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리포트][열정페이 강요 로변실무수습]② 6개월 실무수습 개선엔 공감

"영어, 일어가 능통한 수습변호사를 모십니다."
"6개월 후 채용여부에 대해서는 미정입니다."
최근 모 법무법인에서 낸 수습 채용공고다. 실무수습 제도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볼 수 있는 예다. 외국어가 가능한 경력변호사를 채용하기에는 부담되지만 업무에는 필요하기 때문에 수습 변호사를 뽑겠다는 내용이다. 외국어에 능통한 변호사를 번역사처럼 활용하면 비용을 아끼고 잘못 번역될 위험은 최소화할 수 있단 계산이다.
서울지방변호사협회는 최근 실무수습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특정 기관에 로스쿨 출신 실무연수 변호사에 대한 처우를 법정 기준에 맞도록 수정해 줄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다른 직원들과 동일한 시간을 일하면서도 무급이라고 명시한 점이 문제가 됐다.
실무수습 제도 "필요하다" vs "무의미하고 기간 너무 길어" 의견 갈려
싸게 변호사를 고용해 쓰겠다는 식으로 변질된 실무수습 제도에 대해 변호사들의 의견은 나뉜다. 실무수습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쪽에선 자격증 시험을 통과했으므로 더 이상의 수습 기간은 무의미하단 것이다. 강정규 변호사는 "재학 기간 중 실무 수습기간 연장과 실무를 배울 수 있는 강의 의무화가 필요하다"면서 "현재의 실무수습은 저년차 변호사들의 실질적 임금 저하만을 불러오고 교육도 충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부분 변호사들은 실무수습 제도는 필요하다고 봤다. 3년의 로스쿨 기간 동안 변호사의 실무를 배우기란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법정에서 변론하는 법이나 증거 조사 등 추가로 배울 것이 있다고 보는 의견이다. 다만 많은 수의 변호사들이 지금 제도는 문제가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무수습 기간이 너무 장기여서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박건령 변호사(법무법인 아테나)는 "합격자 발표 전에 미리 수습을 시작하기 때문에 6개월이 아닌 8개월, 9개월 수습하는 경우도 많다"며 "실무 수습생만으로는 사무실 운영을 할 수 없을 정도의 단기간으로 기간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매년 배출되는 수습 변호사들을 활용해 사무실을 계속 운영할 수 있다면 새로운 고용 변호사를 뽑지 않을 거란 얘기다.
별도 감독 기관 도입·사법연수원 활용 등 제도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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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의 인터뷰에서 "실무수습 제도는 필요하지만 제도를 의무화한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며 "변호사 실무수습 의무 제도에 대해 폐지 의견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무수습 제도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현행 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가 따른다. 그렇다면 최소한 현재의 실무수습 제도를 어떻게 개선하는 것이 좋을지 법조계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다.
지금처럼 수습 기관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문제라며 별도의 감독기관이나 자세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단 의견도 있다. 조원익 변호사(법무법인 소명)는 "실무수습 취지에 맞게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수습기관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는지 등을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한 변호사(법무법인 유스트)는 "실무수습 기관의 선정 기준을 엄격하게 정하고 어떤 내용으로 교육을 했는지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제출하게 해야 한다"며 "노동력 착취에 대해서는 진정 제도를 도입하고 법무부나 대한변협에서 실효성 있는 감사를 실시해 부적격 기관에 대해서는 지정철회 등 제재가 필요하다"고 봤다.
일각에선 사법연수원 시설을 활용해 실무수습 제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원도 사법시험 폐지후 연수원 활용을 고민하는 만큼 로스쿨제도 하에서 변호사 실무연수 담당기관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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