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 리포트] 법률가들, '폐지'입장 다수지만 개인치부 SNS폭로 등 부작용 우려 목소리도 있어


최근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상당수 법률가들도 이에 대한 찬성의견을 밝히고 있어 20대 국회에서 그간 논란이 컸던 명예훼손과 모욕에 관한 형사처벌 규정이 근본적으로 뀔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법전문가들도 폐지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사실 적시로도 충분히 상호 비방이 가능하고 때론 치명적인 경우가 있기 때문에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여전하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표현의 자유 보장법'이라는 별칭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형법에는 허위사실은 물론이 '사실'을 적시한 행위와 모욕행위도 형사처벌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로 인해 정부의 정책, 공직 비리 등에 대한 국민의 자유로운 의견제시·비판·여론형성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는 것이 금 의원의 주장이다.
◇헌재, 사실적시 명예훼손 '합헌'결정 내렸지만
지난 2월 25일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등에서 사실을 적시해 명예훼손한 경우 처벌하는 조항에 대해 7대 2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개정 전)으로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현재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돼 있다.
당시 반대의견을 낸 김이수·강일원 재판관은 "지나치게 진실한 사실에 대한 표현행위를 규제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가 제약당하고 있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특히 징역형까지 가능한 현재의 처벌정도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는 과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재의 합헌 결정으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 기조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선 법원에서도 개인간의 명예훼손 사건에서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에 대해 위법성을 조각해 무죄판결을 내리는 하급심 판결이 늘고 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도 지난해 11월 우리나라에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권고해, 2019년까지 해당 조항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법전문가들 "폐지해야…표현의 자유가 더 중요"
독자들의 PICK!
변호사들도 폐지에 무게를 두는 이들이 더 많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이 10명의 변호사에게 의견을 구한 결과 그 중 8명이 폐지입장에 섰다. 전문가들은 명예 보호보다는 표현의 자유에 무게를 두거나 해외에서도 처벌사례가 드물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박대영 변호사(법무법인 이현)는 "사회적 평가를 저해시킬 만한 사실이라면 비록 그것이 진실한 것이라도 모두 객관적 구성요건에 해당하도록 규정해 지나치게 진실한 사실에 대한 표현행위를 규제하는 건 표현의 자유를 심대히 침해하는 것"이라며 "명예를 보호받을 권리가 자기 표현의 자유보다 반드시 중요한 가치라고 보기도 힘들다"고 주장했다.
정현우 변호사(법률사무소 현율)는 "과거부터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비범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며 "언론을 통제하는 일종의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기 때문에 비범죄화 주장은 강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특히 명예와 사실의 인식이라는 개념이 상당히 모호하거나 주관적이기 때문에 그 처벌이 때에 따라 일반인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많은 이들의 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기소권 남용할 우려도
세계적으로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는 점도 여러 번 지적됐다. 국제사회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측면에서 비범죄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승한 변호사(법무법인 유스트) 역시 "영국에서는 이미 폐지됐고 미국에서도 몇몇 주 이외에는 폐지되었거나 실제 기소를 하지 않아 사문화되고 있는 추세"라며 "연혁적으로도 권력층이 일반 시민의 비판을 막기 위해 도입 및 활용되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세계적 추세에 반하기 때문에 폐지돼야 하고, 다만 부작용은 민사책임의 강화 및 소수 집단에 대한 혐오의 의도가 명백한 경우(혐오표현)에 한하여 처벌하는 등의 방법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수사기관이 명예훼손죄를 자의적으로 수사·기소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김동일 변호사(김동일 법률사무소)는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여 훼손될 수 있는 개인이나 집단의 명예보다는 민주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나 국민의 알권리가 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반의사불벌죄로 돼어 있어서 검찰의 자의적인 수사 및 기소가 가능해 더욱 문제"라고 지적했다.
◇"폐지는 시기상조…사회문제화 된 'OO패치'도 결국 사실적시로 명예훼손한 사건"
당장 폐지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었다. 김진우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장기적으로는 찬성하나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가령 유죄판결이 나지 않았음에도 형사재판을 받는 게 공연히 알려지면 사회적으로 치명타가 될 수 있는데 이런 사실을 누군가 비방 내지 명예훼손의 의도를 가지고 공연하게 특히 SNS를 통해서 유포할 경우 불법의 방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각종 패치가 유행했는데 가령 아무리 사실이더라도 과거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개인의 치부를 공연하게 게재하고 유포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치명적"이라며 "현재와 같은 풍조에서는 시기상조고 아무리 사실이더라도 누군가는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는데 이를 사실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연히 유포하는 게 과연 정당한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더엘(the L)에 표출된 기사로 the L 홈페이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다면? ☞ 머니투데이더엘(the L) 웹페이지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