계차를 현장에 배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트래픽 폭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광화문 2부 행사에도 '밀물 인파'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 2부 행사가 진행된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는 취임을 축하하는 시민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정오가 되자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천막 3분의 2가 들어찼다. 행사장이 훤히 보이는 세종문화회관 계단에도 200명 가량이 자리를 지키고 박 대통령을 기다렸다. 대부분 50~60대 청장년층으로 대선 전 지지를 보냈던 사람들이 다시 모인 모습이었다.

오후 12시35분이 되자 붉은색 두루마기에 진청색 한복 치마를 입은 박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세종대왕 동상 앞에 놓인 '희망이 열리는 나무' 앞으로 향했다. 나무에는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복주머니가 걸려 있었다. 대통령은 흰 장갑을 낀 손으로 복주머니를 하나 꺼내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행사를 지켜본 시민들은 박 대통령에게 긍정적인 기대를 나타냈다.

최윤희(61)씨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온화한 모습을 보았고 기대가 높다"며 "친인척 비리가 없을 것 같고 약속을 꼭 지킬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이라는 김영종(27)씨도 "부패와 비리를 조심해야 다른 문제도 잘 해결될 것 같다"면서 "위에서 깨끗하게 하면 기업도 정의롭게 경영할 것 같다"는 소망을 전했다.

오후 1시쯤 박 대통령이 행사를 마치고 떠난 자리에는 잠시 혼란이 벌어졌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박 대통령이 있던 단상으로 몰려들어 남은 복주머니를 챙겨갔다. 이를 본 70대 노인은 "대통령에게 국민들이 준 것인데 왜 가져 가냐"며 호통을 쳤다.

좁은 자리에 사람들이 몰린 탓에 박 대통령을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한 어깨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학교가 끝나고 행사장을 찾았다는 대학생 손모씨(20)는 "사람들이 서로 밀어서 지켜보기 힘들었다"며 "대통령 목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아 결국 DMB를 켜고 시청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한편 일부 시민들은 박 대통령에게 요구안을 전하기 위해 피켓 시위를 벌였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공동행동' 소속 회원 5명은 대통령이 떠난 뒤에도 피케팅을 계속했다. 피켓에는 '장애 등급제 폐지', '활동 보조 24시간 보장', '부양의무제 폐지' 등 5대 요구안이 담겨 있었다.

홈리스행동 소속 박사라(29)씨와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국장은 '노숙인 문제'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박씨는 "2년 전 서울역에서 거리 노숙을 하던 이가 강제 퇴거를 당했는데 아직도 서울역 안에 못 들어가게 한다"며 "노숙인 정책이 주거지원, 일자리 정책 부분에서 개선되어야 할 것 같은데 이것을 알리기 위해서 피켓을 들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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