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the L][대한민국 법무대상 수상자 인터뷰] 법무법인(유) 화우 김남근·이상필 변호사

원자번호 28번, 내부식성 합금강이나 자석, 2차 전지, 안료 등은 물론이고 각종 화학반응을 위한 촉매로 쓰이는 금속, 바로 '니켈'(Ni)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광물로 평가되지만 전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제한돼 있어 니켈의 안정적 수급을 확보하기 위한 각 국간 경쟁은 치열하다.
한국은 아프리카 동남단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에서 매년 1만2000톤~2만3600톤에 달하는 니켈을 들여오고 있다. 2006년 한국광물자원공사와 복수의 민간기업이 공동투자계약을 맺은 후, 암바토비 광산에 투자하기 위한 더 큰 단위의 글로벌 컨소시엄에 참여한 덕분이다. 2014년 처음으로 상업생산에 돌입한 이 광산에서 생산돼 한국 컨소시엄을 통해 국내로 유입되는 니켈의 양은 국내 전체 산업수요량의 1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작년 이 수급선이 자칫 와해될 뻔한 적이 있었다. 2016년 11월 공동투자계약을 맺은 한 회사가 일방적으로 '컨소시엄 탈퇴'를 선언하며 그간 투자한 지분 전부를 나머지 구성원에게 되사줄 것과 기타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2014년 상업생산이 갓 개시된 지 2년여가 지난 후의 일이었다.
당시까지 그 회사를 포함한 한국 컨소시엄에서 암바토비 광산에 투자한 돈만 3조원에 달했고 이제 막 수익을 내려던 시점이었다. 2330억원에 달하는 지분을 남은 구성원들이 모두 떠안고 나아가 620억원의 손해배상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사실상 컨소시엄이 와해될 뻔 한 것이다. 컨소시엄이 와해되면 이미 투자한 3조원은 회수할 방법이 없었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컨소시엄이 포함된 글로벌 컨소시엄 차원에서 암바토비 광산에 투자한 돈이 10조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컨소시엄 구성원들이 자칫 한국 컨소시엄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등 막대한 제재를 가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 문제가 안정적으로 해결되는 과정에 법무법인 화우의 중재팀의 김남근(56·사법연수원 18기) 이상필(47·30기) 변호사가 있었다. 이들은 컨소시엄 측을 대리해 공동투자계약에서의 일방 탈퇴를 선언한 기업의 공격을 막아내는 역할을 맡아 청구액의 99.9%를 방어한 것은 물론 컨소시엄의 안정적 운영이 가능해지도록 하는 중재판정을 받아낸 것이다.
김·이 변호사는 이 사건으로 '제2회 대한민국 법무대상' 법률자문대상을 수상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 한국사내변호사회가 공동주최하는 '대한민국 법무대상'은 송무, 법률자문, 중재, 공익 분야 사건에서 개별 사건을 기준으로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둔 변호사들을 선정해 시상하는 국내 유일의 법조인 상이다.
김 변호사는 "그간 한국 기업들이 해외 개발사업이나 공장 신축 등 외국에서의 투자를 진행하면서 컨소시엄을 구성한 경험이 많다. 그러나 이는 주로 사업 전체 진행과정의 일부를 나눠 진행하는 기업들의 연합인 경우였다"며 "암바토비 사업처럼 대규모 개발사업에서 우리 기업들이 동등한 자격의 투자자로서만 참여한 경우는 드물었다. 이 때문에 투자자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를 두고 다툼이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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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탈퇴를 선언하며 자사 보유 지분의 매입을 요구한 중재 신청자 측은 한국 컨소시엄 참가자 사이의 관계에 우리 민법상 조합 관련 법리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민법 조합 법리가 적용된다면 남은 조합 구성원에 해당하는 컨소시엄의 나머지 기관들이 중재신청자 측의 요구대로 수천억원에 해당하는 지분을 강제로 모두 떠안아야만 했다"고 회고했다.
또 "투자계약서에는 컨소시엄 탈퇴에 대해 민법상 조합 법리와 다른 규정을 두고 있었다. 실제 글로벌 컨소시엄 계약의 관행도 우리 민법 법리와 달랐다"며 "투자계약 참가자들의 권리·의무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투자계약서 문구와 민법 법리 중 어느 것을 우선시할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었던 사건"이라고 했다.
쌍방 합의에 따라 중재판정부는 3명 전원 부장판사 등 법관 출신으로 구성됐다. 투자자 사이의 법적 관계에 대한 다툼이 있을 때를 대비한 것이었다. 4대 회계법인 중 한 곳이 사업타당성 평가를 맡았다. 화우가 대리한 피신청인 측과 신청인 측, 중재판정부 전원과 회계법인 관계자 등이 현지 사업장을 찾아 사업 진행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단심제 중재로서는 이례적으로 2년 가량 소요됐지만 결과적으로는 신청인 측 청구액을 99.9%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사실상 완승이었다.
이 변호사는 "중재판정부가 결국 민법상 조항에 앞서 투자계약서상 컨소시엄 참여·탈퇴에 대한 조항을 우선 적용한 결과 신청인 측의 주장을 방어할 수 있었다"며 "최초 계약서 작성 당시부터 다양한 리스크를 세밀하게 예측하고 분쟁해결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 근거를 둔 한상(韓商)기업이 국내 한 대기업과 합작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리한 조건을 과도하게 많이 수용했던 일이 있었다. 나중 그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사업에서 철수하자 해당 한상기업이 큰 손해를 입은 적이 있다"며 "사업 추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더라도 계약조항의 공백은 추후 기업에 막대한 손실을 끼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국경을 넘나드는 투자가 많아지면서 이번 건처럼 국내 기업간 분쟁은 물론이고 국제적 분쟁도 중재로 해결되는 경향이 늘어날 전망이다. 김 변호사는 "엘리엇, 론스타 등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낸 ISD(투자자·국가 분쟁)과 같은 사건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며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관행이 자칫 글로벌 투자자에 대한 차별로 간주될 여지가 적지 않다. 로펌들이 중재관련 역량 강화에 주력하는 이유"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화우 중재팀도 국내외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인력 확충에 주력해 WTO(세계무역기구) FTA(자유무역협정) 등 다자간·양자간 협정 관련 분쟁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필
김남근 변호사는 1989년 사법연수원을 18기로 수료하고 1992년 서울지법 서부지원 판사로 임관한 후 2000년까지 8년간 법관으로 지냈다. 화우의 설립 변호사이자 파트너 변호사로 주된 업무분야는 기업 송무, 상사중재, 기업 관련 형사, 금융관련 소송 및 제조물책임 등이다.
이상필 변호사는 2001년 사법연수원을 30기로 수료한 후 국내외 다수 금융사와 건설사, 해운·선박회사 등을 대리해 금융, 국제거래(무역), 보험, 운송·해상, 건설 등 부문에서 자문·송무 사건을 맡아왔다. 화우의 파트너 변호사로 주된 업무분야는 기업송무, 상사중재, 부동산·건설, 국제거래(무역), 보험, 해상, 문화콘텐츠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