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했다" 환호성 이대, '스승의 노래' 울려퍼져

"승리했다" 환호성 이대, '스승의 노래' 울려퍼져

방윤영 기자
2016.10.19 18:16

교수 100명·학생 5000명 모여 '총장 사퇴'에 승리의 함성…"의혹 여전, 이제 시작"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사퇴의사를 밝힌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이대 교수협의회 내 비상대책위원회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김혜숙 교수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사퇴의사를 밝힌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이대 교수협의회 내 비상대책위원회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김혜숙 교수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19일 오후 3시30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 앞에는 학생들의 환호성이 퍼졌다. 이대 교수들이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초유의 시위를 예고했지만 구호가 나오기도 전에 '승리'의 함성이 울렸다. 시위가 시작되기 전 최경희 이대 총장이 사퇴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교수들 100여명이 본관 앞 계단에 모였다. 학생 5000여명(경찰 추산)이 본관 주위를 둘러쌌다. '해방이화' 피켓을 높이 들었다.

이대 교수협의회 내 비상대책위원회 공동회장인 김혜숙 교수는 학생들의 환호에 화답하듯 손을 흔들며 마이크를 잡았다. 김 교수는 "80일 넘는 시간 동안 본관에서 농성 중인 학생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과 승리의 뜻을 전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금 전 저희는 최경희 총장님의 사임 소식을 접하게 됐다"며 "모두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만 한편으로는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대 교수협은 직장인 평생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설립 문제로 촉발된 이대 사태가 발생한 이후 비대위를 구성했다.

비대위는 총장 사퇴로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 총장 사퇴는 교수협 요구사안 3가지 중 하나일 뿐이고 학내 시위 중인 학생들의 안전 보장, 이화여대 지배구조개선 등 다른 요구가 관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정미 기독교학과 교수는 "(이제) 시작이다. 여전히 비리와 의혹이 남아있다"며 "눈 똑바로 뜨고 최 총장과 그 관계자들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 성명서 낭독이 끝나자 본관을 점거하며 농성 중이던 학생들이 밖으로 나왔다. 교수들은 학생들을 안아주고 박수를 쳐줬다.

이재돈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추운 날씨에 석조건물 안에서 농성을 진행해왔다"며 "수고가 많았고 희생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학생 대신 선생님들이 싸울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또다시 환호가 터졌다.

'대학자율 짓밟은 폭군총장 물러나라', '이화공동체 회복하자', '이화 미래 위해 지배구조 개선하라' 등 구호를 외친 뒤 교수와 학생들은 행진을 시작했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사퇴의사를 밝힌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이대 교수협의회와 학생들이 최순실 딸 정유라 관련 특혜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친 후 행진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사퇴의사를 밝힌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이대 교수협의회와 학생들이 최순실 딸 정유라 관련 특혜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친 후 행진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본관에서 체육관과 이화광장 숲길 등을 지나 다시 본관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학생 5000여명이 몰려 행진은 30분가량 진행됐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학생과 교수들은 갑작스런 총장 사퇴 소식을 접하고 놀랐지만 침착한 모습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대 학생은 "(총장 사퇴 소식을 듣고) 담담했다. 때가 왔구나 생각했다"며 "이렇게 (반대) 물결이 큰 데 버틸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최은혜 총학생회장은 "총장 사퇴는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아직 비리 의혹 등이 남아있다"며 "앞으로도 남은 과제를 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관 농성 중단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비대위 소속 교수 A씨는 "내규상으로는 부총장이 총장업무를 대행하지만 학생들이 부총장을 포함한 현 집행부를 다 못 믿는다"며 "(최 총장의 사퇴로) 상황은 일단락됐는데 앞으로가 문제"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B교수는 "조금 놀랐지만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C교수도 "늦었지만 (교수) 시위 전에라도 총장이 사퇴해 다행"이라며 "남은 문제들을 끝까지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진이 끝나자 본관에는 '스승의 은혜' 노래가 울려 퍼졌다. 시위를 마무리하고 떠나는 교수들에게 학생들이 노래를 불러줬다. 이대 사태는 본관 점거 83일 만에 총장 사퇴로 한고비를 넘겨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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