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이번 사건의 초동 대응을 맡았던 여성청소년(여청)과가 브리핑에 빠졌나."
이달 13일 오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의 수사결과를 경찰이 발표하는 자리였다. 서울 중랑경찰서 형사과장의 간략한 브리핑이 끝나고 질의응답이 시작돼야 했지만, 한참 동안 경찰과 기자들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당장 여청과장을 불러달라"는 기자들의 빗발치는 요구에 형사과 직원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이 불러내는 게 곤란한 탓이다. 여청과의 설명을 들어야겠다는 기자들의 요구와 경찰관들의 만류가 5분간 오고 갔다.
결국 줄다리기는 "서장에게 연락하겠다"는 기자들의 협박 아닌 협박으로 마무리됐다. 여청과장은 브리핑 말미에 참석했다. 짧은 해프닝이었지만 같은 경찰서 내에서조차 기능(부서) 간 '보이지 않는 벽'으로 공조수사가 쉽지 않음을 여실히 드러낸 장면이었다.
어금니 아빠 사건은 초기 수사만 잘 했어도 피해자를 살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5년 전 '오원춘 사건'과 닮은꼴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3년 '유영철 사건'도 경찰 내부의 칸막이가 피해를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청은 이 같은 공조 수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2일 '실종 수사체계 1차 개선방안'을 내놨다. 모든 18세 미만 아동과 여성의 실종 신고에 대해 지역경찰·여청수사·형사가 현장에 함께 출동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러나 대책을 접한 일선 경찰들의 표정은 어둡다. 실종이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1% 미만인 상황에서 아동·여성 실종을 모두 수사한다는 것은 '탁상행정'에 가깝다는 불만이다.
서울 일선서의 한 형사(경위)는 "폭행 등 형사 업무를 처리하는 데만도 일과가 모자라는 상황"이라며 "모든 실종 신고마다 현장에 나가라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윗선 보고용 대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대책은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지 불과 열흘 만에 나왔다. 현장의 호응을 얻지 못한 채 급조된 처방이 경찰 내부의 칸막이를 허무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선택과 집중에 실패해 '제2의 어금니 아빠 사건'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하나의 생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기 위해선 더 정교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