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살롱<4>]간첩사건 증거위조 의혹 핵심증인 자살시도 배경
지난 한주 국내의 이슈가 '자살'로 쏠렸습니다. 검찰도 이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의 핵심 증인이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자살을 시도한 조선족 김모씨(61)는 중국 국적의 북한이탈주민으로 국가정보원 조력자로 일했습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국정원 직원의 부탁을 받고 싼허(三合) 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의 답변서 입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문서는 간첩 혐의를 받는 유우성씨가 2006년 5월 27일과 6월 10일 두 차례 북한에서 중국으로 왔다는 기록이 ‘전산 오류에 따른 착오’라는 변호인 측의 정황 설명서가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의 답변서 입니다.
김씨는 자살을 시도했지만 다행히 사망하지 않았고 상태도 좋아 현재 말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김씨가 생명을 끊으려 결심했을 정도의 압박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피로 쓴 '국정원', 의미하는 것은
김씨는 흉기로 자신의 목 부위를 자해했습니다. 상처에서 나오는 피로 김씨는 모텔 벽에다 '국정원'이라는 글씨를 썼습니다. 그 옆에 '국조원'(국가조작원)이라는 글씨도 있었다고 합니다.
김씨가 피로 쓴 '국정원' '국조원'이 의미하는 것이 뭘까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김씨가 자신을 희생양으로 해 배후를 숨기는 행태를 보이는 국정원에 대한 환멸과 원망 때문에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민변의 이 같은 해석은 김씨의 유서를 보면 더욱 설득력을 얻습니다. 김씨는 자살을 시도하기 전 4장의 유서를 썼습니다. 이 중 박근혜 대통령에게 쓴 유서에는 "국정원은 개혁보다 바꾸시는게 좋겠다. 지금 국정원은 '국조원'이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아들에게 쓴 유서를 볼까요. 이 유서에는 "나는 오늘까지 떳떳하게 살았다. 그런데 이제는 떳떳하게 살수 없다"며 "국정원에서 받아야 할 금액이 있다. 2개월 봉급 300x2=600만원, 가짜서류제작비 1000만원, 그리고 수고비. 이 돈은 받아서 니가 쓰면 안돼. 깨끗하게 번 돈이 아니야"고 적혀있습니다.
정치인들에 대한 충고를 제외하면 김씨의 유서는 국정원에 대한 비판과 국정원의 작업을 도왔다는 후회로 차 있습니다. 김씨는 혈서와 유서를 통해 "국정원이 잘못했다. 아예 바꿔야 한다"고 한 뒤 목숨을 끊으려 한 겁니다.
독자들의 PICK!
◇수사로 전환한 검찰, 강제수사 나서나
그동안 국정원은 김씨가 전달한 문건을 선양 한국영사관에서 근무 중인 국정원 소속 이인철 영사가 중국 관련 기관에 요청을 해 정상적으로 입수했다고 밝혀왔습니다. 그러나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문서를 임의로 작성해 관인까지 찍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국정원의 해명은 완전히 뒤집힙니다. 김씨의 유서를 보면 국정원이 문서위조를 지시했거나 문서가 위조된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사실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검찰은 김씨가 자살을 시도한지 이틀 뒤, 증거위조 의혹에 대한 조사를 수사로 전격 전환했습니다. 사실상 국정원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정원이 적용받게 될 혐의는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 공문서 위조 등입니다. 국가보안법 12조 1항은 타인을 형사처벌 받게 할 목적으로 간첩죄에 대해 무고 또는 위증을 하거나 증거를 날조·인멸·은닉한 경우 무고한 사람을 간첩죄와 같은 형량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문서 위조는 이보다 처벌 수준은 약합니다.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처벌과는 별개로 국정원은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 될겁니다. 시계를 30년 전으로 돌린 것도 아닌데, 증거를 위조해 간첩 혐의를 씌우는 일을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관심은 다시 검찰로 모입니다. 검찰이 이번 사건에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검찰이 증거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쨌든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는 국정원의 책임이 더 커보이고, 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검찰입니다.
검찰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과연 검찰이 국정원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까요. 이번에도 검찰이 국정원에 무력한 모습을 보인다면 검찰의 이름도 국정원과 함께 땅에 떨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