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현탁 신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
공직퇴직 후 카지노협회 부회장으로 '어두운 면' 체험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건물에서 올해 6월22일 새롭게 센터의 책임을 맡게 된 황현탁 원장을 만났다.
30년 이상을 공직에 종사한 그는 도박과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아 온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도박을 직접 해봤냐"는 질문에 그는 밝게 웃음 지으며 "그냥 뭐랄까, 놀이보다는 조금 심하게 해봤다"고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영남대학교 법정대학에 재학 중이던 그는 1974년 행정고시에 최연소로 합격한 뒤 2008년까지 공무원으로 한 길만을 걸어왔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비교적 평탄한 삶이었다.
하지만 공직에서 퇴임하면서 그는 '도박'이라는 분야를 '조금 심하게 해본 놀이'가 아닌 '업무'로써 처음 접하게 됐다. 카지노협회의 부회장으로 임명된 것이다.
여기서부터 그의 새로운 도박이 시작됐다. 그는 카지노협회에서 여러 종류의 도박을 두루 살펴봤고 그 안에서 도박의 '어두운 면'을 봤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의 휘황찬란한 불빛 뒤, 그리고 마카오의 눈부신 호텔 뒤에는 어두운 뒷골목이 있었다. 그는 도박산업이 아무리 번창한다 해도 시민들의 삶은 오히려 피폐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느꼈다.
이 경험을 통해 그는 도박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돕기로 결심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도박과 관련한 자료들을 수집하고 차곡차곡 정리해 나갔다. 또 사비를 털어 각종 세미나와 포럼에 참석하며 연구를 계속했다. 이를 바탕으로 도박과 관련한 도서를 3권이나 써냈다.
황 원장은 이같은 연구와 집필과정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남을 위해 무언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도박 공부에 많은 투자를 했다"며 "그런 면에서 보면 나의 도박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라고 말했다.
이같이 자신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과거 그가 "조금 심하게 해봤다"던 일상에서의 도박 결과는 어땠을지 모르겠으나, '연구와 집필과정을 계속한' 인생에서의 도박 결과는 충분히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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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황현탁 원장과의 일문 일답
-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언론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도박문제에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됐나?
▶공직을 퇴직하면서 카지노협회에 부회장으로 임명이 돼서 갔다. 거기서 카지노만 본 게 아니라 도박과 관련한 제도라든지 다른 분야의 도박까지 훑어보았다. 그러면서 또 카지노 현장에도 가봤는데 그곳에서 사회의 어두운 면을 봤다. 돈을 잃고 가정이 파탄 나고 이런 부분을 보게 된 것이다.
외국에 가서도 그런 부분을 눈여겨봤다. 라스베이거스에 가도 겉은 휘황찬란하지만 뒷골목은 어두운 면이 많다. 마카오에 가보면 해안가에 새로 지은 카지노도 많지만 조금만 들어가면 쓰러져 가는 집들도 많다. 도박사업이 번창한다고 해서 주민들의 생활 수준 나아진다고 볼 수 없었다.
- 그동안 다양한 책을 썼다. 집필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사실은 뭐를 읽거나 보거나 어디를 방문하거나 공부하거나 하면 블로그를 통해 그 내용을 기록한다. 나는 블로그를 빨리 시작한 편이었다. 2005년부터 했으니까. 그곳에 관심 있는 부분 등재 해놨다가 그것을 모으고 가필해서 뽑아내면 책이 된다.
지금까지 쭉 그래 왔고, 근무하면서도 자료가 될 만한 것들을 수집해왔다. 해외에 나가 있으면 해외 자료 중 관심 있는 내용은 따로 모아서 가지고 있는다. 이렇게 특별히 책을 쓰겠다는 게 아니라 자료를 모으다 보니 축적돼서 책이 되곤 했다.
- 도박문제 전문가인데 실제로 도박을 해본 적 있나?
▶과거에 많이 했다. 고스톱도 많이 했고, 도박 공부하기 전에도 많이 했다. 슬롯머신도 하고. 그렇게 심각하게 해보지는 못했으나, 그냥 뭐랄까 놀이보다 조금 심하게 해봤다.
- 자신의 인생 중에 도박이 있었다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름대로 공부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1차 시험에서 대학에 떨어져서 영남대를 갔다. 그런데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다. 그래서 공무원에 합격하고 도박에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 자신에게 있어서 '도박' 이란?
▶오늘 이 시점에서 보면 나의 도박은 성공했다. 나는 정말 이 자리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책도 쓰고 개인 돈도 들이면서 현장도 가보고 했는데 결국 내가 오고 싶었던 자리에 올 수 있었다. 내가 도박 공부를 해온 측면에서 보면 나의 도박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프로 도박사가 되겠다고 했던 게 아니고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았나 하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준비하고 했는데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자리에 왔다는 게 좋다. 참으로 보람된 일이다.
- 인생의 도박에서 승리했다고 보나?
▶사실 일상에서 도박은 우연에 좌우된다. 하지만 내가 이야기하는 도박은 그런 우연에 의지하는 도박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인생에서 도박은 자기 능력을 키우고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생의 도박은 일상에서 도박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내가 인생의 도박에서 승리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뭔가 남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에는 성공한 것 같다.
-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소개해 달라.
▶기본적으로 센터는 도박중독을 예방하고 중독된 사람들을 치유해 회복에 이르도록 돕는 기관이다. 정책과 관련된 일은 각 정부기관들이 하고, 우리가 하는 것은 국민이 도박의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언론매체를 통해서 광고·홍보도 하고, 학교 선생님이라든지 군의 정훈장교들을 교육시켜 우리를 대신해서 소속된 학생이나 군인에게 도박의 폐해를 강조하고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다.
우리가 그런 일을 모두 다 할 수 없으니까 지역에서 예방활동을 할 수 있는 기관과 약정을 통해 관련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네트워킹 역할을 하고 있다.
- 센터의 역할이 도박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 있나?
▶사실 도박문제는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도박을 허용해서 발생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런 문제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거에는 그런 일을 하는 기관이 없었다.
돈만 벌었지 책임지는 기관이 없었는데 이제 생긴 것이다. 그렇게 기관이 설치돼서 3년 차에 들었다. 충분하지 않다는 질책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해서 한사람이라도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기관은 영원히 사람들에게 지적받을 수밖에 없는 기관이다. 국가에서 병을 줬으니 해결하라고 지적받을 수밖에 없는 기관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 최근 불법 스포츠도박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으며 쉽게 단속하기도 힘들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 서버를 둔 곳과 실제로 운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럽 등 온라인 도박이 허용되고 있는 곳의 서버를 통해 한국 사람이 베팅할 수 있도록 돼있기 때문에 어떻게 단속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접속을 차단해야 하는데 접속 차단도 쉽지 않은 일이다.
돈의 흐름도 너무나 복잡하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의 스포츠도박 사업자들도 한국의 스포츠를 중계한다. 한국 사람들에게 베팅하게 하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단속을 해도 끝이 없다. 우리는 감독권 없는 기관이라 예방하고 치유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정책에 대해서 뭐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정부도 단속하고 싶어도 힘든 면이 있다. 잡아넣고 몰수하고 해도 잘 안되고 있는 것이다. 기술발전이 이점도 있지만 이런 어두운 면도 있다.
- 신임 원장으로서의 포부나 계획은?
▶이 자리는 남을 배려하는 자리라고 본다. 포부라기 보다는 이 자리에서 열심히 일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배려하고 보살피는 그런 일을 하도록 하겠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정상적 삶을 영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 도박문제 예방과 치유를 돕는 일, 우리 센터가 설립된 고유의 목적을 위해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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