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혁신하다 시장의 대변신 7회-①]

전통시장이 대형마트, 편의점 등 경쟁 유통업체에 밀려 내리막길을 걷는 것은 전 세계가 공통으로 겪는 현상이다. 하지만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문화를 시장에 접목 시키거나 청년·관광 등을 주제로 특성화에 성공한 시장, 상인들의 창의적이고 자발적 노력이 더해져 고객들을 끌어모을 유인을 갖고 있는 시장은 사랑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와 멋이 있는 시장=시장으로 고객들의 끌어들이려면 감수성을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뉴욕 첼시마켓이 대표적이다. 현대적 사진작품, 조각가 마크 메닌의 작품 등이 다수 설치돼 시장을 찾는 이들에게 문화 명소를 찾는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인근 주민들도 힐링 장소로 시장을 찾는다. 첼시마켓을 방문한 한 고객은 “무언가를 살 때 뿐만 아니라 나들이를 하고 싶거나 음식을 먹고 차를 마시고 싶을 때 등
평소에도 시장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마켓홀은 새로운 재래시장 개념을 제시했다. 전통시장은 언제든 회의장, 공연장 등 다른 공간으로 바뀔 수 있는 혁신 공간이기도 했다.

◇상인들의 노력이 살린 시장=시장 상인들 자체 노력으로 변화한 곳도 있다. 일본 오사카 구로몬 시장이 대표적이다. 구로몬 시장 상인들은 고객이 줄어들고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추세에 발맞춰 관광객을 맞을 환경을 준비했다.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대신 상인들 스스로 외국어를 배우고, 내부를 깔끔하게 리모델링했다. 상품도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먹거리 위주로 재편했다.
고객들을 끌기 위한 이벤트도 끊이질 않는다. 구로몬 시장은 전통 춤을 선보이는 ‘아와오도리 퍼레이드’부터 닌자 복장을 하고 손님들을 맞이하는 ‘닌자 페스티벌’ 등 다양한 연중 이벤트를 펼친다. 산타 카테리나 시장도 산 조르디(4월23일)의 날이 있는 4월엔 장미 한 송이를 나눠주는 등 매달 이벤트를 개최한다.

◇정부 지원도 한몫…직접 지원보단 홍보=정부도 전통시장 자생력 키우기에 주력한다. 하지만 시장에 대한 직접 지원보다 시장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홍보 등 측면 지원에 나선다. 독일 뉘른베르크 시청의 경우 시장 상인에게 직접 지원되는 금액은 한 푼도 없지만, 연간 25만유로(약 3억2000만원)를 크리스마스마켓 등 시장 홍보에 투입한다. 이러한 홍보에 힘입어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시장은 세계 3대 크리스마스 시장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일본도 직접 상인들에게 지원금을 주기보다 홍보에 방점을 찍는다. 대표 사례가 오사카 상공회의소에서 진행한 ‘상점가(시장) 포스터전(展)’이다. 일본 광고회사 덴쓰와 손잡고 각 상점이 홍보할 포스터를 만들어 시장 등이 인기 있는 시장으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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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청년'…젊음을 잡아라=청년을 공략한 젊은 시장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대만 타이페이시의 스린야시장 상인들은 젊은 층이 좋아하는 먹거리를 개발, 10~20대의 발길을 시장으로 돌렸다. 취급 물품도 의류·신발 등 젊은 층이 좋아하는 상품에 집중했다. 산타카테리나 시장도 식재료를 가공 포장해 젊은 층이 쉽게 요리해 먹을 수 있도록 해 인기를 끈다.
전주 남부시장, 광주 송정역시장, 부평 깡통시장 등 성공한 국내 전통시장도 창의적 먹거리와 청년들이 이끄는 재기발랄한 상점 등이 결합해 인기를 끌었다. 특히 송정역시장은 청년 감성을 시장 안으로 끌어들여 활력을 되찾았다. 청년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고,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한 간판 디자인을 만들어 현대적 감각이 느껴지도록 시장을 새 단장했다.
◇대형마트 규제? 시장 경쟁력 키워야=해외 각국은 대형마트 규제는 실익이 없다는 분위기였다. 빠르게 변하는 유통업계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전통시장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으로 시장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췄다.
굳이 대형마트가 아니라 편의점, 온라인쇼핑몰 등 위협 요소는 끊임없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의 경우 대형마트 규제는 하지 않았다. 경쟁력을 갖춘 시장과 부진한 시장에는 재정 지원과 종합적인 컨설팅 등이 추진되지만, 경쟁력이 없는 시장은 가차 없이 도태시켰다.
첼시마켓을 설계한 건축가 제프 반더버그씨는 “무조건 재래시장을 지원하고 살리기보다 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시장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창의적 시장을 민간 주도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경환, 진달래, 최민지(독일), 이동우(대만), 방윤영(일본), 김민중(미국), 이보라(스페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