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억공간 갈등…추모의 방식을 묻다

세월호 기억공간 갈등…추모의 방식을 묻다

안산(경기)=김영상 기자, 팽목항(전남)=방윤영 기자
2019.04.15 05:35

[세월호 5주기-아직도]5년 지나도 기억공간 합의 못 이뤄…경기도 안산, 전라남도 진도는 여전히 시끌시끌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인근 한 아파트에 '4·16 생명안전공원' 건립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사진=김영상 기자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인근 한 아파트에 '4·16 생명안전공원' 건립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사진=김영상 기자

세월호 참사 이후 5년. 모두가 한마음이던 그때와 달리 세월호는 사람들에게 조금씩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벌어진 간극은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식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제 세월호의 흔적이 남은 경기도 안산과 전라남도 진도 팽목항에 기억공간을 설치하는 문제가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화랑유원지는 안산의 중심" vs "접근성 좋은 곳에 기억 공간 지어야"=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안산시청 앞에는 주민 40여명이 모인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4·16 생명안전공원'이 화랑유원지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이들이다. 지난해 2월부터 시작한 이 집회는 지금까지 99차례나 진행됐다.

이 집회의 대표격 최창식씨(48)는 "추모공간이 있으면 아무래도 암울한 분위기가 생기기 때문에 주거지 한복판에 있는 화랑유원지가 아니라 시 외곽에 있는 부지를 활용하자는 것"이라며 "시나 정부는 시민 반대 여론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억공간을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가 가장 큰 갈등 요소다. 반대 측은 죽은 사람의 공간, 즉 납골당쯤으로 여기는 셈이다. 실제로 화랑유원지 인근 여러 아파트에는 '세월호 납골당 결사반대'라는 반대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화랑유원지와 가까운 한 아파트에서 만난 박영용씨(73)는 "화랑유원지는 안산시민의 절반 이상이 이용하는 공간인데 왜 하필 그곳에 추모공간을 만들어야 하느냐"고 푸념했다.

김말순씨(53)는 "물론 처음엔 가슴이 아팠지만 그 이후로는 세월호 관련 플래카드만 봐도 머리가 아프다"며 "화랑유원지에 그런(추모) 공간이 들어온다면 계속 마음이 우울할 것 같아서 싫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접근성이 좋은 곳에 기억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화랑유원지 인근 고잔역에서 만난 박광균씨(26)는 "화랑유원지에 만들면 날씨 좋을 때 산책하다가도 가끔 보면서 세월호 생각을 다시 하게 될 것 같다"며 "외진 곳에 지으면 항상 가는 사람만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이기도 한 정부자 4·16 가족협의회 추모사업부서장은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도록 하고 앞으로 안전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공간으로 생명안전공원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며 "교육의 현장이 되려면 접근성이 좋아서 누구나 쉽게 찾아오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10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4.16팽목 기억관'의 모습. / 사진=방윤영 기자
10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4.16팽목 기억관'의 모습. / 사진=방윤영 기자

◇진도 팽목항 "사고 현장 보존해야 vs "이제 지역 발전 필요"=전남 진도군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팽목항에 '4·16 기록관'을 설치하는 문제를 두고 현장을 지켜야 한다는 유가족들과 이제는 지역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주장이 엇갈린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인 '우재 아빠' 고영환씨(51)는 지금도 팽목항 컨테이너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고씨는 "아이들을 기다리던 이 팽목항에 당시 모든 일을 기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와 뜻을 함께 모은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말 팽목기억공간 조성을 위한 국민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민중화가인 김화순 국민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진도군이 더 이상 소통하지 않고 있는 데다 역사적 인식도 없어 큰일 나겠다고 생각했다"며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등 전국적으로 홍보하면서 공무원들을 만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이 그동안 희생한 만큼 이제 세월호를 딛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반대도 거세다.

진도 주민 조모씨(32)는 "생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그동안 장사하기 어려워서 피해가 있었을 것"이라며 "공간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팽목항에 해야 할까"라고 말했다. 정모씨(34)도 "언제까지 거기에만 메어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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