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사망하기 전 남긴 메모의 파장이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성 전 회장 비자금의 '전달자'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당사자들이 모두 금품수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비자금 전달자'가 특정된다면 '성완종 리스트'의 실체에 좀 더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이 작성한 메모에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10만달러,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7억원, 유정복 인천시장 3억원,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2억원, 홍준표 경남도지사 1억원, 부산시장(서병수) 2억원'이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완구 국무총리의 이름도 등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이 공개한 성 전 회장의 인터뷰에 따르면 리스트에 등장하는 8명 중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홍 지사에게 성 전 회장이 금품을 건넬 때는 제3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김 전 실장의 경우 '수행비서'가 함께 있었다고 했다. 성 전 회장은 "김 전 실장이 2006년 9월 VIP(박근혜 대통령) 모시고 독일 갈 때 10만 달러를 바꿔서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전달했다”며 “당시 수행비서도 함께 왔었다. 결과적으로 신뢰관계에서 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은 허 전 실장에게 정치자금을 줬을 때 심부름꾼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했다. 그는 "2007년 허 전 실장을 강남 리베라호텔에서 만나 7억원을 서너 차례 나눠서 현금으로 줬다. 돈은 심부름한 사람이 갖고 가고 내가 직접 주었다"고 했다.
홍 지사의 경우는 측근이다. 성 전 회장은 "2011년 홍 지사가 대표 경선에 나왔을 때 한나라당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캠프에 있는 측근을 통해 1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대해 검찰이 조사를 할 수 있다면 양 측의 주장 중 어떤 것이 사실인지 판단하기 더 쉬워질 수 있는 상황이다. 홍 지사의 측근은 신원이 어느정도 특정됐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의 수행비서나 허 전 실장의 심부름꾼의 신분은 아직 특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성 전 회장의 시신에서 발견된 메모지의 필적을 확인하는 한편 성 전 회장의 휴대폰 통화기록을 분석 중이다. 검찰은 이후 경향신문이 공개한 성 전 회장과의 인터뷰 녹취록 등을 근거로 '전달자'를 특정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이 이들에게 금품을 건넨 시기에 성 전 회장과 함께 일한 비서나 운전기사 등을 통해서도 해당 사실을 확인할 방침이다.
한편 전날 김진태 검찰총장은 차질없는 수사를 지시하며 "메모지를 작성한 경위를 확인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정부패 척결은 검찰의 사명이자 존립 근거"라며 "자원개발비리 등 수사과정에서 불행한 일이 발생한 것은 대단히 안타깝지만 자원개발비리 등 현재 진행중인 부정부패 수사를 한 점 흔들림 없이 의연하게 계속해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밝히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