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증세는 OK, 경고그림은 NO(?)…이상한 담배규제

[기자수첩]증세는 OK, 경고그림은 NO(?)…이상한 담배규제

이지현 기자
2015.04.27 06:10

"요즘 국회에서 살다시피 합니다. 의원실을 부지런히 돌며 법안이 통과돼야 할 당위성을 거듭 설명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데 변수가 워낙 많아서 확답드리기가…."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도입하는 내용이 담긴 국민건강증진법의 국회통과 전망을 묻자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가 얘기한 '변수'는 지난 2월 임시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실패담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 의원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 해당 법안을 위원회안으로 심의·의결했다. 하지만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흡연권과 행복추구권 침해"라는 견해를 내세워 소위원회 회부를 건의했고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이를 수용하면서 대체토론조차 없이 통과가 무산됐다.

증세를 위한 담뱃값 인상 법안은 일사천리로 통과시키더니 담배 판매량 감소를 위한 추가 법안에는 관심을 쏟지 않은 것이다. 실제 담뱃값 2000원 인상 법안은 정부에 2조8000억원이라는 추가 세수를 안겨줬다. 인상된 담뱃값에는 담배회사, 농가 등의 수익보전 비용 역시 포함돼 있다. 결국 담배로 먹고 사는 담배회사와 농가, 그리고 정부에게 담뱃값 인상은 '남는 장사'였다.

반면 경고그림 도입은 이들 모두에게 '밑지는 장사'다. 경고그림 도입으로 판매량이 줄면 세수입도 줄고 담배회사, 농가의 매출도 줄어든다. 담배회사는 경고그림 인쇄를 위한 추가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경고그림을 보고 담배에 접근하지 않는 청소년들, 담배를 끊는 국민들에게는 '이득'이지만, 이들이 건강해져 얻을 수 있는 '행복추구권'에 대한 고려는 국회에서 이미 잊혀져버린 듯 하다. 지난 2월 법사위의 제동으로 편의점 진열대 담배광고 노출을 막는 것도, 노래방과 당구장 등에서 불필요한 간접흡연을 막는 것도 줄줄이 멈춰 버렸다.

오는 5월1일 법사위 소위원회는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방안을 재논의 한다. 벌써부터 담배회사들이 법사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번엔 법사위가 국민들의 진정한 행복을 고려한 판단을 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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