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위력에 의해 기장의 정상운항 방해, 처벌조항 적용 가능"
전문가 "조 부사장, 처벌조항 적용 어려워…기장, 행정처벌 등 받아"
(서울=뉴스1) 박현우 기자 =

조현아(40) 대한항공 부사장의 항공기 내 서비스에 대한 불만으로 촉발된 이른바 '땅콩후진'과 관련해 조 부사장의 사법처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법조계와 업계에 따르면 조 부사장이 당시 항공기에 부사장 자격이 아닌 승객으로 탑승한 만큼 조 부사장에게 항공기의 안전한 운항을 위한 '승객의 협조의무'를 위반한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현행 항공보안법 23조 1항에는 "항공기 내 승객은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한 운항과 여행을 위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며 금지행위로 7가지를 적시하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발 인천행 KE086 항공기 내에서 서비스를 메뉴얼대로 제공하지 않은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내려라" 등 소리를 지르고 부사장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항공기를 '램프리턴' 시킨 조 부사장의 행위는 항공운항법 23조 1항의 1호와 7호에 대한 위반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게 업계와 법조계 판단이다.
해당 조항 1호에서는 폭언·고성방가 등 소란행위, 7호에서는 기장 등 업무를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방해하는 행위 등을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조 부사장의 행위를 항공보안법 23조에 대한 위반 행위로 보더라도 처벌은 불투명하다. 현행법에는 해당 법조항 위반 행위에 대한 벌칙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이덕우 변호사는 "항공운항법 23조 1항에 대해 처벌 규정이 빠진 건 심각한 문제"라며 "해당 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는 건 입법상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해당 법조항 위반 행위에 대한 직접적 처벌조항이 없더라도 조 부사장의 행위에 다른 벌칙조항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항공보안법 42조에 따르면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하여 정상 운항을 방해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항공보안법 2조에서 '운항'을 "승객이 탑승한 후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힌 때부터 내리기 위해 문을 열 때까지"로 정의하고 있어 조 부사장이 사무장을 나무라고 기장에게 '램프리턴'을 하도록 지시한 일련의 과정이 운항 중에 일어났다고 봐야한다는 게 이 변호사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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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당 벌칙조항을 이번 경우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윤식 청주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해당 벌칙조항은 테러 수준에 준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아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한항공 측이 공식입장을 통해 "조현아 부사장 지시가 아니라 기장과 협의된 사항"이라는 표현을 쓴 것과 관련해 정 교수는 "해당 벌칙조항은 위력에 의해 정상 운항을 방해한 경우에 해당되는데 '협의'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걸로 봐서는 '위력'이 작용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항공보안법상 벌칙조항인 42조와 '폭행·협박 또는 위계로써 기장등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사람'에 대한 벌칙조항인 43조 적용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럴 경우엔 형법상 강요죄 적용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 부사장 지시로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하고 항공기를 '램프리턴'한 기장도 행정처벌 등을 받을 수 있다.
램프리턴이란 항공기 정비상의 문제나 주인 없는 짐 또는 승객의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각적으로 해당 항공기 기장이 비행을 중지하는 특단의 조치이다.
그러나 이날 램프리턴은 한 승무원이 조 부사장에게 견과류를 '봉지째' 건넨 것이 문제가 됐기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법에 따라 승무원에 대한 지휘·감독하는 권한을 가진 기장은 램프리턴을 하거나 사무장을 '하기' 조치할 때에는 운항규정에 따라야 한다. 대한항공 측에서 만든 뒤 국토교통부의 인가를 받아 시행하는 운항규칙은 항공법에 준한 효력을 갖다.
정윤식 교수는 "램프리턴은 응급상황 등이 발생했을 때 기장의 건전한 판단에 따라 하게 돼 있는데 중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조치를 취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내 보안과 서비스를 총괄하는 사무장을 하기 조치했는데 이로 인해 승객인원 수 대비 탑승시켜야 할 승무원 수가 더 적어졌을 수도 있고 사무장 역할을 대행한 부사무장이 과연 적절한 인물이었는지 등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승무원들 각자 맡은 임무가 있는데 하기로 인해 승무원들의 임무가 변경됐다면 기장이 거기에 대해 사전브리핑·업무분장을 다시 해야하는데 이 부분도 살펴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기장의 행위에 대한 처벌은 국토부 행정심판위원회 등을 거쳐 결정된다.
국토부는 9일 3~4명의 감독관을 대한항공에 보내 관계자 인터뷰 등 사실조사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조 부사장 등 행위에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이들을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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