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측 녹음파일 제공, 전화로 투자한 경우 유리할수도…
#김모씨(66·여)는 지난 3월 동양 회사채 3000만원, 4월 동양레저 기업어음(CP) 2000만원, 7월 동양인터내셔널 CP 8000만원 어치를 매수했다. 투자자산 일체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
당시 김씨는 지점 직원에게 '안정형' 자산을 원한다고 했지만 직원이 임의로 '공격투자형'으로 투자성향으로 바꾸고 동양에 투자하게 했다. 노환으로 눈이 안 좋은 김씨는 직접 투자설명서를 체크하기 보다는 직원의 말을 100% 신뢰했다.
동양사태 발생 이후 김씨는 직원에게 항의했고 투자성향 조작 등을 직원이 저질렀다는 자백을 받아 이를 녹취했다. 직원은 김씨의 동양 회사채 및 CP 투자가 자신 때문이라는 확인서도 작성해줬다.
1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김씨처럼 동양 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은 많은 사람들이 소송을 준비 중이다. CP에 대한 소송은 대개 판매사를 상대로 하게 된다. 이미 회생절차에 돌입해 자산이 동결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더라도 피해액을 보상받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판매사는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투자권유를 하는 경우 상품 내용, 위험성 등을 설명해야 하고 이를 이해했음을 확인받아야 한다. 이를 위반한 경우 판매사가 불법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돼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투자자가 소송에 나설 경우 판매사가 고객을 속였는지, 혹은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김씨의 경우 소송을 낼 경우 이길 확률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한 법률전문가는 "판매사 직원이 조작을 했다고 인정한 녹취록은 소송에서 중요하고 유력한 증거로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와 같이 명백한 증거를 가진 사람은 드물다.
신모씨(35·여)는 지난 5월 동양 회사채에 2000만원, 8월 동양인터내셔널 CP에 3200만원을 투자했다. 그는 바쁜 직장인으로 자산관리를 평소 증권사 직원에게 맡기고 있었다. 직원은 동양그룹에 투자하는 안전한 예금같은 상품이라며 전화를 걸어왔다. 신씨는 백지에 사인을 했고, 직원은 이 사인한 종이의 여백에 동양 회사채·CP 투자 내용을 프린트했다.
신씨는 동양 사태가 발생한 후 당시 직원과 작성한 계약서가 있는지 찾아봤지만 결국 이를 찾지 못했다. 직원의 불법행위를 입증할 중요한 증거를 잃어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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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동양CP 피해자들이 신씨처럼 증거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해자들은 동양그룹의 부실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들었다면 대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은 투자를 다시 고려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정에 들어서면 결국 이에 대한 입증 책임은 피해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법률전문가들은 비슷한 소송에서 피해자들이 지는 이유가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과거 환헤지옵션상품 '키코'(KIKO)로 인해 피해를 입은 많은 중소기업들 역시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주장했지만 증거가 없어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금융감독원이 지난 16일 동양 측의 녹음파일을 제공하기로 해 전화로 투자한 피해자의 경우 증거 확보가 수월해졌다. 해외 거주 피해자 등은 전화로만 동양 채권 및 CP에 투자한 경우가 많아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
한편 동양그룹 차원에서 계열사의 부실을 의도적으로 감추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향후 소송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