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원, 공안사건에 실적할당 있었다"

단독 "국정원, 공안사건에 실적할당 있었다"

이하늘 기자
2014.03.10 05:02

국가정보원이 지난 5년여 동안 공안사건 등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실적할당제를 진행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된 국정원 댓글 및 증거조작 의혹도 실적 압박에 따른 무리한 수사 및 과도한 충성경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9일 복수의 국정원 전직 직원들에 따르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취임 이후 국정원은 내부망을 통해 수치화한 각 팀별 실적을 공유토록하고, 이를 기반으로 직원들의 성과를 독촉했다.

한 전직 국정원 직원은 "원 원장 취임 이후 위에서 보험사나 영업부서처럼 각 셀 별로 성과를 도식화한 자료를 보냈다"며 "상사로부터 빈번히 성과를 낼 것을 종용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 같은 방침이 원 원장의 지시인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취임 시기와 일치한다"며 "이를 대공수사에도 그대로 적용하다보니 공안사건에서도 성과를 짜내기 위해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정황은 통계청 '범죄유형별 공안사건 처리현황'을 보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노무현 정권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 입건된 사람의 수가 크게 하락, 이명박 정부 1년차인 2008년에는 46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원 원장이 취임한 2009년 56명으로 증가하더니 정권 마지막해인 2012년에는 112명으로 늘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증가세는 계속돼 지난해에는 129명이 새롭게 입건됐다. 검찰기소 건수 역시 2008년 32명에서 지난해 94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다른 국정원 전 직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간첩사건을 포함해 사회 여론을 환기시킬만한 정보들을 갖고 있다가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적당한 시기를 조율해 이를 내놓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 인사는 "최근 국정원 발 주요 사건들이 터진 시기를 검토하면 당시 정권이나 국정원에 불리한 사건이 나온 직후"라며 "노 대통령과 이 대통령 시절에도 국정원은 그 시기를 조정하며 취득정보의 효과를 최대화 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국정원의 공안사건 관련 기소요청이 크게 늘었지만 이 가운데 미흡한 증거 등으로 인해 검찰에서 이를 되돌려 보내는 사건도 크게 늘었다"며 "국정원 직원들도 기소 건수에 대한 압박 때문에 버거워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는 또 "김대중 정권 당시에도 국정원은 남북정상회담 등 비선라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지만 국보법 폐지론자였던 노 대통령 당선 이후 대공관련 사안에서 힘을 잃었다"며 "정권이 바뀌고 직원 상당수가 자신들이 건재함을 알려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고, 원 원장 역시 국정원의 정부 지원 당위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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