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위채권 무담보 CP 휴지조각될 위기…소송 땐 불완전판매 증명해야
최근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잇따라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들이 발행한 CP(기업어음)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CP는 무담보채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될 경우 사실상 휴지조각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동양그룹 계열사들은 CP와 회사채 등 1조5000억원대 무담보채권을 팔았다. 이들 채권은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에게 팔려 천문학적인 규모의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회생절차 시작되면 CP는 얼마나 보상받나=법원이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낸 기업회생절차를 받아들이면 CP 투자금 중 언제,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회수할 수 있는지는 오로지 이후 마련될 회생계획안에 달려있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은 채무를 파악하고 어떻게 이를 상환할지 계획을 세운다. 통상 이 과정에서 담보의 유무, 채권의 종류에 따라 상환방식이 달라지는데 CP를 포함한 무담보채권은 담보채권에 비해 후순위로 밀려난다.
회생계획안에 대한 의결정족수도 담보채권은 전체 가액의 3/4인데 반해 무담보채권은 2/3이다. 상대적으로 무담보채권자보다 담보채권자의 요구에 맞춰 회생계획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또 은행 등 담보채권자가 기업에 빌려준 돈을 받아가고 나면 무담보채권자에게 돌아갈 몫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CP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큰 손실을 보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로 기업회생절차 신청 직전 CP발행으로 물의를 빚은 LIG건설도 CP채무 중 30%는 이듬해부터 9년 동안 현금으로 변제하고 50%는 15년 만기 회사채, 나머지 20%는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기로 한 회생계획안을 인가받았다.
결국 30%만 현금 보장이 되는데다 이마저도 장기간 분할상환하게 돼있다. 회사채도 2026년 만기인 점과 회사의 정상화 여부가 불투명해 투자금에 대한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손실은 불어난 셈이다.
◇소송전으로 가면? 판매사 불완전판매 입증이 관건=투자자들은 동양그룹과 이들 계열사의 CP를 판매한 동양증권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소송을 낼 가능성도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동양그룹 계열사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직후 인터넷 카페 등을 만들어 집단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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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에 대한 소송은 대개 판매사를 상대로 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미 기업회생절차로 자산이 동결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더라도 피해액을 보상받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경우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행위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우리 법원은 펀드나 채권 등 투자상품 판매 시 투자자에게 상품의 특성, 원금 손실 가능성 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면 판매사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그 예로 서울고법 민사10부(부장판사 강형주)는 LIG건설 CP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김모씨(53)와 안모씨(81)가 판매사 우리투자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우리투자증권은 두 사람에게 86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리투자증권이 LIG건설 CP 투자에 관한 위험성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고객보호 의무를 위반한 만큼 투자액의 30%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같은 회사 CP에 투자했더라도 투자자가 회사의 재정 상태와 그에 대한 투자위험성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 과거 투자 경력 등을 고려해 판매사의 손해배상 여부와 그 정도를 정해야 한다는 게 우리 법원의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