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위사업청 출입통제만 했어도 '치매노인' 살 수 있었다

[단독] 방위사업청 출입통제만 했어도 '치매노인' 살 수 있었다

뉴스1 제공
2014.03.05 14:00

용산동 80대 장모씨 실종신고 13일만에 방사청 텃밭서 발견

(서울=뉴스1) 전성무 기자,박응진 기자 =

서울 용산구 방위사업청 정문. 2014.3.5/뉴스1 © News1
서울 용산구 방위사업청 정문. 2014.3.5/뉴스1 © News1

치매와 파킨슨병을 앓고 있던 80대 노인이 국가보안시설인 방위사업청 내 텃밭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가운데 방사청이 이 노인의 출입을 인지하고 사전에 통제만 했더라도 장기간 방치된 채 숨지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가방호기준 다급에 해당하는 방위사업청은 군수품 조달 및 방위산업 육성 사업 등을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당연히 적용될 보안수칙에 따라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해야한다.

국가방호기준 가급에는 청와대가 포함돼 있고 안전행정부 등 부 단위 정부기관은 국가방호기준 나급에 해당한다.

하지만 방사청은 민간인이 들어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될 때까지 이 같은 사실을 알아채지도 못했고 현재까지 출입 경위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5일 서울용산경찰서와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용산구 용산동에 거주하는 장모(87)씨는 지난달 20일 낮 12시30분쯤 방사청 내 텃밭과 담 사이 V자로 패인 도랑에서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텃밭 주변을 지나던 방사청 직원이 장씨를 처음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장씨의 아들은 장씨가 시신으로 발견되기 13일 전인 같은달 7일 새벽 2시45분쯤 용산경찰서 소속 용문지구대를 찾아 "치매와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가 전날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다"며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신고를 접수하고 당일 기동타격대원 7명, 순찰차 3대에 나눠 탄 용문지구대 경찰관 6명, 용산서 실종수사전담팀 형사 14명 등 27명을 동원해 2시간동안만 수색한 뒤 수색을 중단해 버려 부실수색 논란도 제기된 상태다.

장씨가 숨진 채 발견된 방사청은 외부인은 물론 내부 직원까지 출입이 통제되는 국가보안시설이라고 한다.

방사청은 정문과 후문 외에 정문에서 50여m 떨어진 민원실 건물을 통하는 길, 직원 관사를 거치는 길 등 총 4곳으로만 출입이 가능하다.

정문은 경비실을 거쳐 전자출입증을 인식시켜야 청사 출입이 가능하고 후문은 평일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휴일은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개방하고 이 시간대 외에는 폐쇄한다.

후문은 경비를 서고 있는 청원경찰이 육안으로 출입자와 출입증 사진이 동일인물인지 확인 후 통과시키도록 돼 있어 허가받지 않은 민간인 출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장씨가 숨진 채 발견된 텃밭은 청사 정문과 후문에서 각각 200여m 떨어진 중간에 해당하는 곳에 있는데 후문에서 좀 더 가까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민원실을 통하는 길은 오후 6시 이후 출입이 통제되고 출입증 없이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관사를 거치는 길은 직원 가족들도 청사를 오가기 때문에 출입카드와 별도로 제공되는 패용증을 청원경찰에게 제시해야 통과가 가능하다.

다만 이 길은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대에 각각 1시간씩 차량이 드나들 수 있는 큰 문을 열어두고 사람이 출입하는 쪽문은 24시간 개방하고 있다. 청원경찰이 한눈을 파는 사이 이 길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방사청은 장씨의 출입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장씨가 집을 나선 지난달 6일부터 시신으로 발견된 같은달 20일까지 기록된 폐쇄회로(CC)TV를 살펴봤지만 장씨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담을 넘어 출입했을 가능성도 조사했지만 담장 높이가 2m 이상인데다 철조망까지 설치 돼 있어 치매와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80대 노인이 담장을 뛰어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검안(檢案)에서 외상도 발견되지 않아 개연성이 떨어진다.

방사청은 담장 밑 물이 흐르는 속칭 '개구멍'으로 들어왔을 가능성도 조사했지만 청사 보수작업 때 모두 막아버려 출입 흔적을 찾지 못했다.

매일 자정과 새벽 4시 하루 2차례에 걸쳐 내부 직원 2인 1조로 구성된 당직자들이 청사를 돌며 지정된 코스를 돌고 당직자용 전자식 패드를 특정 지점에 인식시키는 방식으로 순찰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장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지나가는 것은 확인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현재 장씨가 어떤 경로로 출입했는지 경찰과 함께 자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백윤형 방사청 대변인은 "현재 장씨가 어떻게 청사에 들어오게 됐는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일단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청사 CCTV 확충을 통해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안과 순찰시스템 등을 총점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간인이 국가방호기준 다급에 해당하는 시설에서 변사체로 발견되는 일이 발생한 만큼 보안상 문제에 따른 책임소재가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씨는 치매와 파킨슨병을 앓고 있어 중병환자라는 사실을 누구나 쉽게 알아챌 수 있기 때문에 방사청 측이 장씨를 조기에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등 조치를 취했더라면 장씨는 숨지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