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원조 앵그리 올드, 일본 '폭주노인'은…

[MT리포트]원조 앵그리 올드, 일본 '폭주노인'은…

이영민 기자
2018.08.24 04:03

['외롭고 욱해서' 폭발하는 앵그리 올드]④日노인범죄자 20년만 3.8배 증가…고독·고립감에 '욱'…홀몸 노인 재범률 78%

[편집자주] 노인들의 분노가 심상치 않다. 노인 강력범죄가 급증하고 길가에서 공공장소에서 갖가지 이유로 격분하는 어르신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젊은층은 이런 노인을 이해 못해 세대간 갈등은 더 깊어진다. 이들은 왜 분노하는 걸까. '앵그리 올드'의 현상과 원인을 짚어보고 해법을 모색해봤다.

노인 범죄는 일본의 오랜 골칫거리다. 사회 변화에 부적응하고 고립된 노인들의 불안이 분노로 표출됐다는 분석이다. 범죄율을 줄이려는 일본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인 범죄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 법무성이 발표한 '2017 범죄백서'에 따르면 각종 범죄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65세 이상 고령자 수는 1997년 1만2818명에서 2016년 4만6977명으로 20년 새 3.7배 증가했다.

교도소에도 고령자가 몰린다. 2016년 입소자 2만467명 중 2498명(12.2%)이 65세 이상 고령자다. 1997년 596명(2.6%)보다 4.2배 증가한 수치다. 여성 수감자는 40명에서 363명으로 20년 사이 10배 가까이 늘었다.

일본에서는 노인 범죄 증가 이유로 '사회 변화 부적응'이 꼽힌다. 노인범죄 문제를 다룬 책 '폭주노인'(2008년)의 저자 후지와라 토모미는 "노인들이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원인은 사회의 정보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젊은 세대조차 대응하기 벅찰 정도로 빠른 기술 변화의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노인들의 불안이 분노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회적 고립도 주된 원인이다. 토모미는 "고령자 세대는 대부분 '개인방'에서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립에 익숙지 않다"며 "홀로 생활하는 노인들의 고독이 폭력적이고 반사회적인 행위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독거 노인의 범죄 재범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재범을 저지른 65세 이상 범죄자의 독신율은 2016년 기준 77.9%로 초범의 독신율(23.1%)보다 크게 높았다.

고령자 빈곤층 증가도 이유다. 일본에서는 최근 '노후난민', '노인파산', '하류노인' 등의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고령자 빈곤 문제가 심화됐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국민 생활 기초 조사' 자료에 따르면 형편이 '매우 힘들다' 혹은 '다소 어렵다'고 응답한 65세 이상 고령자의 수는 1995년 37.8%에서 2014년 58.8%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15년(58%), 2016년(52%)로 감소 추세지만 여전히 과반수가 넘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 교도소 수감자의 생활 여건이 기초연금 생활자보다 낫다"며 "일본 독거 노인이 받는 기초연금은 연 78만엔(약 790만원)으로 최저생계비 98만엔(992만원)의 80%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간호 신문 '민나노카이고'는 "교도소에 세끼 밥과 잠자리가 있기 때문에 죄를 짓고 감옥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노인도 많다"며 "고령 범죄자 재범을 막으려면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2016년 '노인 범죄 방지'를 국가와 지자체 주력 과제로 내세우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재범 예방을 위해 교도소 내 재활교육,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한 독거 노인의 생활 지원 등에 노력을 쏟고 있다.

'민나노카이고'는 "노인들이 스스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며 "사회는 감옥에서 나온 노인을 색안경 끼고 보기 전에 갱생 기회를 줘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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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기자

국제부에서 세계 소식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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