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판례氏] 전공의 지시 어겨 '환자 사망'…간호사 '유죄'

[친절한 판례氏] 전공의 지시 어겨 '환자 사망'…간호사 '유죄'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6.06.04 10:03

[the L] 진료 보조하는 간호사는 의사 지시 따를 의무 있어

대학병원에서는 환자를 전담하여 관찰하고 치료하는 ‘주치의’를 두고 있으며, 이러한 주치의는 대개의 경우 각 진료 과의 전공의 1년차가 담당하고 있다.

수련 과정에 있는 위치의 전공의가 주치의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로 대학병원에서는 간호사들이 주치의의 의료행위에 대한 지시를 무시하고 스스로의 판단에 기해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의료행위는 환자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심각하고 중대한 결정이 필요한 행위임에도 의사에 대한 진료 보조자의 위치에 있는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다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병원과 의료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대학병원에서 전공의의 의료행위에 대한 지시를 무시한 채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의료행위를 하다 환자를 숨지게 한 간호사들에게 유죄를 인정한 대법원의 판결(2008도8606)이 있다.

X 대학교병원 간호사인 A씨와 B씨는 2005년 11월경 췌두 절제 수술을 받고 회복실을 거쳐 일반병실로 입원한 환자 C씨를 간호하게 됐다.

C씨의 주치의인 일반 외과 전공의 D씨는 간호사들에게 “C씨의 활력징후를 1시간마다 측정하고, 수축기 혈압이 90 이하이거나 160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이 60 이하이거나 100 이상인 경우에는 의사에게 알리기 바람”이라고 지시했다. 췌두 절제 수술을 한 환자의 경우는 합병증으로 출혈이 생길 수 있어 내출혈 여부 확인을 위한 활력징후 측정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A씨와 B씨는 주치의 D씨의 지시를 무시한 채 일반병실에는 환자가 많고 중환자실과는 달리 활력징후를 간편하게 측정하는 기구가 없어 개개의 환자에 대해 1시간마다 1번씩 활력징후를 간편하게 측정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이에 따르지 않았다.

특히 A씨는 중환자실이 아닌 일반병실에서는 그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2회만 측정한 채 3회차 이후 활력징후를 측정하지 않았고, A씨와 근무교대한 B씨는 자신의 근무시간 내에 4회차 측정시각까지 직접 활력징후를 측정하지 않은 채 육안으로 C씨의 상태를 살펴보기만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B씨의 4회차 측정 시각으로부터 약 10분 후 C씨의 상태는 악화돼 심폐정지상태에 빠졌고, 출혈로 인한 쇼크로 판단한 의료진이 지혈을 위한 개복수술을 시행하자 출혈이 많은 상태였다.

결국 C씨는 약 3시간이 지난 후 과다출혈로 인해 숨지고 말았다.

검찰은 C씨의 사망과 관련해 간호사 A씨와 B씨에게 주치의의 지시를 어긴 업무상 과실이 있다며 이들을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와 B씨는 피고인들이 근무하는 X 병원에서 활용하는 신규·전입간호사 교육용 자료인 ‘외과 간호사를 위한 지침서’에 기재된 대로 4시간에 1번씩만 활력징후를 측정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외과 간호사를 위한 지침서’에서 수술 후 활력징후는 4시간 간격으로 측정한다고 되어 있더라도, 이는 수술 후 활력징후가 어느 정도 안정된 다음 측정하는 간격에 대한 것이지, 안정되는 과정에서 측정하는 간격에 대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병실에 입원한 환자의 경우 활력징후가 완전히 안정되기 전에도 항상 4시간 간격으로 활력징후를 측정하는 것이 임상관행이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X 병원 간호부장 역시 이러한 업무지침서가 의사의 지시보다 앞설 수는 없다는 견해를 피력했다”며 A씨와 B씨의 주장을 배척한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활력징후가 안정된 후 1시간 간격으로 4회 측정하라는 의사 D씨의 지시는 일반병실 간호사인 A씨와 B씨에게 명시적으로 전달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출혈의 초기단계에서는 활력징후 변화 이외에 임상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환자의 임상증상 관찰로써 활력징후 측정을 대체할 수는 없어 D씨의 지시가 잘못된 내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1시간 간격으로 활력징후를 측정했더라면 출혈을 조기에 발견해 수혈, 수술 등 치료를 받고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충분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A씨와 B씨의 업무상 과실과 C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결국 A씨와 B씨는 의사의 구체적 의료 지시를 어겨 환자를 숨지게 한 죄로 업무상 과실치사 유죄를 선고받았다.

◇ 판결팁=의료법에 따라 간호사 역시 의사와 마찬가지로 의료인에 해당되지만, 그렇다고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와 의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의 영역이 구별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간호사의 경우는 간호와 의사의 진료 보조 역할을 함에 그치는 의료행위를 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가능한 의료행위의 범위가 의사에 비해 좁고 한정적이다.

그럼에도 실제로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경우, 자신보다 병원 근무 경력이 적은 전공의의 의료 지시에 따르는 것을 언짢아하거나 지시를 무시하고 임의로 다른 판단을 내려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위 판결의 경우도 간호사들이 주치의인 전공의의 지시보다 간호사들이 보는 지침서 내용을 우선하다 환자를 숨지게 한 사례였다.

위 사례에서 X 대학병원 간호부장의 진술처럼 업무지침서가 구체적 상황에 따라 판단을 내리는 의사의 지시에 우선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간호사들이 의사의 진료에 관한 지시를 무시하고 자의적인 판단을 한다는 것은 의료진에게 생명을 맡기고 진료 받는 환자들에게 큰 위해를 가져올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간호사와 의사는 같은 의료인이지만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 동등한 의료인은 아니다. 의료법에도 명시돼 있듯이 간호사는 의사의 진료 보조자로서 의사의 구체적 지시에 따라 환자를 진료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간호사가 의사의 구체적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것은 ‘업무상 과실’에 해당하며, 만약 그로 인해 환자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그 부분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 관련 조항

- 의료법

제2조(의료인)

① 이 법에서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ㆍ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한다.

② 의료인은 종별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임무를 수행하여 국민보건 향상을 이루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 확보에 이바지할 사명을 가진다.

1.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

5. 간호사는 상병자(상병자)나 해산부의 요양을 위한 간호 또는 진료 보조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건활동을 임무로 한다.

- 형법

제17조(인과관계)어떤 행위라도 죄의 요소되는 위험발생에 연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결과로 인하여 벌하지 아니한다.

제30조(공동정범)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

제268조(업무상과실ㆍ중과실 치사상)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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