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 부실은폐 의혹 등 여론악화 … 현재현 회장 재기 힘들듯

동양그룹의 사기 CP(기업어음) 발행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는 15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자택을 비롯해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 자택과 동양그룹 본사, 동양증권 등 10여개 계열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사건이 배당된 지 불과 1주일 만이다.
이날 오전 11시10분 서울 을지로 동양증권 사옥 15층에 있는 동양그룹 전략기획본부에는 검사와 수사관 10여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곧장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며 회의자료와 컴퓨터 등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현장에는 과거 전략기획본부 소속이던 임직원 10여명이 사무실을 정리하고 있었다. 전략기획본부는 임직원 50여명이 근무한 곳이지만 지난 2일 공식적으로 해체되면서 소속 임직원은 퇴사하거나 계열사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임직원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는 듯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직원 A씨도 전날에는 다른 계열사로 출근했다 이날은 물건을 정리하러 이곳에 들른 차에 수사관들을 대면하게 됐다. A씨는 "검찰 수사관들이 닥쳤지만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크게 당혹스러워하거나 당황하지는 않았다"며 "직원들이 압수수색에 잘 협조했다"고 말했다.
검찰의 기민한 행보는 직전 LIG그룹의 사기 CP 발행사건 수사와 대조된다. LIG그룹 사건은 2011년 9월 증권선물위원회가 사기 CP를 발행했다며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시작됐는데, 사건 배당에만 5개월이 소요됐다. 구자원 LIG 회장과 LIG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은 지난해 9월에야 이뤄졌다. 검찰에 고발된 이후 1년이 다 돼서야 압수수색이 이뤄진 셈이다.
다만 압수수색 시점부터 구 회장 등 총수일가 기소시점까지 걸린 기간은 불과 2개월로, 사실상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이에 따라 동양그룹 수사도 단시간 내에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 동양그룹 수사의 경우 불과 1주일 만에 전격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검찰이 확실한 정황을 확보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후계구도 등이 복잡하게 얽힌 LIG그룹에 비해 동양그룹 3세대들은 이제 막 경영에 참여, 실질적인 책임을 물을 사람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수사가 빨라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독자들의 PICK!
검찰 관계자는 "최근 재벌총수에 대해 검찰이 강도높게 수사하고 법원에서 불관용 판결이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동양그룹 수사도 압수수색을 계기로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수사 본격화로 현재현 회장의 재기 가능성에는 먹구름이 짙어졌다. 검찰은 이날 동양증권 사옥 14층에 위치한 현 회장의 집무실과 서울 성북동 현 회장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경기고, 서울대 법대를 나온 '엘리트 검사' 출신 현 회장의 사법처리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특히 일부에서는 현 회장 등이 주가조작을 하고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동양그룹 경영진이 부실을 숨기고 사기성 CP를 발행·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까지 극도로 악화됐고 직원들의 원성도 높아졌기 때문에 현 회장 등 경영진의 재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