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최측 추산 20만, 온거리 시위대 가득…대부분 평범한 이웃들 "분노 못참아"

말 그대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평범한 이웃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촛불을 들었다. 어린 학생부터 노부부까지 너도나도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을 규탄하고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서너살배기 손을 잡고 나온 젊은 부부들, 교복 입은 중고생들, 30~40대 직장인들에서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거리에는 나이와 직업, 이념의 구분도 없었다. 무너진 민주질서를 통탄하는 목소리만 가득했다.
광화문광장과 인근 종로거리를 가득 메운 대규모 집회는 행진과 촛불시위로 이어지면서 절정에 이르고 있다. 이미 최소 1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시위에 나섰다. 경찰은 총력 대응체제를 갖춰 돌발 상황에 대비 중이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5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촛불집회)을 개최했다.
집회에는 이날 저녁 8시 현재 주최 측 추산 20만명이 운집했다. 경찰은 4만5000명까지 참가자 수를 추산하다가 계속 몰리는 인파로 시위대 규모 파악에 애를 먹고 있다. 광화문 일대 거리가 온통 시위대여서 사실상 어느 누구도 정확한 집계를 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다. 적어도 15만명 안팎이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갈수록 참가자는 계속 늘어 경찰 차벽이 세워진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에서부터 광화문역 사거리를 넘어 서울시청 앞까지 시민들로 가득 찼다.
지난달 29일 1차 촛불집회 때와 마찬가지로 참가자들은 '이게 나라냐' '박근혜 퇴진'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태극기도 곳곳에서 휘날렸고 갑자기 불어난 인파 속에 휴대전화 통신이 끊기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중·고등생부터 60~70대 노인까지 다양했다.
애인과 함께 온 젊은이, 배우자·자녀와 발걸음 한 40대 가장, 평범한 직장인들, 단둘이 시위에 나선 노부부 등 대부분 사회운동 단체와 무관한 일반 시민들로 광화문 광장이 빼곡했다.
4살배기 아들과 손잡고 온 주부 임모씨(32)는 "살기 좋은 나라, 자랑스러운 나라를 우리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은데 지금 이대로라면 그럴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어 근심과 걱정을 안고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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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권씨(62)는 1987년 민주화항쟁 이후 처음으로 다시 집회에 나섰다. 고씨는 "30년 가까이 집회에 나오지 않았는데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서는 더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분노가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올라 견딜 수 없는 심정에 직접 광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70대 노부부도 눈에 띄었다. 광화문광장 옆 KT스퀘어 건물 앞에 나란히 앉은 김모씨(74)와 부인 정모씨(70)는 "나라 꼴이 제대로 된 꼴이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이제껏 살면서 그 어느 때보다 지금만큼 국가에 실망감과 배신감을 크게 느낀 적이 없었다"며 "마음 같아서는 정권을 혼쭐 내주고 싶다. 조금만 더 젊었다면 집회 맨 앞에 나서서 싸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등생과 대학생도 많았다. 전국중고등학교 총학생회연합 등 중고생 연대 400여명은 집회가 이뤄지는 시간 동안 광화문광장 옆 세종문화회관 주변에 모여 규탄 시위를 이어갔다.
학생들은 저마다 '이런 나라에서 공부해도 아무런 희망이 없다' '공부가 손에 잡히겠냐! 박근혜 하야하라' 등 손팻말을 들었다.
또 성명서에서 "박근혜 정권은 입시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완벽한 성공을 청소년들에게 강요했다"며 "고등학생들이 등교할 때 정유라는 단 28일만 학교에 나갔지만 출석을 인정받고 대학까지 입학했다"고 밝혔다.
대학생 커플인 오모씨(23)와 이모씨(22·여)도 "청년 실업을 해결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던 정권은 어디로 갔냐"며 "결국 윗사람들끼리 모두 한 자리씩 꿰차는 지금 사회에 맥이 빠진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이날 1부와 2부로 나눠 집회를 진행했다. 1부 '광장에서 분노를 표출하다'는 오후 4시부터 약 1시간45분 동안 광화문광장에서 교육·종교 등 각계 시국 연설로 채워졌다.
1부를 마친 참가자들은 오후 5시45분부터 거리 행진에 나섰다. 시작과 동시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행진 노래 가사가 울려 퍼졌다.
해가 지면서 촛불을 켜는 시민들도 하나둘 늘어갔다. 직접 대열에 가담하지 않은 시민들은 길가에서 박수로 응원했다.

경찰은 행진 행렬 주변에서 교통 소통만 통제할 뿐 참가자들과 충돌을 최대한 피하려는 모습이었다.
전날 주최 측에 행진 금지를 통고했다가 법원 판단에 따라 다시 허용한 배경 탓인지 경찰 차벽도, 폴리스라인도 잘 보이지 않았다.
행진 대열은 광화문 우체국을 시작으로 을지로를 거쳐 저녁 7시30분쯤 선두부터 점차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왔다.
광장에 재집결한 참가자들은 본격 촛불집회인 2부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외치다' 행사를 이어갔다. 집회는 시민·사회단체 발언과 문화공연 등에 이어 정리집회, 자유발언 시간을 끝으로 밤 10시30분쯤 마무리한다.
경찰은 대규모 집회에 총력 대응체제로 대비 중이다. 1차 집회 때 60개 중대 4800명을 투입했던 경찰은 이날 현장 주변으로 223개 중대 2만70명을 배치했다. 전국 모든 기동대 등 가용 가능한 경비 인력을 총동원한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